[사진의 기억]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출처 중앙SUNDAY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7015
겨울밤, 경북 안동, 1986년. ⓒ김녕만
불을 밝혀야 할 시간이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온다. 아직 읍내에 나간 아버지도, 막차를 타고 내려올 아들도 귀가하지 않았다.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처럼 멀리서 오는 식구에게 기다림의 신호를 보내야 할 시간이다.
사람들이 고향을 묻는다. 고향에 누가 있느냐고도 묻는다. 돌아갈 집이 있느냐,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느냐는 물음이다. 먼 길을 걸어가도 그 길 끝에 어머니가 계신 집이 있으면 고향은 언제나 달려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때는 왜 항상 막차를 탔는지 모르겠다. 하룻밤 더 자고 환한 대낮에 여유 있게 가도 되련만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양 한밤중에 길을 나서곤 했다. 그 조급함은 어머니의 기다림과 닿아 있었다. 어김없이 어머니는 불 밝히고 밥상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실 터. 어머니뿐이랴. 온 식구가, 툇마루 아래 멍멍이까지도 눈치를 채고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릴 것을 알기에 밤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로등도 없는 밤길에 돌멩이에 걸리고 눈 녹아 질척거리는 진 땅을 밟아도 발걸음은 자꾸 더 빨라졌다. 걷는 듯 뛰는 듯 서둘러 저 멀리 우리 집 불빛이 보일 때, 이윽고 멍멍이가 짖어대고 방문이 열리며 온 식구가 쏟아져 나올 때, 그 순간의 먹먹한 기쁨은 타향살이의 어설픔과 고단함을 위로하는 보약이었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것 중 하나가 새벽이라지만 칠흑 같은 밤이 먼저다. 도시의 밤이 대낮처럼 환해지면서 옻을 칠한 듯 깜깜한 밤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 볼 일’도 없어지고, 어둠을 모르니 밝음도 시들하다. 어느새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지나 겨울이 깊어져 가는 중이다. 깜깜하면 발이 묶이던 그 시절 시골집에서는 저녁밥 먹고 나면 별수 없이 온 식구가 모여서 복닥거릴 수밖에 없었다. 살붙이의 정이 쌓이는 겨울밤이었다. 칼칼한 겨울바람이 매섭던 그 칠흑 같은 밤, 불빛 따뜻하던 어머니의 집이 다시 그립다.
김녕만 사진가
빛명상
별 틈새 너머로 보고 싶은 얼굴들
새삼스레 자연의 이치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어제 이때쯤, 이곳 산사에 어둠이 땅바닥에까지 내려 깔렸을 때는 온갖 곤충과 풀벌레들, 찌르레기 까지 잠을 자지 않고 두세 시간 동안 다투어 합창을 해대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고요하기만 하다. 어젯밤 그렇게 지절대던 놈들이 모두 간밤에 목이 쉬어 버렸나 보다. 가끔 귀뚜라미가 멍청히 노래 하다가 그도 싱거운지 입 다물어 버리니, 나무도 모두 초저녁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폈나 보다. 고요한 상태에서 혼자가 되면 사람은 정말 ‘나’를 찾게 되나 보다.
비가 그치자 언뜻언뜻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심에서는 잃어버린 밤 하늘의 별들을 새삼 맞게 되니, 시원한 캔맥주 하나라도 나누고 싶다. 그 중 샛별이 있는지 찾아보니,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목동과 주인 아가씨가 나눴던 대화도 생각난다. 역시 사람은 때로 혼자가 되어 산사에 있어 봄직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 틈새 너머로 보고 싶은 얼굴도 남실거리니 말이다.
어제는 모기, 왕벌과 씨름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미리 선수를 썼다. 일찌감치 어둡기 전에 모기장을 치고 방문 입구에 모기장으로 테두리를 해 놓았으니, 전들 어찌 감히 들어오겠는가? 그런데 왠지 내가 모기장에 갇혀 있고 모기들이 밖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보았던 울에 갇힌 짐승들도 생각난다. 귀찮더라도 모기향을 피우며 모기들을 쫒는 산사의 밤이 더 좋을 것 같다. 고요감도 깨트려 줄 테니까 말이다. 왕잠자리 한 마리가 모기장 밖에서 토닥거리고 있다. 이제 자야겠다. 그 분과의 만남의 시간이다.
출처 :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초광력超光力
1996.07.10. 1판 1쇄 P. 248
첫댓글 어린 시절 생각나는 식구들 그중 어머니 얼굴이 보고싶습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정겨운 글 감사합니다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잠은 그분과의 만남의 시간 ... 감사합니다.
타지에서 생활하다 집에 가고 싶어 밤길을 나섰던 추억이 생각나고
아름다운 산청 초광력전의 밤하늘이 더 그리워집니다 .
감사합니다 .
어둠침침한 호롱불 아래 한방에서 옹기종기 가족이 모여 있던 옛적이 그리워집니다.
정겹고 그리움이 가득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별 틈새 너머로 보고 싶은 얼굴들
귀한 빛 글
감사드립니다.
빛VIIT으로 오신 우주의 힘 초광력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분과의 만남의 시간
감사합니다.
감시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천진난만 했던 어린시절
온가족 얼굴을 그려 봅니다.
별 틈새 너머로 보고싶은 얼굴들
귀한 빛글 마음깊이 담았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사의 정겨운 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별 틈새 너머로 보고싶은 얼굴들 ..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겨울밤에 고구마를 쪄서 동치미를 곁들여 먹으면서 긴밤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거듭 정독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생에 밤이 있다면 환한 태양을 기다리기 위함이겠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깜깜해도 어머니가 계신 집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하며 매일 매일 살아갑니다.귀한 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옛 시절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자연속에 혼자 있으면서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좋은글 감사합니다.
귀한 빛글 감사합니다.
귀한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어릴적 시간으로 잠시 여행하며 고향의 향수를 느껴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그리워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편리함을 찾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한둘일까요? 원래대로 자연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와 버린 건 아닌가요? 어젯밤 비건채식을 주장한 분의 글을 읽고 감동했답니다. 저도 채식주의라고 얘길 하지만 아직 많이 머네요.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귀한 빛 의 글 볼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분의 사랑을 생각하고 반짝이는 별들이 보이던 시간들을 추억합니다.
편리함 보다는 순리에 따르는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빛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