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 북한산 폭설....설경///

[노을비]

모처럼만에 서울에 폭설이 내렸다.

내린 눈이 서울에는 25.8cm의 눈이 내려 종전 최대 강설량 기록이던

25.6㎝(1969년 1월28일)을 넘어섰다.

이번에 내린 눈으로 설산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여여치가 않았다.

오늘은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을 마치고 회사에서 나오는 길이 아직도 무척 미끄럽다.

하지만 주변의 경치에 흠뻑 빠져 바라보면서 걸어 나왔다.

눈 내린 풍경은 어느 곳이라도 아름답다.

그동안의 풍경을 모두 묻어버리고 흰색으로 색칠한 풍경이 어떤 것보다 정갈하게 보인다.

욕심이나 불평, 좌절 같은 불행한 일상들도 공평하게 묻어버리고 하나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곳에는 더 이상 무엇을 색칠하거나 덧칠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저것이면 딱 좋다!” 는 풍경으로 세상을 만들어 놓았으니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면서 행복해 했을 것이다.

공기도 적당하게 차가워서 콧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구로역까지 걸어 나와서 서울 가는 전동차에 올랐다.

마침 자리가 비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동차가 고장으로 늦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한결 잘 빠져나간다.

앉은 자리가 따뜻하다.

전동차 자리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마치 시골집 아랫목같이 뜨겁다.

따뜻한 열기로 졸음이 몰려온다.

서울역에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꾸벅 졸음에 들다가 깨곤 한다.

맞은편 사람과 눈이 마주치다가 다시 스르르 졸음에 든다.

그러다가 다시 깜빡 놀란 듯 깨어나고....

그러다가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경의선 전동차로 갈아탔다.

이 전동차도 마찬가지로 자리가 뜨겁다.

다시 졸음에 못 이겨 무아지경에 이르다가 행신역에 내렸다.

집에 도착하니 방학이어서 딸아이가 있다.

집사람이 바삐 회사에 나간 자리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했다.

오늘은 늦게라도 산에 올라가서 설경을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과 몸이 바쁘다.

딸아이에게 이른 점심을 차려주고 나는 늦은 아침을 먹었다.

물을 데워서 수통에 넣고, 차를 몰고 대곡역으로 향했다.

길이 미끄러워 차들이 느리게 간다.

차를 적당하게 주차해놓고 전철을 타고 연신내역에 내렸다.

시장을 지나치며 뭘 살까 하다가 바나나 한 꾸러미를 샀다.

따뜻한 물이 있으니 가져간 차를 마시며 바라볼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았다.

산 입구에서 아이젠을 차고 북한산을 올랐다.

혼자서 천천히 산에 올랐다.

눈 덮인 산의 풍경이 너무 좋다.

눈 내린 지가 며칠이 지났건만 그동안 추위에 그리 많이 녹지는 않았다.

처음 내린 눈의 풍경은 실로 장관이었으리라.

그래도 볓살이 따뜻하니 눈이 떨어지고 녹는다.

내일이면 이 경치도 많이 퇴색되리라.

깨끗하게 펼쳐진 흰색을 이미지....

이렇게 맑고 밝을 수만 있다면...

내 마음속에 어떤 찌꺼기도 없는 저 순백의 색으로 평화로웠으면...

누구와 같이 산에 올랐다면,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마시며

그저 말없이 앞에 펼쳐진 눈의 풍경을 같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으리라.

산을 오르면서 간간이 사진도 찍고 먼 풍경도 바라보았다.

시간만 더 있다면 아주 천천히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바나나 몇 개로 배를 채우고...

산을 올랐다.

향로봉 아래까지만 산행을 했다.

풍경을 바라보기에는 충분하지만...

조금만 더 산에 머물고 싶었다.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선다.

아들놈이 5시에 마을 앞에 유치원 차가 온다.

그 녀석을 데리러 가야 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리라는 생각을 접고 부리나케 산에서 내려갔다.

산 아래에 도착하니 4시....

유치원에 전화를 해서 조금 늦으니 아이를 차에 태우지 말라고 했다.

이왕 늦은 것 산 아래에서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꺼내서 차를 마셨다.

연신내역에서 전철을 타고 대곡역에서 유치원으로 향했다.

아이가 “아빠 차 고장 났어.” 한다.

2010년 1월 8일

[여장부]

사진잘보고갑니다.///건강하세요.

[노을비]

네...건강하세요///

[모리안]

여유있게 세상을 관조하면서 느긋이 산행하는 노을비님의 산행이 부럽습니다....볼거 다 보고,느낄것 다 느끼고,욕심내지 않으며 자기도 돌아보고 세상도 바라보는 모습에....나를 되돌아 보게합니다..경치도 잘 봤고 맛깔난 글도 잘 읽었네요..새해엔 같이 산행할수 있도록 노력합시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노을비]

기회가 된다면 산행에 꼭 같이 가고 싶습니다,,,,안전 산행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