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어머니 부고를 받고
탄현에 있는 장례식장에 갔었다.
날은 춥고
초행길은 낯설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카카오맵을 열고 방향을 파악하려 해도
탄현역 앞의 건물들은 고급져서
외벽에 간판도 별로 없고 검색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하나은행 뭐를 찾았는데
내가 든 카카오맵에는 그 은행이 표시되지 않았다.
감으로 가보자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게 맞을 거야
한참을 내려왔는데
거기서 또 헷갈린다.
왼쪽이라는 거야
오른쪽이라는 거야?
에라.. 오른쪽으로 가보자.
굴다리를 통과해서 나가보니
왼쪽으로 건물 위에 올려진 장례식장 입간판이 보인다.
한참을 걸어서 장례식장에 들어섰더니
잘생긴 청년이 접수대에 앉아 있는데
눈썹에 두 개, 코에 한 개 피어싱을 하고 있다.
그 모습에 속으로 놀라며
방명록에 내 이름 석자를 섰더니
그 젊은이가 아... 하더니 어디로 간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내 머리는
피어싱 한 잘생긴 젊은이가
내 친구의 아들이겠구나라고 정리되었다.
영정사진 한 번 올려보고, 엄마가 저렇게 생기셨었구나.
왠지 처음 보는 것 같다.
자타공인 끝내주는 기억력을 가진 내가
친구의 엄마를 본 기억이 없다.
마포에서 성북구까지 학교를 다녔던 내 친구는
지금 생각해 보니 어지간히 갈 학교가 없었나 보다
그 먼 곳의 학교까지 왔으니 말이다.
종암동에서 그 멀었던 공덕동 친구네 집에는 딱 한 번 가봤었고
그때도 아버지는 이미 작고하신 후였고,
중학생인 남동생과 직장생활과 대학공부를 병행하는 깐깐한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엄마는 돈 벌러 나가셔서 얼굴을 뵌 적 없었던 것 같다.
오래전 그 친구의 예식장에서는 신부보다 내가 더 신나 했던 기억이 있고
그 친구의 언니는 정확하게 기억나는데 그날도 엄마를 본 기억이 없다.
심지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줄 알았는데
이번에 부고를 받고
생존하고 계셨음에 깜짝 놀랐음이다.
어머니는 혼자된 남동생과 사셨고
돌아가시기 전에 짧게 요양병원 계셨었다니...
축복이시다.
우리 엄마가 워낙 일찍 돌아가셔서
그 친구의 어머니도 안 계실 거라고... 그리 짐작했었으니.
위패에 누구누구 집사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어찌하여 권사가 아니고 집사이지 하면서
궁금한 것도 뒤로 하고
무릎 꿇고 앉아서 어머니가 천국가시 기를 기도 하고
일어서니
친구가 내 팔짱을 낀다.
"추운데 오느라 고생했다"라고 말하는 내 친구의 품이
더 넓어졌다.
검은색 비니를 쓴 친구의 남편도 내 앞에 앉았다.
친구의 남편과는 같이 밥도 먹은 사이이고
그래서 좀 아는 축에 속해서인지
나와 얘기도 잘하는 편이다.
아내의 친구라고 찾아온 이는 나 혼자라기에
왜?
진경이랑 숙희한테는 연락 안 했느냐 물었더니
" 내가 보면 알잖니... 걔한테 내가 직접적으로 싫은 내색은 안 했지만
이런 일에 부르고 싶지 않고. 그런 애를 부르긴 뭘 불러!"
전자가 재수 없다는 것인지
후자가 재수 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았다.
나도 그냥 아니까!
황탯국에 밥 말아먹고 있을 때
친구의 회사 대표이사께서 조문을 오셨다.
대구에 본사가 있고 서울에 지사가 있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대구에서부터 직원 한 명 대동하고 사장님이 직접 조문을 오셔서
뒤늦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말단 직원인 내 친구는 기겁을 했다.
그 대표가 식사도 안 하고 가시는 것을 보고
"사장님은 기름값과 통행료 보태어 송금하고 마시지.. 힘들게 오시느냐고 고생을 하시는지..."
라고 했더니
(친구와 내가 같이 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경조사는 직접 챙기신다고 하시네.
나도 사장님 얼굴 오늘 처음 봤다.
저분이 내 이름도 오늘 아셨을 걸.
ㅋ~
이 친구는
학교 다닐 때 많이 친해서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다.
우리 엄마가 기억하는 잘생긴 경순이다.
내게 얘 말고도 친한 경순이가 더 있는 데 그 친구는 안경 쓴 경순이다.
요즘 애들은 이름을 부를 때 성을 붙여 부르지만
우리 때에는 성 빼고 이름만 불렀었다.
그 친구 결혼하고 나는 그대로 회사 다니고
어쩌고 저쩌다 보니 연락처가 바뀌었고
다시 그 친구를 찾은 지 8년 정도 된 듯하다.
친구의 남편의 비니를 쓴 모습은
잘못 보면... 암 환자로 볼 것 같아서 조심스레 물었더니
머리숱이 없어져서 밀어 버리고
비니를 썼다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잘 어울리네.
친구의 신랑은 친구보다 한 살 어리고
난 나 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남자와 사니
친구의 남편에게는 우리 집 남자에게서 느낄 수 없는 젊음 같은 게 보였다(깨갱)
다섯 살 때 보고 처음 보는 친구의 아들은
그때도 엄청 예쁘게 생긴 얼굴이었는데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아들 중 한 명이 모델일을 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일은 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일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
뭐랄까
못 생긴 얼굴에 문신 많은 애가 피어싱을 했으면 불량하다 느꼈을 것인데
하얗고 잘생기고 선량해 보이는 얼굴에 피어싱 이라니...
(사진 찍어 올 수 없어서 아쉬움)
피어싱을 개의 치 않는 친구 부부의 열린 사고까지.
흠...
조문하고 돌아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는 말 안 했지만 모두 궁금해했을 걸.
잘생긴 얼굴에 그게 뭐 하는 짓이냐고...
그 얘 직업은 뭐냐고.
직업이 있기는 하냐고.
하긴 나도 궁금한데 못 물어봤어요.
ㅋ~
20240120 내가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더니 하동선님이 안 쓰시는... 이 경우는 무슨 경우인지...
첫댓글 그냥 이므리 생각해도 영화의 한 장면인 것 같다 미래로 현재로 오가면서 역시 글솜씨가 보통이 넘습니다.
왔다갔다 정신 없으셨지요?
ㅎ~
쓰는저도 써놓고 보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 글을 칭찬하시니...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조금은 황당 하셨을듯 합니다만
요즘 젊은이들 취향이다 생각 하시지요!
그걸 용인하는 그 부부가 대단하지요
저야 뭐
내 아들 아니면 상관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이라고 하지만
잠깐 다녀가는 손님도
아니고 참 그러네요
커피님 편한휴일 되세요
빼었다가 다시 하는 게 아니었나봐요.
그랬다면
빼고 있었을 텐데...
ㅎ~
복된 날 되세요.^^
코와 입술에도 하고 있더이다.
마치 소의 고삐처럼 ㅎ
근데 사람의 마음이 요상스러운 건
길다가다 여자들이 담배를 피운 모습을 봐도
이쁜 여자가 피면 덜 보기 싫은데
못생긴 여자가 피면 꼴값떤 것처럼 보이더이다.
같은 여자가 여자를 보는데도 차별을 하게 되더군요.
친구분 아드님도 잘생긴 아이라서 보기 싫지가 않았을 겁니다.
못생긴 남자가 했더라면 불량스럽게 보이지 않았을까요ㅎ
제 생각입니다.
맞아요.
그래서 였을 것 같아요.
잘생기면 다 용서가 된 걸가요.
ㅋ~
코에 코뚜레처럼
콧물 나면...어떻게 닦을런지
비염있는 저는 절대 못 함
글도 잘 쓰십니다
덕분에 고맙습니다
내 생각속에 빠져서
글에 두서가 있는 지 없는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 아는 상황을 글로 풀었지만
모르고 읽는 분께서도 이해가 되었기를 바라고 쓴 것 뿐이지요.
고맙습니다.^^
@북앤커피
재밋는 글
자주 주세요
@飛龍
고마울 따름입니다.^^
방송에서 피어싱한 외국인을 본적이 있었는데
온 얼굴에 빈틈없이 했더라구요.
보는 내가 다 아플 것 같은데
내 몸의 일부를 혹사시키는 것 인데
멋이라고 했겠지요.
글 내용 충분히 이해를 하고도 남았으니
걱정하지 마시옵길~~~
ㅋ~
그날 제 친구의 귀에
귀고리가 몆 개 였게요?
ㅍㅎㅎ
@북앤커피 아니?
상주가 귀걸이를
갯수를 물으시는 걸 보니 귀걸이를 하긴 했나본데
하나는 아닌 것 같은데요.
개성이 뛰어나게 강하신 분인가 봅니다.ㅎㅎ
@비 사랑 그게 이상하고 부끄럽다 생각했다면
그 친구의 언니가 빼라 했을거예요.
언니도 나이드니
제 친구에게 지는지 ...
달랑달랑한 귀고리 말고요.
착 붙은 귀고리.
ㅋㅋ
말하면서도 저도 웃겨요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초상이 나면 상주는 모든 장신구는 다 뽑아야 욕을 안들어 먹습니다
허나 세상이 바꼈어요 남이야 콧구멍에 뭘 매달든 쑤셔넣든 간섭말고 내걱정이나 하면 됩니다
애비도 비니 덮어쓰고 엄마도 장신구 단거보니 개성있는 집안이고 인물좋고 늘씬하니 모델도 하나봅니다 진짜 모델은 허접한 몸매가지고는 못합니다 저는 친구도 손절 많이 하고 그야말로 내 편한대로만 삽니다
오랫만에 커피님 글보니 정말 재밌네요
글을 안쓰시기에 사는게 쫌 골치 아프나 했어요
전혀 아니네요 누구든 이제 나이들어가면서 글쓰기도 싫고 자기 이야기하기도 싫은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커피님이 글을 쓰셔서 내가 글은 안쓰는게 절대 아니고 이 카페에 매일 오지를 않습니다^^
제가 간섭은 안했을걸요.
여기다 글로 풀었을 뿐이지요.
장신구가 ...좀 그렇지요
글을 안 쓰는 이유가
사는게 쫌 골치아퍼서는 아니고요.
뭐 달리 끄적이고 싶지 않았고
읽기만 하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쓰기 시작하면
시시콜콜 다 얘기하게 되는 성격이다 보니
신나고 즐거운 얘기도 아닌데
읽는 사람 짜증날테고
더러 숨기고 거짓으로 쓰자니
구차스러워서요.
카페에 매일 안 오신다고요?
저는 휴대폰 어플로 궁금하면 들여다 봅니다.
@북앤커피 저는 카페가 여기말고 몇개 더있어요
여기가 메인이 아닙니다
여기는 글쓰는 분이 몇분 안계십니다
백수는 심심하니까 자연히 북적거리는데가
메인이 되는겁니다
대형카페 글쟁이님들도 이젠 다 70이 넘어섰습니다 글 안씁니다
허나 커피님은 아직 젊은이입니다
커피님 글팬이 이카페에 얼마나 많은데 읽는이가 짜증나다니요 그건 속단이고 오만입니다
저는 예전에 시모님 시누이 남편분 이야기할때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근데 제가 나하기 싫은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하는 성격이라 남들에게 부탁 강요 애원 화해 이런거는 절대 안합니다
요즘은 폰으로 게임 고스톱칩니다
눈이 맛이 갔습니다
주절거려봤어요 폰이 구린것도 아닌데 정확하게 찍어도 영뚱한 글이 튀어나오고 수정도 지대로 안돼서 짜증납니다
맛점하세요
요즘은 사진찍어 올립니다
@하동선
알아요.
미술관 사진 덕분에 잘 봤습니다.
자기가 쓴 글에
더러 사진이 허용되는
그런 글 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카페지기에게 방하나 만들어 달라고
권유(?) 요청(? )해봐야 겠습니다.
이방 위나 아래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을 하시네요.
저는 무슨 게임이든 모두 No
그것 말고도 재밌는 게 많아서 안 배웠어요.
그럼 이 젊은이는
일하러 이만 총총
@북앤커피 이방저방 만들기 보다는 여느 카페처럼 삶방에다 사진을 서너장 올리는걸 허용하면 사진으로 인한 스토리가 쓰지기도 하지요
@하동선
다움님께 메일 드렸습니다.
성취 되길 기대하며...
여전히 사람노릇 잘하는
사람
난 장례식장에 가본지가
언제인지ᆢ
멋지면 다 어울리는데
멋진사람옆에 못생긴
사람은 스트레스 받음
귀걸이가 한 5개정도?
난 피어싱 한 사람들
이담에 늙으면 빵꾸난
자리가 축 처질텐데
그런 생각부터 들든데
그땐 또?
메꾸는 기술이 생기겠지?
한쪽에 4개였는지 3개였는지
ㅋ~
평소대로 그대로...
커피님~ 커피님~매우 반갑습니다
커피님은 변함없이 카페에 잘 출석 하시고 기고도 여전하신데 저는 그렇지 못하여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인사할 말에 서두를 못찾겠습니다
낯익은 여러분의 닉네임이 반가워서 그냥 못가고 흔적남깁니다.
흠미나
반가워라.
기고라고요?
ㅋ~
이건 신변잡기
일상생활사 끄적임입니다.
열매님도 아드님도 잘계신가요?
저도 님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북앤커피 ㅎㅎㅎ 네~
잘 있습니다 ^^
조만간 글 올릴 생각입니다 히히
@조은열매
네네.
여기서 뵙겠습니다.^^
@북앤커피 넵~^^
추억을 열어보니.
좋은글이 궁금하여 다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오랜만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