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의 일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에 없던 대대적인 세무조사(본보 5월13일자 17면 보도)가 진행되자 현장은 당혹감 속에서 엇갈린 표정을 내보이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어차피 예상한 통과의례니 잠시 엎드려 있으면 된다"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잘못된 기대감을 갖고 투자가 아닌 투기를 했다간 큰코 다친다"며 조사의 강도가 얼마나 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운대구 우동의 일부 부동산업자들은 이미 문을 닫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고가의 프리미엄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기 위해 '다운 계약서'를 만든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대책을 세우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고가아파트 취득 실거래가 조사'의 주요 대상인 마린시티 내 해운대아이파크를 분양중인 현대산업개발은 불과 3개월 새 명의가 이전된 공식 전매가 350여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계약 이전의 이른바 '딱지 거래' 등 비공식 거래는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114 김성우 팀장은 "해운대아이파크의 경우 실수요자 보다 투기를 목적으로 한 속칭 '단타 매매'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침체된 지역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을 업고 기형적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이들 투기세력에 대해선 이벤트성보다는 지속적인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세청과 해운대구청의 이번 단속이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만만찮게 일고 있다. 일각에선 부산지역 부동산 시장이 '해운대와 비해운대'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서울 강남과 강북의 갈등과 유사한 위화감으로 사회문제마저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 연제구 A공인중개사 대표는 "벌써 해운대아이파크에서 한달에 몇번은 거래를 해 한몫 챙긴 꾼들은 이미 다 빠졌고, 한두해 뒤에 붙을 프리미엄이 초반에 다 붙어 지금은 조용한 편이다"라며 "실거래가 조사 정도로 투기가 근절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수도권의 '기획부동산' 세력이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뿐 아니라 최근 해운대신도시의 갑작스런 가격 상승에도 관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B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 여러 팀이 해운대신도시에서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해운대신도시 부동산업소들도 덩달아 값을 올리는 데 일조했고, 결국 마지막에 피해는 지역민들이 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의대 강정규 교수는 "최근 해운대의 부동산 열기가 부산 전체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심리적으로 기여를 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며 "이번 조사로 그나마 정상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주변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세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