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시골 우리집 근처에서 이웃집 아지매가 "김양아!", "김양아!" 하고 누굴 부르고 있었다. 김양이라고? 술집도 아니고 옛날 다방도 아니고 무슨 김양! ㅎㅎ 내가 잘못 들은 거다. 사실은 김양이 아니고 김장이었다. "김장아!", "김장아!" 하고 불렀던 거다. 내겐 왜 김양이라고 들렸을까? 과거에 김양과 무슨 ㅎㅎ
김장은 하얀색 예쁜 아기 고양이 이름이었다. 입양한 고양이가 아니고 아기 길고양이가 우연히 이웃집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날이 그집 김장하는 날이어서 김장이라고 이름 지어주고 가족이 되었다고 했다.
김장이는 자주 우리집에 놀러왔다. 특히 집식구를 많이 따랐다. 집식구 발 주위를 빙빙 돌기도 하고 옆에 얌전히 앉아 있기도 했다. 참치캔을 따 조금 주면 그걸 먹고는 우리집 발코니에 앉아 졸기도 했다. "그냥 우리 고양이로 만들까" 하고 집식구와 웃기도 했다. 우리집에서 놀다가도 이웃집 아지매나 아재가 김장아 하고 부르면 쏜살같이 제집으로 돌아갔다.
우리집에 있다가도 우리집을 지집처럼 여기는 까만 길고양이가 보이면 순간 엄청 빠른 속도로 도망을 치고 까만 길고양이는 추격을 했다. 내 영역에 왜 얼씬거려! 하는 것이다 . 잡히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자주 있었다. 그래도 김장이는 우리가 시골집에 오면 어찌 알고는 찾아오곤 했다. 까만 길고양이 없을 때에 말이다.
김장이는 아기 고양이이지만 원래 집고양이가 아니고 야생 고양이라 그런지 자주 집을 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아지매나 아재가 김장아 김장아 하고 찾아다닌 것이었다.
고향 마을에 은퇴하고 이사온 분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 고양이 주인을 따르는 모습이 꼭 강아지 같다. 주인이 걸어가면 주인 주위를 돌면서 따라 다닌다. 이런 고양이라면 한번 길러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4월말 시골집에 오면서 김장이 줄 거라고 치킨도 남겨왔는데 하루가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궁금했다. 김장이가 어디 아픈가? 무슨 일이 생겼나? 아지매한테 물어보니 로드킬을 당했단다. 아지매집은 큰 길 바로 옆이다. 아유 불쌍해.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아팠을까.
오래 전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하얀 고양이가 할머니랑 같이 살았다. 할머니 방에서 먹고 잔 것으로 기억된다. 그 고양이도 도둑고양이 출신이었다. 어느 날 아기 고양이가 할머니를 찾아와 돌아가지 않고 그냥 눌러 살았다. 예전에는 길고양이 등 야생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했다. 아마 먹을 것이 부족할 때 사람 사는 집에 몰래 와서 훔쳐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거다.
그 고양이를 그냥 야옹이라 불렀던 것 같다. 야옹이는 우리집 식구들을 잘 따랐다. 만지고 쓰다듬어도 얌전히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년을 그리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할머니 돌아가신 이후 야옹이가 보이지 않았다. 장례 기간에 잘 돌보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할머니도 야옹이도 김장이도 보고 싶다. 요즘은 왜 이리 보고 싶은 것이 많을까? 어떤 것 하나가 생각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많아진다. 나이들어 가는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