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러시 (6차 모임 후기)

[이정화(소설)]

                   골드러시 (6차 모임 후기)

                                                                                                                 -아 정 (이 정 화)-

6차 모임은 계룡산 갑사였다.

명산으로 유명한 계룡산은 닭의 벼슬을 쓴 용의 형상이라고 한다.

정감록의 기록에 따르면 대찰 갑사는 환난이 없는 땅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선비들이 세속을 떠나, 학문에 정진하며, 은둔 생활을 즐기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6차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 갑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갑사라는 이정표를 따라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오솔길로 들어서자, 수림이 울창한 절경들이 펼쳐졌다. 예로부터 불타는 갑사의 단풍은인구(人口)에 널리 회자되어 왔을 만큼 자연의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루는 곳이다.

숙소에 도착하자, 반가운 얼굴들이 화사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쁜 걸음을 종종거리며 서둘러 왔을 진행자인 강명숙 선생님과, 신민철 선생님, 임현순 선생님, 이경진 선생님은 신태식 고문님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고, 늘 아무 말 없이 한근협의 기록을 담아 사진을 남겨주시는 박용하 선생님과, 이정우 선생님도 재바른 걸음을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수에서 새벽에 출발했을 장현종 선생님과 여전히 동안을 유지하고 있던 반갑기 그지없던 남부원 선생님과도 그동안의 궁금함을 담아 다정한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회원들의 지난 1년간의 기록을 담은 ‘문화의 숲’의 주간을 맡아 밤낮으로 비지땀을 흘리셨던 이 규정 선생님께서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등장하셨다.

워크숍이 시작되려면 아직 2시간이 남아 있었다. 일행 중의 몇은 몰래 빠져 나와 산책길에 나섰다. 어느 산이나, 아름답지 않은 산이 있을까!

하지만 계룡산의 수림은 그 자태가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저녁 산책길에 만난, 갑사의 일주문 앞에 등을 구부린 회화나무와, 앞가지가 삭은 느티나무들, 머리를 산발하고도, 몇 백 년의 비바람을 견뎌 낸 말채나무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오랜 세월을 견뎌 낸 나무의 등걸이 대견스러워 지나온 세월만큼 너른 등에 잠시 지친 몸을 기대었다. 발길을 따라, 오래 묵은 하수오 줄기가 주리를 틀고, 넝쿨이 우거진 산 약의 검붉은 잎이 길게 뻗어 나가는 늦은 오후였다.

산책을 하고 돌아 온 사이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 들고 있었다. 5차 모임에서 진심으로 회원들을 배려해주셨던 고마우신 전태국 선생님이 안동에서 오셨고,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 와주신 새로운 얼굴, 신민효 선생님과 이 호찬 선생님, 안국훈 선생님, 배경환 선생님께서 도착하셨다.

잠시 후, 검정 승용차가 도착하고, 마중 나온 신태식 본부장님과, 함께 우리 모두 어려운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주신 내빈께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민트색의 밝은 셔츠위로 하회탈 목걸이를 멋지게 장식하신 멋스런 그 분은 다름 아닌, 근로복지 공단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신 범농(凡農) 박규채 선생님이셨다. 반가움이 깊어서였을까! 우리 모두 약간씩 붉어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어린아이처럼 해실 거렸다.

중후함이란 결코 무겁기만 한 건 아니란 것을 박규채 선생님을 뵈면서 알게 된 기분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복잡한 특별한 매력을 지닌 그 분은 저절로 미소를 일게 만드는,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단아하고, 그윽한 향기를 지닌 느낌이었다.

워크숍이 시작되고, 조명마저 진중하게 드리워지던 시작과 함께,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사무장 김창환씨의 맛깔스런 진행에 따라,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 번 6차 모임 워크숍은 제 2호 문화의 숲 출판 기념회를 겸한 행사였다.

가장 먼저 이규정 선생님의 공로상 수여식이 있었다. 출판 기념회를 겸한 워크숍의 첫 시작은 공로상 수여식이었다. 이규정 선생님은 전혀 예상치 못한 호명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임원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이 순간을 위해 임원들은 참 많은 고민들을 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규정 선생님이기에, 그 분께, 뭔가 값진 마음을 담아 드리자는 의견이 거론되었고, 그런 회원들의 진심이 서린 마음을 모은 수여식은 행사 중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예의라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그 동안 한근협에 대한 열정을 아낌없이 보여 준 선생님의 노력에 대한 회원들의 절실한 마음이 그기에 담겨진 게 아닐까!

객석 사이로 설렘과 긴장이 흘러 다녔다. 고문님과 내빈들은 격려와 기대를 담은 인사말씀을 해 주셨고, 곧이어 시낭송과 음악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규정 선생님의 풋사랑을 낭송해 주시던 박규채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원로 배우이시며,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역임하시고, 한남대학교와 배재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신 충무로의 자존심이셨다.

그 분의 목소리는 어린 시절 라디오를 통해 듣던 그 목소리보다 더 아름답고 낭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낭송의 멋스러움에 빠져, 나는 다시 한 번 박규채 선생님께서 정말 아름답다는 탄성을 내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선생님의 범농(凡農)이라는 호처럼 농부처럼 욕심없이 살아오신 때문일까! 진심으로 아름다우셨다.

곧이어, 다시 그 분은 자신의 자작시인 ‘금강산’을 낭송하셨다.

마이크를 타고 흐르는 낭랑한 음성과 잔잔함은 실 바람결에 살랑대는 나무이파리가 되어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특히 2연, 3연의 시어들은 청량제처럼 쏴안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중략-

日出峰 月出峰에,봉봉 헤어 일만 이천

골마다 玉流 綠水, 기암 괴석 그 萬物相

철몰라 지낸 시절,생각사록 아쉽고야.

마음 따라 金剛山엘, 오고 가지 못하노라

여읜 母情 그리는 듯,이 가슴에 金剛山아  

(시인: 박규채 선생님의 - 금강산 중에서)

선생님의 자작시를 들으며 선생님의 자작시처럼, 우리 모두 여읜 모정을 그리는 듯, 가슴에 담긴 금강산을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일순 들었다.

골드러시! 열정으로 시작한 모임이었다. 패기와 가슴 떨림, 설렘을 담고! 언제인가 찾게 될 노다지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며 파 들어가는 동안, 갱도의 깊이가 깊어 갈수록 드러나는 것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골이 깊은 웅덩이와 옹고집처럼 단단한 암벽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힘들어하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었다. 신태식 본부장님은 그런 우리를 지켜보며 안타까워 하셨다.

“한 번 해보자. 조금은 지쳐 보이고, 힘겨워 하는 저들의 손을 끌어, 1미터 만, 딱 1미터만 더 파게 해 보자. 여기서 포기하지 않으면, 저들은 분명 자신들의 깊은 내면 바닥에 출렁대는 예술의 금광을 발견할 것이다.”

신태식 고문님의 마음이 그러하셨으리라! 그렇게 우리를 위해, 모험을 하신 것이다. 1미터 아래의 노다지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심어주기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아낌없이 내놓으신 것이다. 고문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고 그렇게 시작된 6차 워크숍이었다.

준비에 가슴을 졸이며, 애타는 마음을 속으로 삼키시던 강명숙 선생님의 눈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가늘고 여윈 어깨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낭송의 진행과 음악 진행을 함께 준비하던 이경진 선생님은 초연한 얼굴로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았고, 늠름한 신민철 선생님은 끝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든든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참을성 있게 회원들을 지켜봐 주던 박용하 선생님은 아픈 몸을 이끌고도 자리를 빛나게 해 주었으며, 꾀꼬리보다 고운 목소리로 아름답게 시를 낭송해 주던 성샘이나 선생님과, 안숙녀 선생님은 오랜 세월 공들인 어여쁜 한 송이 꽃보다 고왔다.

자칭 발라드 가수라던 ‘사이의 코믹한 노래는 우리들의 잔잔하던 가슴을 들끓게 만들었으며, 근로복지 공단의 블라스데이의 진짜 발라드의 음악은 낮은 박수와 함께 들뜬 마음을 봄 햇살처럼 온화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낌없이 우리를 위해 지원을 해 주신 근로복지 공단의 진심으로 고마우신 부장님들과 내빈들을 모시고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많은 회원들의 주린 배와 허전한 마음은 이런 고마우신 분들의 아낌없는 마음을 담고, 차츰차츰 채워져 행복감에 불러오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열정을 쏟아내던 태극전사들의 잘 싸워준 월드컵 경기를 함께 하며, 우리는 “대한민국”을 외치고 또 외쳤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또똑또똑 내리던 비와,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하나 되어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다. 고즈넉한 여름 밤, 산속에서 내리는 빗소리 때문이었을까? 동쪽 하늘에 동이 틀 때까지, 빗줄기를 헤아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을 먹고, 연둣빛 새순이 돋을 것처럼 아름답던 시를 올려주시던 인자하신 안국훈 선생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동학사로 나들이를 갔다. 동학사의 미타암에서 염주를 굴리며 중년의 여인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딱지가 생긴 마음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염주 낱알마다 손가락에 휘휘 감아 쓰다듬으며, 한 알 한 알 굴리던 그 하얀 손가락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녀의 염주 알을 타고, 신태식 본부장님의 염려하는 마음이, 김은배 고문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이규정 선생님의 고분하는 마음이, 강명숙 선생님의 보듬고픈 마음이, 박용하 선생님의 절실한 마음이, 임현순 선생님의 안쓰런 마음이, 우리를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 놓으신 공단 관계자분들의 기꺼운 마음들이 저렇게 간절했을 것이다.

잿빛을 타고 내리는 비 때문일까? 발이 젖어서일까? 아니면 바짓단이 젖어버려서 일까? 그 여인의 간절한 기원이 자꾸만 비가 되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언제나 환하게 웃음을 머금고 우리를 반겨주시는 김은배 고문님께서 점심을 약속하셨다. 고문님의 따스한 마음처럼 담장이 덩굴이 다정한 바람결에 너울대는 전원 찻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식당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 따듯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오랫동안 빗소리를 들어도 좋을 그런 분위기에 취해, 나는 한 동안 비바람에 움직이는 담쟁이 넝쿨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나른한 생각에 잠겨 들었다. 며칠간의 피로가 한 순간에 몰려와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만 같았다. 갈색리본이 달린 왕골 모자를 멋스럽게 쓰고 오신 김정순 선생님의 얼굴에도, 언제보아도 마음에 드는 남종선 선생님과, 김진호 선생님의 얼굴에도 흥분된 웃음이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표고버섯이 듬성듬성 크기대로 들어 있던 도토리 전과, 빈대떡을 시켜 놓고, 감자 수제비를 마음껏 주문하고, 익어가는 백숙을 기다리며, 우리는 다시금 소란스럽게 작별의 아쉬움을 나누기 시작 했다.

워크숍 준비를 위해 애쓰신 분들뿐만 아니라, 문화의 숲을 만드느라, 밤잠을 설치며, 원고를 올려주신 편집위원님들과, 멀리서도 기꺼이 원고를 보내주신 강춘홍 선생님을 비롯 여러 선생님들과, 언제나 포근한 눈길로 지켜봐 주시던 이행록 회장님과, 고건영 선생님, 임태호 선생님, 그리고 비 때문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한 진수 선생님과, 병상에 누워서 지금도 투병 중이신 이재일 선생님의 쾌차를 기원하면서, 진심으로 임원진분들의 마음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대신 전하고자 합니다.

고려 이후 명산에 부여되던 작호로 계룡산은 호국백(護國伯)이라는 작호를 받았다 한다. 작호를 받았을 만큼 계룡산은 명산이었고 지금도 그 명맥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호국백이라는 작호는 없어졌지만 또 다른 형태의 작호로 생각해도 좋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법으로 보호받고, 가보고 싶은 산으로 선망되고 있는 계룡산. 우리의 6차 모임은 그렇게 호국백의 지세만큼  1미터를 향한 간절한 바램들이 깃들어 있던 워크솝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한국 근로 문화 에술인 협회' 라는 로고가 정성스럽게 새겨진 핸드폰 충전기를 만지작 거리며 나는 작은 미소가 조금씩, 조금씩 번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돌아가는 길에 작은 선물까지 준비해 주신 신태식 고문님께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어느새 가늘게 내리던 비는 그치고, 하늘엔 밝은 해가 다시 그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정화(소설)]

글솜씨가 잛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분들게는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 전합니다~

[이규정(소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올려야하겠지만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쉽지가 않군요.

[이정화(소설)]

샘.. 수고하셨습니다!

[문학 강명숙]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한근협의 역사가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이정화(소설)]

더 많은 이야기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무국장김창환]

골든러쉬라~~~조만간 떼돈(?) 벌겠습니다..그려^^...잘~읽었습니다...

[이정화(소설)]

떼 돈? 것 말고....예술의 노다지...우리 가슴 밑바닥에 있는 가끔은 포기하고 싶은 고놈!!

[이경진(음악분과장)]

암튼 참 대단한 실력이세요. 제목부터 남다르시니 ^^

[이정화(소설)]

경진씨~ 진심으로 그날 경진씨와 민철씨 애쓰신 모습 감사했습니다!!

[사무차장신민철]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정화(소설)]

민철씨도 정말 애쓰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