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석달간 35만개 팔아
공동발주. 패티 동일화 등으로
경쟁사대비 가격 1000원 내려
매장 늘리고 가맹사업 추진도
경기 불황으로 '가성비'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가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5만개를 돌파하며 햄버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경쟁사보다 가격을 1000원 이상 낮추면서도 품질은 비슷하게 유지하는 '가성비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푸드는 이 여세를 몰아 매장을 확대하고 가맹 사업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8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노브랜드 버거 판매량이 35만개를 넘어섰다.
지난 8월에 문을 연 노브랜드가 버거1호점인 서울 홍대점을 비롯해 지난 9월 개점한 중화점. 스타필스시티 부천점, 코엑스점 등 매장 4곳에서 버거가 월평균 10만개 이상 판매된 셈이다. 매장당 하루 판매량은 1000~1500개다. 햄버거 업계에서는 매장당 하루 판매량이 1000개 이상이면 'A급실적'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홍대점은 햄버거 주 구매 고객인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많게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어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가성비 버거' '인싸버거' 등 닉네임을 얻으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달엔 모델 한현민이 출연한 '버거송'CF가 2주 만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조회 수 200만 건을 돌파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매장수 증가에도 탄력이 붙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남부터미널점에 5호점을 열었다. 신세계푸드는 이달 말까지 노량진점, 대치점, 고속터미널점, 경희대점 등을 잇달아 출점할 계획이다.
가맹 사업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 제공 시스템에 노브랜드버거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상권에서 여러 타입의 직영점을 운영해 보면서 가맹점 운영에 필수적인 사항을 계속 테스트하는 단계"라며 '가맹점주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과 지속 성장이 가능한 시점이 되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브랜드 버거의 인기 비결은 맛과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다. 업체 측은 메뉴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신세계푸드 종합식품연구소인 '올반Lab' 소속 셰프 20여 명이 3년간 매달렸다. 햄버거의 식감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감칠맛을 내기 위한 최적의 식재료와 조리 방법을 연구했다. 지난해엔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 케이터링 사업을 맡으면서 노브랜드 버거 맛 테스트도 거쳤다. 당시 한끼에 노브랜드 버거를 10개 넘게 먹는 선수도 있었을 정도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 햄버거는 지금 노브랜드버거의 대표 메뉴인 'NBB 시그니처버거'가 됐다.
또 업체 측은 신세계푸드의 식품 유통, 제조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가격을 최대한 끌어내렸다. 노브랜드 버거가격은 단품 1900~5300원, 세트(감자튀김, 음료 포함) 3900~6900원이다. 대표 메뉴인 NBB 시그니처는 단품 3500원, 세트는 5300원이다. 국내 1위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 치즈버거 세트(6200원. 홈페이지 가격 기준)보다 900원 저렴하자. 그릴드불고기버거 세트는 3900원인데, 대표적인 가성비 버거 브랜드인 맘스터치 불고기버거 세트(5200원. 홈페이지 기준)보다도 1300원 저렴하다.
이 같은 가격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공동 발주'다. 노브랜드 버거 메뉴 전체에 들어가는 재료만 약 100가지다. 재료 하나하나를 개별 발주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한 신세계푸드 측은 각 사업부의 식재료 담당자들과 협업해 재료를 공동 발주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식재료 가격을 낮췄다. 또 자체 식자재 공장을 활용해 햄버거 패티는 음성공장에서 직접 만들고, 채소는 이천공장에서 전처리(세척, 절단 등) 된 것을 받아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줄였다.
대부분 햄버거 업체가 메뉴에 따라 다른 패티를 사용하는 반면 노브랜드버거는 10여 종 메뉴 모두 같은 패티를 사용하고, 소스나 추가되는 재료(토마토, 치즈, 채소 등) 로 특색 있는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개발해 패티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