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타는 숲ㅡ17
9. 연하의 남자 카페 야간열차에서 당한 뜻하지 않은 봉변 덕에 미끼를 던질 것도 없이 걸려든 박영준에게 유란이 전화를 건 것은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그가 건네 준 명함에는 미리 알고 있던 삼정개발 기획실 전화번호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영준은 그녀가 으레 전화를 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듯이 거침없이 말했다. "어젯저녁 일 고맙기도 하고 제가 점심을 사겠어요." 유란이 미리 준비해 뒀던 대로 말했다. "점심은 제가 하자고 했습니다. 12시 정각 하이야트 커피 숍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박영준은 그것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명령하듯 제멋대 로 행동하는 청년의 안하무인이 언짢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싫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유란은 곧장 상무실로 건너갔다. 어젯밤의 일은 출근과 함께 그에게 이미 보고 했었다. "12시에 하이야트에서 점심을 하자는데요." 그녀의 보고에 김상무는 애매한 웃음을 입가에 흘리더니, "좋아. 오늘부터는 특별 근무야. 임시로 근무할 사람도 이미 대기시켜 놨으니까 회사에는 신경쓰지 말고 맡은 일 에 최선을 다하도록!" 유란은 처음 납득할 수 없는 말에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알아차렸다. "그럼." 인사는 했으나 그녀는 얼핏 돌아서 나오지 못하고 머뭇거 렸다. 여느 때 같으면 으레 일어서 가까이 다가와 한 번쯤 껴안았을 그가 오늘은 어쩐지 상사다운 근엄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는 게 의아스럽기도 하고 부자연스럽게도 느껴 졌기 때문이다. "시간되기 전에 일찍 나가보도록 해. 결과는 저녁에 내가 집으로 전화할테니까 그 때 보고하고." 머뭇거리는 그녀에게 빨리 나가 보라는 듯 그가 잘라 말 했다. 유란은 엉뚱한 기대감으로 서 있던 자신이 쑥스러워 말없이 상무실을 나왔다. 귀밑서부터 붉어져 오는 느낌으 로 그녀는 얼굴을 푹 수그리고 뛰듯이 컴퓨터실 자기 자리 로 돌아왔다. 박영준과의 약속 시간에 맞춰 회사를 나서기 전 그녀는 화장을 조금 짙게 고쳐 했다. 밤과는 달리 대낮 밝은 곳에 서는 피부부터가 나이를 나타내 준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하이야트 커피숍에 도착한 것은 약속 시간 5분 전 이었는네 그는 벌써 나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굵게 짠 스웨터 위에 쟈켓, 스카프를 둘렀던 밤과는 달리 그는 짙은 회색의 정장 차림이었다. 복장 때문인지, 아니면 밝 은 대낮인 때문인지 그는 이국적인 야성의 사내가 아닌 깨 끗하고 노블한 청년 신사로서 다가왔다. 아무래도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는 그녀를 화식집으로 데려갔다. 달걀찜으로부터 시작 해 튀김과 생선회 등이 갖가지 앙증스런 그릇에 담겨 한 가지씩 나오는 정식은 산뜻하고 깔끔했다. 말없이 식사만 하는 유란을 흘끗흘끗 살피며 박영준이 한 가지씩 질문을했다. 유란이 서른넷이라고 나이를 밝히자 그는 일찍 죽은 자기 누이와 같은 나이라면서 묘한 웃음을 지었다. "결혼하셨겠군요!" 그가 물었다. "아들 아이가 국민학교에 다녀요." 유란의 대답에 그가 다시 한번 묘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저보다 나이 어린 처년 줄 알았습니다. 남편 되시 는 분은 뭘 하십니까?" 별로 실망하는 것 같지도 않은 음성으로 그가 다시 물었 다. "지난 여름 사고로." 말끝을 흐리는 유란의 대답에 그는 뜻밖인 듯 잠시 눈만 껌벅였다. "삼정개발이라는 회사는 무얼 주로 하는 회사예요?" 유란이 분위기도 바꿀 겸 그의 일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말 그대로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개발해 내는 회사 입니다. 무역도하구요." 농담처럼 가볍게 말을 시작한 박영준은 사실 자신이 삼정 개발 기획실장으로 있지만 정확하게 회사에서 무엇을 개발 하고 있는지, 무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 지 못하다고 웃으면서 털어놓았다. 그러나 끝내 자신이 삼 정개발 회장인 박노걸의 외아들이라는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유란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화정밀이 조사한 박영 준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정확한 것이 못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두 사람이 알게 된 까페 야간열차에는 바텐 더로 나오는 미스 민이라는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자주 가 는 편이지만, 아르바이트라고만 말하는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목하 애태우는 중이라고 털어놓고는 유쾌하게 웃 기도 했다. 그의 말투는 세련되고 교양이 있었다. 하기야 외국, 그것 도 전통 깊은 독일에서 몇년씩 뒹군 사람이니 당연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는 부담감없이 얘기를 주고 받았다. "사실 회사원이라는 일에 적성이 맞는 것 같지 않아 고민 입니다." 말은 그랬지만 그는 별로 고민스럽지도 않은 표 정으로 그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원래 정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한국 정계, 특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명분 없는 파벌 정치에 환멸을 느껴 지금은 포기해버 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무 정견을 들어 강도 높은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서여사를 보는 순간 나와 비슷한 외 로움을 가진 여자라고 직감했습니다. 이제 이렇게 만나고 보니 제 직감이 과히 빗나간 것 같지는 않군요." 그것이 그날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박영준이 결론처럼 한 말이었다. 유란이 직장 여성이라는 것은 물론 라이벌인 한 화정밀의 전산실장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박 영준은 그녀를 아파트 앞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갔다. 그의 차가 멀리 언덕 아래로 사라져가는 걸 지켜보며 그 녀는 모처럼만에 상큼한 시간을 보낸 것처럼 머리가 맑고 상쾌했다. 지난 며칠 동안 분주했던 일들과 긴장으로 피로해 있던 몸이 모처럼만에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차가운 날씨쯤 아 랑곳없이 아파트로 올라가는 길을 천천히 걸으며 그녀는 앞으로 김상무의 지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 생 각했다. 지금까지의 진전으로 보아 일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 될 것 같았다. 사흘 후 다시 만나자고 하던 그의 말을 떠올린 그녀는 그 때는 오늘보다 훨씬 친밀한 교감을 서로에게 느낄 것 같은 예감으로 가슴을 설레었다. 박영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단 두번의 만남일 망정 그 만큼 열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아무리 좋기로서니 본래 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그녀를 강하게 압박 해 왔다. '내가 어려울 때 위로해 주고 도와준 분이야, 상무님은. 나뿐만 아니라 죽은 남편에게도 그는 더없이 고마운 분이 셨어. 그 분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해!' 처음 일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결심을 그녀는 새삼 다짐 했다. 직원들은 제본소에서 마악 도착해 아직 풀기가 배어 있을 듯싶은 새달호 잡지를 검토하듯 한장 한장 넘기고 있었다. 지글지글 항상 시끄럽게 느껴지던 사무실이 드물게도 고요 했다. 대충대충 잡지를 훑어본 강석현은 웬지 머리도 어수선하 고 할 일도 별로 없고 해서 책상서랍 정리를 하기 시작했 다. 얼마 전부터 연말이 되기 전에 한 번쯤 비워 정리하리 라 생각했던 일이기도 했다. 맨밑 서랍부터 뽑아내 책상 위에 쏟아놓고 필요한 물건과 필요 없는 것들을 구분하면서 석현은 막연히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 때 문득 형수 유란의 말이 떠올라왔다. "도련님은 연애도 안 하세요?" 조금 일찍 퇴근을 한 어제 저녁 오래간만에 세 식구가 함 께 식사를 한후 과일을 깎아 먹는 자리에서 유란이 문득 석현에게 물었다. "예? 연애요?" 그녀의 갑작스런 질문에 석현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아직 까지 연애 감정에 빠질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고 또 그런 대상이 특별히 없기도 했었기 때문일까? 석현은 그 문제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괜찮겠다 생각했던 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용기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어떤 여자였는데." "그저 평범한 처녀들이었어요." "적극적으로 해보지 그러셨어요? 이제 장가도 드셔야 할 텐데." 나이 서른이 지났으니 스스로도 때가 지났다고 생각되었다. "내년부터는 직업적으로 찾아 나설까 봐요." 석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정도면 두 손 들고 쫓아오는 여자들도 많을 텐데 요, 뭘!" 유란이 석현을 부를 때의 호칭은 삼촌이기도 했다가 도련 님이 되는가 하면 때로는 석현씨 하고 부를 때도 있었다. 석현은 평소 거만하고 잘난 체하는 형수가 못마땅할 때도 많았지만 남들앞에서는 어쩐지 으쓱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가 여태껏 연애를 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아름다운 형수가 바라는 여성의 기 준이 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도련님, 혹시 연상의 여인 좋아해 본 일 있으세요?" 잠시 TV 화면에 시선을 빼앗긴 듯 말이 없던 유란이 불쑥 물었다. "예? 연상의 여인요?" 이건 또 무슨 뚱딴지냐 싶은 듯 석현의 눈이 커졌다. "네, 연상의 여인이요." "글쎄요. 경험은 없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요." "결혼도 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유란이 한 걸음 다가앉듯 다시 물었다. "마음에만 든다면 결혼하는 데 그까짓 나이가 문제겠어 요? 여자인 경우 자기 아버지 만큼이나 나이 차가 지는 남 자에게도 시집을 가는데." "남자와 여자는 다르잖아요." "형수님도 생각보다 고루하군요." 석현은 비스듬히 마주 앉은 유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30 대 중반에 들어서는 중년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는 아직 때가 묻지 않은 매력같은 것이 풍겨나고 있었다. 몇 달 전보다 많이 여윈 그녀는 그 때문에 얼굴 윤곽이 한 층 뚜렷하고 청순해 보였다. 유란은 그 이상 얘기를 잇지 않았었다. 시동생의 결혼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다가 왜 갑자기 연 상의 여인을 들먹인 것일까? '그렇다면? 형수에게 혹시 연하의 남자라도 생겼단 말인가?' 주고 받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쳐 버렸지 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느낌이었다. 형수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다. 처음 극장에서 목격했던 형수의 행위는 역겹고 혐오스러 운 일이었다. 그러나 불의에 남편을 잃은 30대 여인의 허전함과 그 생 리적 욕구를 생각할 때 이해해야만 될 일이라고 스스로에 게 타일렀다. 그것으로 슬픔과 외로움을 이길 수만 있다면 경멸하거나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어젯밤 주고받은 말들을 곰곰 생각해 보니 필경 형수 본인의 얘기를 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극장에서의 그 남자가 연하의 상대라는 말이 된다. 결과가 그렇게 된 다면 아무래도 용서되지 않을 것 같았다. '왜 하필 애숭이들하고!' 생각할수록 죽은 형에 대해 모독적인 일이었다. 착실하고 서로 어울리는 독신 남성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 다면 막을 이유도 반대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연하의 사내와 어울려 다닌다면 그것은 불건전하고 불결한 관계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치받쳐 왔다.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는 작자이길래 저보다 나이 많 은, 그것도 아이까지 있는 중년 여인을 꼬여낸단 말인 가? 알지도 못하는 상대를 상상해 가며 분통을 터뜨리던 석현은 문득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정신을차렸다. "네, 트레벨 레접니다!" 앞쪽에 앉아 있던 김명규가 상체를 길게 빼고 그의 책상 위의 수화기를 집어들며 눈을 부릅떠 보였다. 강석현은 깜 박 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갔던 자신을 추스리며 책상 위에 잔뜩 쏟아 놓은 서랍 속의 물건들을 한 가지씩 정리했다. 순식간에 헝클어졌던 머리도 함께 정리했다. 그러는 사이 어쩌면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를 형수의 말 한 마디를 갖 고 비약을 거듭하고 분노를 터뜨렸던 자신의 성급함이 돌 이켜지며 새삼 웃음이 터졌다. 필요한 것보다 버릴 것들이 더 많은 서랍 속 물건을 정리 해 나가다 석현은 비닐 봉투에 든 사진 몇 장을 집어들었 다. 조운관광 미스 심에게 빌려 복사확대한 일본 여인의 사진이었다. 다른 것은 다 정리해 넣고 그 사진만 책상 위 에 남겨 놓았다. 이제 와서 새삼 살펴보니 사진 속의 여인이 보통 이상으 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만하면 형의 관심을 끌 수도 있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눈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동양인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인 눈이었다. 그 눈과 마주쳐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사진 속의 여인도 자 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우수가 깃든 듯 그 윽하다가도 무엇인가를 노려보는 듯한 매서운 눈으로도 보 였다. 아마도 형 무현은 훨씬 이전에 관광객으로 왔던 이 일본 여인과 만났을 것이다. 그의 일본어 실력 정도라면 이 여 인과 대화가 통했을 것이고 그러다 깊은 관계에까지 빠졌 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유부남과 일본의 유부녀. 석현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제멋대로 생각을 뻗쳐 나갔다. 그런 생각 때 문인지 사진 속의 여인의 눈이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만일 이 여인이 형의 갑작스런 죽음을 안다면!' 석현은 얼핏 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다. 12월 22일. 잡 지사의 연말연시 휴가는 사실상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 다. 다음 달호 책임 기사도 모두 마감시켜 놓은 상태이다. 앞으로 열흘쯤은 마음만 먹는다면 연휴처럼 쉴 수 있는 시 기이다. 그는 문득 이번 기회에 일본으로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지난번 보낸 편지의 회답이 올 때가 되 기는 했다. 그러나 회답은 결코 올 것 같지 않은 예감이었 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여인을 직접 찾아가 형의 죽음을 알리고 그 반응을 보고 싶었다. 만일 예측했던 대로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간 작은 사연이 라도 있다면 그것을 글로 엮어 일본인들의 한국관광 붐에 맞춘 특별 르포기사로 잡지에 실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내일 모레면 1년에 한번 나오는 상여금도 지급된다. 장가 갈 밑천쯤 직접 모으도록 하라던 형의 말을 쫓아 차곡차곡 넣어둔 예금도 어지간히 되었다. '그래! 한번 해 보는 거야.' 석현은 손에 쥔 여인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오후 시간을 이용해 조운관광의 송실장을 찾아간 석현은 여권수속을 부탁했다. "취재 여행입니까?" 오오사까에 관한 자료를 구하던 석현을 기억하며 송실장 이 물었다. "네, 자료가 빈약하기도 하고 여행을 직접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석현도 그렇게만 말했다. 여행사의 업무는 매우 바쁜 것 같았다. 연휴를 이용한 일본 관광객이 몰려오게 되어 있어 그들을 맞을 준비는 물론 일본으로 여행하려는 내국인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실장과 헤어져 밖으로 나오던 석현은 뜻밖에도 마침 들 어서는 미스심과 마주쳤다. "어, 미스 심! 오랜만입니다." "어머나!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오셨어요?" 안내원 제복이 퍽 어울리는 아가씨였다. 모자를 접어 두 손으로 모아쥐고 선 모습이 무척 발랄해 보였다. "미스 심 만나러." "아유 고마우셔라. 저같은 걸 다 찾아오시다니!" "빚을 갚아야지요." "제가 언제, 뭘 빌려 드렸나요?" "아 왜, 지난번 그 사진에 관한 건 있지 않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