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사람들은
각기 저마다의 삶을 위해 살아가는
이 시대의 그저 평범한 이웃이자
내 동료이자 내 가족 내 친구이다.
그 속에는 나도 있다.
찬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던 낮..
작은 박스 하나가 도착했고, 그 안에는
그동안 얼마나 잡고 놓고 다시 잡았는지
셀수 조차 없을 추억의 동그란 버스 손잡이가
들어있었다.
어느새인가 시내버스의 상징이었던
도너츠 모양의 동그란 손잡이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된 듯하다.
레트로 감성이 가득히 묻어난 추억의
까만색 둥근 손잡이 두 개..
참 세상 좋아졌다.
이젠 손잡이도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손잡이를 가만히 들고 이리저리 만져보니
털털거리며 달리던 낡은 버스속에서
손잡이를 잡고 가던 학창시절
이런저런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듯
지나간다.
동대구역에서 영천으로 가던 비둘기호 동차에서
동대구역에서 화산역가기위해 오른
비둘기호 열차에서도 저런 동그란 손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기차의 진동에 출렁이듯 춤을 추던 모습..
어린 시절 그 동그란 손잡이 한번 잡아 보려 해도
고사리손 에게는 절대로 잡히지 않던 야속한 손잡이..
달성국민학교에서 효목주공아파트로 가기위해
그 당시 유일하게 효목주공 후문을 지나가던
칠곡피부병원/북부정류장을 출발해
효목주공후문으로 가는 26번 버스에 올라
대구역 칠성시장 파티마병원 동대구역
동부정류장들어갔다가 다시나와 가파른
내리막길 내려서 동신네거리방향으로 가다가
만촌동 동원초교 방향으로 급 좌회전을 하여
다시 무열대입구 3거리로 나와 청기와주유소를지나
경부선 철길과 담장 하나를 두고 반대편은 효목주공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하고 26번은 다시 이길을 지나
동부정류장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왔던길을 되짚어
고속터미널을 지나 북부정류장 아니면
칠곡 피부병원까지 되돌아간다.
청기와주유소를 지나 철도변도로에
26번 버스가 들어서면 엄마는 나를 일으켜
내릴 준비를 한다.
그때 난 장난기 발동해서
폴짝 뛰면서 버스 천정 높이 걸린 둥근 손잡이를
잡아 보려다가 이내 안내양 언니한테
야단맞는다.
그땐 버스 안내양 누나는 곧 군기반장이자
질서 유지하는 선도부 역할까지 하는
어린 내겐 다정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당연히 엄마도 안내양 누나가 내게 혼을 내어도
거기에 관여하지 않으셨다.
내 세대들에게는 그것이 낯설은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절 버스 안에서 장난치거나 떠들거나
새치기하면은 아무리 부모가 옆에 있어도
그 자리에서 안내양이 야단을 치거나
주의를 주는 건 당연한 거였고, 부모님들도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던
그런 시절이었다.
후훗,,요즘 같으면 어디 상상이나 하겠나?
지금 안내양 누나가 아이들에게 나에게 하듯
주의를 주었다면 바로 그 자리서
니가뭔데 내 자식한테 이래라 저래라하냐며
난리부르스가 났을것이고 맘카페와
온라인공간에 그 안내양은 매장수준으로
익명의 공격을 받았겠지..
요즘은 학교 선생님이 한 소리 하거나
살짝 훈육의 목적으로 쥐어박아도
메인 뉴스에 나오는 웃기는 세상 아닌가?
훈육한다고 교실찾아와 선생님 멱살 잡고
선생님을 되레 두들겨 패는 부모들이 낯설지 않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그땐 어린 마음에 얼마나 저 동그란 장난감처럼 생긴
손잡이를 잡아 보고 싶었던 가..
엄마가 아빠가 너는 어른이 되어야
저거 잡을 수 있어라고 했는데..
그 어린 꼬맹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곧 50이란 나이를 조만치 앞에 두고 있다.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 졸업한 직후 하늘나라로 멀리
떠나버리셨다.
엄마도 아빠도 나와 동생을 위해
얼마나 많이 저 손잡을 잡고 집과 삶의 터전을
오고 가셨을까..
엄마도 아빠도 나와 동생을 위해
얼마나 많이 저 손잡을 잡고 집과 삶의 터전을
오고 가셨을까..
이젠 추억의 소품이 되어버린
동그란 버스손잡이..
차차 시간이 허락하면 래트로분위기로 방안을
공간을 꾸며볼 생각이다.
지금은 손잡이 2개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다양한 모양의 손잡이로
공간 하나를 시내버스 테마로
꾸며볼까 한다.
아련한 내 추억이 담긴 소품들과 함께..
손잡이는 오늘도 버스 지하철 기차에서
누구나 손을 내밀면 기꺼이 그 손을 잡아준다.
저 작은 손잡이도 제 역할에 충실한데
정작 어렵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할
손잡이가 되어야 할 높은 데 있는 인간들은
저 한 개당 7800원짜리 손잡이만도 못한
쓸모없는 세금만 축내는 버러지들 밖에 안되는구나..
첫댓글 공감이 되고 또 예전에 모습들이 생각나네요 오랜만에 쓰신 글 잘 봤습니다
오랜만에 추억의 글 반갑습니다.저도 동그란 추억의 손잡이가 생각나네요.
현대 RB520 모델은 아이보리색의 둥근손잡이, 이후 모델은 검은색 둥근손잡이
대우 BS105 초기형은 파란색 둥근손잡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