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수는 첫 번 째 수필집이 나온 6년 뒤인 2002년에 두 번 째 수필집 ‘출구의 반란’을 출간했다. 시기적으로는, 오랜 공직 생활에서 정년을 생각해야 하는 공직생활의 후기라고 할 시기이다. 여기에 실린 수필은 그의 공직생활과 연관이 깊다. 고향을 떠난 후의 도시 생활은 그의 공직생활과 직결된다. 어쩌면 유년기를 보낸 고향에 대한 향수심리는 상상의 차원이라면, 이 책에 실린 수필은 도시에서 보낸 현실의 삶이다. 현실의 삶을 반영하는 그의 의식세계이다. 대체로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다. 말하자면 이것이 그의 수필세계이다.
그가 말하기를 안동에서 보낸 세월이 15년이지만, 대구의 대명동에서 보낸 세월은 20년이다. 그래서 대명동도 고향이라고 말한다. 안동에 대한 향수심리에서 시작하여 대명동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이 그의 의식이, 그의 수필세계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고향 안동에서 보다 더 오래 살아온 도시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왜냐면 대명동에서 안동처럼 향수심리라기 보다는 애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시생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 잔혹한 범죄의 현장이고, 매말라가는 인심, 길거리를 설치고 다니는 반려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것은 도시문명의 비판이라고 하겠다.
이것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에서도 나타난다. 선생님에 대한 그의 인식을 보면, 그의 가치관을 또렷이 볼 수 있다. 왜냐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점차 옅어져 가는 것이 오늘이기 때문이다. 정년이 되도록 도시에서 살았지만, 그의 의식세계는 고향에 대한 향수심리와 더불어 전통적인 가치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선생님이란 호칭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그때 느꼈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반평생을 살아온 지금도 변함없다.”
공직 생활을 할 때는 거의 들어보지 못하였던 선생님이란 호칭을, 글을 쓰면서 문인들로부터 ‘선생님’이란 호칭을 듣고 흐뭇하였던 기분을 표현하였다. 최중수의 이런 표현도 그의 글에 소리없이 흐르고 있는 향수심리와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향수심리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그리는 욕망이라고 하였다. 안동댐에 수몰된 월곡면이며, 무정차 버스로 지나치기만 해야 하는 남선면 이야기도 현실의 도시 생활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리라. 그러나 ‘무정차’임을 말함으로 갈 수 없는 곳임을 말한다. 현실에 적응하여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최중수의 것만이 아니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욕망이기도 하다.
이 수필집에 많은 이야기를 제공하는, 그의 실제의 삶을 보자.
그는 50대가 되면서 공직을 마무리 할 시기를 앞두고, 시골이나 다름없이 산이 있고, 물이 있고, 그리고 조용한 가창 정수 사업소로 자리를 옮긴다. 이것도 자신의 향수심리를 달래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 그의 연작 수필인 ‘산따라 물따라’를 보면 다분히 향수심리로 읽어진다. 물론 수도 사업소를 직장으로 하였으므로 그의 인생은 물과는 뗄레야 뗄 수 없다. 그러나 낙동강이 흐르고, 나중에는 안동댐이 들어선 곳을 고향으로 두었으니 그의 마음에서도 물은 뗄 수가 없다. 산과 물은 자연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그의 수필은 앞산 자락에 살면서 앞산을 사랑하고, 자주 오른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퇴직 후의 글에도 앞산이 자주 나온다. 그의 향수심리를 앞산이 채워준다. 이외에도 연작 수필에 악몽과 투병기가 있다. 악몽 연작에 그랜져에 사고를 당하는 여학생 이야기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반려견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 악몽 연작에는 사회비판의 의미가 나타나 있다. 투병기는 노년이 되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투병기를 연작으로 쓴 것은 최중수도 이미 노년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노년기에는 나만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아들들이 성인이 된다. 누구나 노년이 되면 아들 이야기가 한 꼭지를 차지한다. 임플란트 이야기도 나오고 ------,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을 최중수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향가는 연습’에서도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그때의 가족은 부모나, 형제, 외갓집이지만, ‘출구의 반란’에서는 아들 등, 나의 가족 이야기를 한다. 아 참, 출구는 인생의 시작점과는 반대인, 끝나는 지점의 상징어이다. 아마도 최중수는 그의 정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닌지 모르겠다(수필에서는 신체의 부위를 말하지만). 대명동 집의 이야기는 아내,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주로, 가족의 구성원이 바뀌어서 나타난다.
수필집 ‘출구의 반란’은 정년의 나이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실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바닥에 흐르는 감정은 향수 심리이다.
나는 그가 수필가로서 쓴 작품 중에 비교적 초기 작품에 해당하는 ‘고향가는 연습’과 ‘출구의 반란’을, 대강이나마 나의 시각으로 읽기를 하였다.(내 글이 작가의 의도에 어긋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독자 우선 주의’가 힘을 싣고 있으니 작가님이 아량을 베푸시기를)
그의 초기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은
첫 번 째 수필집이 두 번 째 수필집보다 수필로서의 형상화가 더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두 번 째 수필집의 글은 수필로 형상화하기 보다는 평상시의 삶을, 나의 생각을 기록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첫댓글 와~우~ 최중수 수필가님은 인간순수 그 자체...
이런 분이 공직에 계셨으니 우리가 오늘의 부유함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최중수 선생님의 수필은 그의 삶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ㅎ.. ^^*...
야웅 선생님 고맙습니다.
과찬을 에너지 삼아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