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에 사또 도련님을 찾으니
방자놈 급히 나와 도련님 전 문안 후에
"여보 도련님. 사또께옵서 꾸중 났오!"
도련님 놀래여,
"여봐라 춘향아 내 잠간 다녀오마."
정신없이 들어가 사또전 문안하니
사또 보시고 전과 달라 몰라 보게 생겼는지라.
사또 대로하사,
"근래 어디를 갔더니?"
"글 흥이 과도하와 각처 경개를 구경차로 다녔나이다."
사또 더욱 진로하사,
"경개 구경하면 무엇하니?"
도련님이 여쭈오되,
"자고로 문장이 산수에 놀았기로 고인을 사모하였나이다."
"잔말 말고 내일 내직 내행 모시고 올라가거라! 서울서 동부승지 유지 내려왔다."
도련님 기가 막혀 먼 산 바라보며 하염없는 눈물이 옥면에 가득한 지라.
☆☆☆
사또 대로하사,
"이자식 부형이 말하는데 왜 우느니?"
"총망중에 깜짝 놀래어 눈물이 자연 울지 아니하여도 흐르나이다."
사또 어이없어,
"허, 그 자식 내가 남원을 일생 살듯하였더냐?"
도련님이 부교를 거역지 못하여 책실로 돌아와 곰곰 생각하니,
만사에 뜻이 없고 가슴이 답답하여 눈물을 걷우고
대부인전에 들어가서 무심하고 눈물만 흘려노니 대부인이 보시고,
"아가 웬 일이냐? 아버지께셔 꾸중하시더냐?"
"아니지요. 데려갈 것 있소."
"무엇을 데려 갈난야?"
대부인이 눈치 채고 대로하사 꾸중하시니
도련님이 두 말도 못하고 춘향한테 이별차로 나오면서 생각하되
데려갈 길 바이 없어 춘향의 집 들어가 앉으며 울음을 정신 없이 울거늘,
이때 춘향이 도련님 채우려고 금낭에 수 놓다가 놀래어 물으니
아무말도 못하거늘, 춘향이 도련님 거동 보고,
"어인 일잇가? 이러한 경사에 과도이 싫어 마옵소서."
위로하니 도련님 하는 말이,
"내 경사를 놀람이 아니라 그러한 일이 있도다." 하니
춘향이 대왈,
"무슨 일이 있나잇가?"
이도령 탄식 왈,
"너를 두고 갈 터이니 그런한 연고로다."
☆☆☆
춘향이 이 말 듣고 안색을 졸변하여 왈,
"당초에 우리 만나 맹약을 어떻게 하였슴나?
못함나니 가망 없고 무가내제. 날 죽이고 가지 살리고는 못 가오리."
이도령 하릴 없어 춘향을 달랜 후에 책방에 돌아와 동원에 들어가 사또께 뵈온데 사또 말씀하되,
"급히 내행을 모셔 치행을 바삐 하라!"
이도령이 말씀 듣고 내행 모셔 오리정으로 나가니라.
이때 춘향이 이별주 차릴새 풋고추 저리김치 문어 전복 곁들여
환 소주 꿀물 타서 상단에게 들이고 세대삿갓 숙여 쓰고 오리정으로 나가 이도령을 기다릴새,
이때 이도령 나와 춘향과 이별할 제,
이별이야, 이별이야, 청강의 원앙새 놀다 떠나간듯하고
광풍의 날린 봉접 가다가 돌치난듯 석양은
재를 넘고 정마는 슬피울 제 나삼을 부여잡고 한숨질 눈물지니,
이도령 이른 말이,
"그린 사랑 한테 만나 이별 말자,
백년 기약 죽지 말자, 한테 있어 잊지 말자,
처음 맹세 일조에 이별할 줄 어이 알리."
춘향이 거동보소.
아미를 나직하고 옥같은 두 귀 밑에 진주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별주 가득 부어 이도령님께 권하면서,
"첫째 잔은 인사주요
둘째 잔은 근원주요
셋째 잔은 이별주오니
부디부디 백년언약(百年言約) 잊지 마오."
☆☆☆
이도령 이른 말이,
"오냐 춘향아 부디 잘 있거라."
춘향이 여짜오되,
"도련님 경성에 올라가셔 절대가인 미색들과 영웅호걸 문장들 데리고
밤이면 가무하고 낮이면 풍악할 제 날같은 천첩이야 손톱 만치나 생각할가?
날만 날만 데려가오!
우리 둘이 만날 적에 일월로 본중 삼고 산천으로 증인 삼어 떠나가지 말잤더니 간단 말이 웬 말이요.
죽어 영이볕은 남대로 하려니와 살어 생이별은 생초목에 불이 붙네.
날만 날만 테려가오! 쌍교는 금법이요 독교는 내가 싫소.
어리렁 청청 걷는 말게 반부담 정이 지어 날 데려가오!"
이도령 이른 말이,
"울지 말고 잘 있거라. 네 울음 한 소리에 이 내 일촌간장 다 녹는다.
내 너 데려 갈 줄을 모르랴마는 양반의 자식이
하방에 천첩하면 문호에 욕이 되고
사당 참례 못하기로 못 데려 가나니 부디 부디 좋이 있거라.
어린아히 너무 울면 목도 쉬고 눈 붓어라.
울지 말고 좋이 있거라. 수이 다녀오마."
이러틋이 이별할 제, 방자놈 거동 보소. 와당 퉁탕 바삐 와서,
"아나 이얘 춘향아! 이별이라 하는 것이 도련님 부디 편이 가오.
오냐 춘향 네 잘 있거라.
이것이 어째 날이 기울도록 이별이란 말이 되단 말가?
단삼 초에 사또 알으시면 도련님 꾸중 듣고
나는 곤장 맞고 너의 늙은 어미 형문 맞고 귀양 가면 네게 유익하리오?
아서라 울지 말고 잘 있어라." 하며
나귀를 채 쳐 몰아 이 모롱이 지내여 저 모롱이 지내여 박석티 를 넘어서니
요만큼 보이다가 저만큼 보이다가 밤지내를 지내어 가뭇없이 올라가니,
춘향이 할 일 없어 잔디를 와드득 와드득 쥐여 뜯으며 울 제, 춘향어미 거동 보소.
"업다, 이년아.
우리는 너만때 행차의로 이별을 여러번 하였으되 저대지 하여본 일 얼다."하니,
춘향이 대답지 아니하고 할수 없어 상단이 데리고 집에 돌아와
그날부터 단장을 전폐하고 독수공방 홀로 앉어 이별시를 지어 벽상에 걸었으니, 그 시에 하였으되,
"복의 군신 이별 호지의 모자 이별 역로의 형제 이별 운수의 붕우 이별
이별마다 섧건마는 님 이별 같을소냐?
녀자몸 생길 제 이별조차 타고 난가? 이별이야 이별이야!"
이매 사또 났으되, 자학골 막바지 변학도라 하는 양반이 있으되
성정이 혹독하여 음정이라 하면 범연치 아니 하더니,
이때 남원부가 색향이단 말 듣고 염문하여 춘향의 어진 이름 반겨 듣고
마음을 진정치 못하던 차에 남원부 하인이 현신하거늘 사또 이방 불러 분부하되,
"네 고을에 양이가 있단 말이 옳으냐?"
이방이 여짜오되,
"소인 고을에 남창에 염소 있고 한량 못된 잘양도 있삽고 고양이도 있삽나이다." 하니,
사또 대로 왈, "그 양 말고 사람 양이 없느냐?"
이방이 다시 알외되,
"소인 골에 안양이란 기생도 있삽고 난양이란 기생도 있삽나이다."
사또 더욱 대로하여,
"네 고을에 일정 양이란 기생이 그 뿐인다?"
이방이 알외되,
"월매 딸 춘향이란 기생 있으되 구관사또 자제 이도령님과 백년언약 맺어 수절하나이다."
사또 춘향이란 말을 듣고 내심에 대희하여 하는 말이,
"어허, 그러하면 춘향이 평안히 계신냐?"
이방이 알외되,
"무고히 있나이다."
"그러하면 이제 치행차려 명일에 득달 못할가?"
이방 알외되,
"천리마 있으면 금일내 득달하려니와 천리마 없아오니 대죄하나이다."
"그러하면 행차를 급히 차리라."
이방이 청령하고 차릴 적에
구름같은 별연 독교 좌우 청장 놉히 괴고 일산 우산은 일광을 가리웠고
남대문 밖 썩 나셔 칠패 팔패 배다리 건네어 저룬 궁중 진정마 권마성이 서뚜하다.
하인 호사 보소.
이방 수배 감상 공방은
한산 모시 청직령에 걸는단을 좋은 말게 가진 부담 지어 타고, 통인 한쌍 호사 보소.
성천주 부산 배자 체도 있게 지어 입고
유문 항나 허리띠에 왜청 우단 도리 낭자 당팔사 가진 매듭 맵씨 있게 뀌어 차고,
갑사 쾌자 남전대 띠를 띠고 착전립이 새가 난다.
도군로 호사 보소.
산수 털벙거지 남일광 안을 바쳐 갑사 갓끈 달아 쓰고,
은색 수주 누비 돌지 양색단 등거리 남색 수건을 옳게 달아 어깨 위에 펄렁펄렁,
소리 좋은 왕방울은 걸음을 따라 얼그렁 덜그렁,
도사령 거동 보소.
홍철릭에 홍광단 띠를 띠고
치같은 공작이를 요동치 않게 달아 쓰고 일산 밑에 갈라서서 호기 있게 내려온다.
감영에 들어와 객사에 연명하고
영문에 잠간 다녀 이 날 오수에 숙소하고 도임차로 육방관속 차례로 시위하고
사십명 기생은 채의단장 착전립에 쌍쌍이 말을 타고
전후좌우로 시위하고 군악사령 긴 소래 반공에 놉히 난다.
"하마포대 포수 방포 일성하라."
"에이!"
"퉁텡!"
사또는 백성에게 무섭게 하느라고 눈을 둥글둥글,
객사에 연명하고 동헌에 좌기한 삼일 후에 육방하인 점고 받고,
"기생점고 바삐 하라!"
호장이 기생안 책 펴어놓고 호명을 부르는데,
"우후동산명월이"
들어을 제 자주 당혜 끌면서 얌전하게 들어오더니 공수하고,
"나오."
"남산 봉황이 죽심을 물고 벽오동에 길드리니 산수지영의 백청지장이라.
기불탁수 굳은 절개 만수문전의 채봉이."
"나오."
채봉이가 들어오는데 홍상 자락을 걷어다가
세류흉당에 딱 붙이고 아장아장 이죽거려
가만가만 들어오더터 점고 맞고 좌우진퇴로 나아 간다.
☆☆☆
사또 보시더니,
"여봐라, 조사 부르라!"
호장이 분부 듣고 넉자 화두로 부른다.
"운담풍경은 근오천에 양유편금의 앵앵이."
"예. 등대하왔소."
"죽실찾는 저 봉황 소상강변 날아드니 훨훨 헛쳐 중엽이"
"예. 등대하왔소."
"송하의 저 동자 묻노라 선생 소식, 수십 청산의 운심이."
"예. 등대하왔소."
"월중의 놉히 올라 계화를 꺾어내니 애절이."
"예. 등대하왔소."
"차문주가 하처재오. 목동요지 행화."
"예. 등대하왔소."
"아미산 월반륜추에 영입평강 강선이."
"예. 등대하왔소."
"오동 복판 거문고,타고나니 탄금이."
"예. 등대하왔소."
"팔월부용 군자용 만당추수 홍연이."
"예. 등대하왔소."
"주홍당사 갖은 매듭 차고 나니 금낭이."
"예. 등대하왔소."
"이 산 명월 저 산 명월, 양산 명월이 다 들어왔느냐?"
"예. 등대하왔소."
☆☆☆
사또 다시 분부하되,
"한참에 근 이십명씩 불러라!"
호장 분부 듣고, 자주 부르는데,
"양대선이 , 월중선이."
"예, 등대하왔소."
"금선이, 금옥이, 금연이.
"예. 등대하왔소."
"농옥이, 난옥이, 홍옥이."
"예, 등대왔소."
사또 분부하되,
"기생점고 다하여도 춘향이 어이 없단 말이냐?"
호장이 여짜오되,
"구관사또 자제와 백년기약 맺어 수절하여 있삽내다."
사또 진노하여,
"제가 수절하면 우리 마루라는 기절할가? 이제 바삐 부르라!"
방울이 덜넝 사령이,
"예, 춘향을 바삐 부르라!"
☆☆☆
사령놈 하는 말이,
"걸리었다. 걸리었다. 춘향이가 걸리었다.
조을시고 조을시고 양반 서방 얻었노라 하고 도고함도 도고하고 도량터니."
춘향이 벌써 저 잡으러 온 줄 알고 문을 열고 내다라,
김번수며 이번수의 손을 잡고,
"이리 오소. 이리 오소.
이번 신연 길에 노독이나 아니 나 계신가?
도련님 서간 한장도 아니 오던가?"
방으로 드려 앉히고 주찬으로 대접하고 온 연고를 물은데,
"신관사또 분부 모시고 너를 잡으러 왔으되 너를 보니 잡아갈 길 전혀 없다."
한데, 춘향이 궤를 열고 돈 닷냥을 내어주며 왈,
"가다가 한 때 주채나 하고 가소."
사령등이 술을 취케 먹고 돈 받아 요하에 차고 주정하며 하는 말이,
"너의 죄는 우리가 당하마.
곤장에 다갈 박아 치며 태장에 바늘 박아 치랴." 하고, 들어가 알외되,
"춘향 잡으러 갔던 사령이옵더니 알외나이다.
춘향을 잡으러 갔삽더니 어제 죽어 그저께 초빈하였삽더이다."
☆☆☆
또 한놈 알외라 호령하니, 또 한 놈이 다시 알외되,
"춘향이 집에 가니 춘향이 돈 닷냥과 술을 많이 주옵기로 먹삽고 참아 잡아오지 못하와
그저 오다가 그 돈으로 술 사 먹고 재전이 다만 양 두돈 오푼이오니
이놈이나 사또 쓰시고 소인의 택으로 그만저만 마옵소서."
사또 대노하여,
"저놈들을 일변 질욕하옥하고 춘향을 바삐 잡아 대령하라!"
호령한데, 청령사령 거동 보소. 썩 내달아,
"춘향아 바삐 가자서라."
춘향 할 수 없어 수절하던 그 태도로 들어가 청령하니,
사또 춘향을 보고 바삐 오르라 하신데 춘향이 대답하여 알외되,
"무슨 분부온지 알어지이다?"
"네 무슨 잔말하느냐! 어서 바삐 오르거라!"
춘향이 올라가 앉으니 책방의 목낭청을 부르니 낭청이 들어와 앉거늘 사또 이른 말이,
"자네 알거니와 평양감영 갔을 제 저러한 어여쁜 아희 보고 한 손에 돈 두 푼도 주었제?
그 아희 매우 어여쁘제?"
낭청이 대답하되,
"그 아희 어여뿐이다."
"저 아희 일식이제?"
낭청이 대답하되,
"제 일색이요."
"자네 왜 나의 하는대로 하는가?"
"예, 나의 하는대로 하옵니다."
"어, 그것 고이한 것이로고!"
낭청 대답하되,
"어, 그것 고이한 것이로고!"
"이것이 무엇이니?"
"어, 이것이 무엇이니?"
사또 대노하여,
"이제로 올라가라?" 하고,
춘향다려 분부하여 이른 말이,
"몸 단장 정히 하고 오늘부터 수청하라!
수청하거드면 관청고이 네 반찬이 될 것이요,
관수미가 네 곳집이 될 것이요,
관고돈이 다 네 돈이 될 것이니 잔말 말고 수청들라!"
춘향이 여짜오되,
"충불사이군이요 열불경이부절을 본받고자 하옵거늘 분부 시행 못하겠소."
"잔말 말고 수청하라!"
☆☆☆
춘향이 아뢰되,
"죽으면 죽사와도 분부 시행 못하겠나이다."
"제 무슨 잔말 하는고? 이제 바삐 수청들라!"
춘향이 아뢰되,
"사또님은 세상이 변하오면 두 무릎을 꿇어 두 임금을 섬기려 하시나이까?"
사또 이 말을 듣더니 목이 메여 낭청다려 이른 말이,
"저년이 날더러 욕하였제?"
"예, 그년이 사또다려 역적이라 하옵니다."
사또 대노하여,
"이년 급히 잡아내리라!"
좌우 통인이 춘향을 차 내리치니
뜰 아래 급창이며 사령등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춘향의 감태 같은 채머리를 선전 시전의 연실 감듯
사월 파일 등대 감듯 뱃사공의 닷줄 감듯
휘휘친친 감어 잡고 넓은 대뜰 아래 동댕이 쳐내리니
김번수 이번수며 오른 어깨를 빼어들고,
일분 사정 두는 동관이면 박살시키리라
약속을 하고 춘향을 동틀에 빗겨 매고,
사정이 거동 보라.
태장이며 곤장이며 능장이며
형장 한 아름을 동틀 밑에 좌르륵 펼쳐 놓고 팔을 빼여 형장을 고른다.
이놈도 잡고 능청 능청,
저놈도 잡고 능청능청.
그 중에 등심 좋고 잘 부러지는놈 골라 잡고
저만큼 물러갔다가 도로 왈칵 달려들어,
사또 보는데는 윗 령이 지엄키로, "이년 꼼짝 말라!"
사또 아니 보는데는 속말로 말하기를,
"여봐라 춘향아, 어쩔 수가 없구나.
요 다리는 요리 틀고, 저 다리는 저리 틀어라."
"매우 때려!"
"잇! 때리요."
☆☆☆
첫째 낱을 딱 붙이니
"부러진 형장 가지는 공중에 빙빙 솟아 상방 대뜰 밑에 떨허지고
춘향이는 아무쪼록 아픈 것을 참으랴고 고개만 빙빙 두르면서
"애고, 이 지경이 웬일이요."
개개이 고찰하는 게 십창가가 되었구나!
"일부종사 하올년이 일심으로 굳었으니 일력으로 하오릿가?"
둘째 낱을 딱 붙이니,
"불경이부 이내 심사 이 매 맞고 죽인대도 이도령은 못 잊겠소!"
셋째 낱을 딱 붙이니,
"삼종지도 지중한 법 삼강오륜 알었으니 삼치형문 정배하여도 분부 시행 못하겠소!"
넷째 낱을 딱 붙이니,
"사대부 사또님은 사기사를 모르시요?
사지를 갈라내어 사대문에 회시하여도 사부집 도련님은 못 있겠소!"
다섯째 낱 딱 붙이니,
"오매불망 우리 사랑 오늘이나 소식 올가 내일이나 기별 올가?"
여섯 일곱 딱 붙이니,
"육시하여 쓸데 있소. 칠척검 드는 칼로 동동 장그르지 형장으로 칠 것 있소?"
여덟째 낱 딱 붙이니,
"팔도방백 수령님께 치민하러 내려왔지 학정하러 내려왔소?"
아홉째 낱 딱 붙이니,
"구곡간장 흐르는 눈물 구천에 사모치니 죽인대도 쓸데 없소!"
열째 낱 딱 붙이니,
"십실부로도 충열이 있삽거든 고금 허다 창기 중에 열녀 하나 없으릿가?" 열 치고 짐작할가?
열다섯 딱 붙이니,
"십오야 밝은 달은 떼구름에 묻혔는 듯." 스물 치고 짐작할가?
스물다섯 딱 붙이니,
"이십오현탄야월에 불승청원객비래라."
삼십도에 맹장하니
옥 같은 두 다리에서 유수 같이 나는 피는 두 다리에 어리었네.
☆☆☆
춘향이 점점 포악하되,
"소녀를 이리 말고 살지능지하여 아주 박살 시켜주면 초혼조 넋이 되어
적막공산 달 밟은 밤에 도련님 계신 곳에 나아가 파몽이나 하여이다!"
말못하고 기절하니
엎드렸던 형방도 눈물 지고,
매질하던 집장사령도 혀를 끌끌.
"사람의 자식은 못보겠다.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 모지도다!
저것을 때리면 땅이나 치제. 저것 몸에 매질 하다니.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 모지도다!
가세 가세 어서 가세. 사람은 차마 못 보겠네!"
사또 그저 분이 남아,
"네 그년 항쇄 족쇄하고 칼머리에 인봉하여 엄수옥중하라!" 하니,
사령이 분부 뫼와 춘향을 등에 업고 삼문 밖 나을 때,
춘향이 통곡하여 이른 말이,
"국곡투식하였던가 엄형중장 무슨 일이며,
살인죄인 아니여든 항쇄 족쇄 엄수옥중 무슨 일고?" 통곡할 제,
이때 남원 기생들이
춘향이 매 맞고 죽게 되었단 말을 듣고 낄끼리 동무지어 이름 불러 나오는데,
"애고 형님!"
"애고 동생!"
"춘향아!"
조그마찬 동기는,
"애고 선생님! 청가묘무를 뉘한테 배우릿가?"
한참 이리 할 제, 어떤 기생 하나 춤추며 나오는데,
"얼시구 절시구 조을시구!"
여러 기생들이 듣더니,
"저년 미쳤구나! 춘향은 매를 맞고 죽게 되었는데
너는 무슨 혐의 있어 춤을 추고 즐기느냐?"
"형님네 들어보소.
해서기생 농선이는 동설령에 죽어 있고,
평양기생 월선이는 소섭의 목을 베어 김장군께 드리고 천추혈식하였고,
진주 기생 논개는 왜장의 목을 안고 남강에 멀어졌기로 천추에 행사하였으니,
우리 남원도 형판감이 생겼구나!"
한참 이리하더니 와락 달려들어 춘향의 목을 안고,
"애고, 서울집아! 불상하여라!"
☆☆☆
춘량어미 달려들어,
"이게 웬일이냐? 장청의 집사네 질청의 이방님네,
내 딸이 무슨 죄로 이리 죽게 때렸다뇨?
칠십당년 늙은 것이 의지없이 되었구나!
여바라 상단아!
삼문 밖에 급히 나가 삯군 둘만 사오라! 서을 쌍급주 보낼란다."
춘향이 혼미중에 급주 보낸단 말을 듣고,
"앗소! 어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요?
만일 급주가 서울 올라가서 도련님이 알고보시면
층층시하에 어쩔 수 없어 심사 울적하여 병이 되면 근들 아니 훼절이요?
그런 말씀 말으시고 옥으로 가사이다."
이때 남원 한량 거숙이 무숙이 평숙이 진숙이 여숙이 부숙이 차문주가 하올 적에
춘향이 중장하고 나옴을 보고 깜짝 놀래 달려들어 춘향손 덥썩 잡고,
"업다! 이애, 정신 차려 진정하라.
동변을 들여라! 소합환을 들여라! 청심환을 들여라!"
무숙이 썩 내다라,
"내 줌치에 있던이라."
"그러면 주어내소."
청심환 한 줌 주어내니 토끼똥이 분명하다.
거숙이 썩 내다라,
"내 줌치에 수하반 있던이라." 하고,
"강즙에 급히 먹이라!" 하고, 춘향 불러, "정신 차려 진정하라!"
평숙이는 칼머리 들고 진숙이는 부축하여
옥중으로 들어가서 옥방을 점화하여 뉘어 놓고 위로할 제,
춘향이 정신차려 통곡하여 우는 말이 ,
"송백같은 굳은 절개 추호도 범할소냐."
옥방 형상 볼작시면, 무너진 헌 벽이며 부셔진 죽창문에 살 쏘나니
바람이요 헌자리 벼룩 빈대 만신을 침노하고,
흩어진 머리카락은 이리 저리 산발하고 수절 정절 절대가인 참혹케 되었구나!
문채 좋은 형산 백옥 진토중에 묻혔는듯,
향기 좋은 산삼초가 잡풀 속에 섞였는듯,
오동 속에 노는 봉황 형극 속에 길드린듯, 이렇듯이 울을 적에,
"자고로 성현네도 무죄이 국겼으니
요순우탕 임금네 걸주의 포악으로 함진옥에 갇혔더니 도로 내어 성군 되고,
명덕치민 주문왕도 상주의 음학 유리옥에 갇혔더니 도로 내어 성군 되고,
만포성인 공부자도 양호의 얼을 입어 관야의 갇혔더니 도로 내어 대성되시니,
이런 일로 볼작시면 무죄한 이 내 목숨 살아나서 세상 구경 다시할가?
갑갑하고 원통하다! 내 살릴 이 뉘 있은가?
우리 서방 이도령님 처음 언약 맺을 적에
날 주던 석경 빛은 변치 아니 하였건마는
사오년이 지내가도 소식이 돈절하니 보고지고 보고지고.
어찌 그리 못보는고? 아주 잊고 못보는가?
춘수만사택하니 물이 깊어 못오던가?
하운은 다기봉하니 산이 높아 못오던가?
독조한강설하니 눈이 막혀 못오던가?
만경에 인족멸하니 종적을 몰라 못오던가?
노중에 노무궁하니 길이 멀어 못오던가?
금강산 상상봉이 평지 되거든 오려신가?
병풍에 그린 황계 두 날개를 툭툭 치며 자시말 축시초에 날 새려고 괴꼬요 울거든 오려신가?
오늘이나 소식올가?
내일이나 기별올가?
그린 제도 오래거니와 이렇듯이 죽어갈 제
벼슬길로 내려와서 죽을 나를 살여놓고 나의 설치 하련만은
소식 조차 돈절하고 종적이 끊켰으니
죽을 밖엔 할 수 없네.
밥 못 먹고 잠 못 자니 몇날 며칠을 살드란 말이냐 !
애고 애고 내 일이야!"
비몽사몽간에 호접이 장주 되고 장주가 호접되어 세류같이 남은 혼백 바람인듯
구름인듯 한 곳을 당도하니 천공지활하고 삼영수레하니
은은한 죽림 속에 일진화각이 반공에 잠겼더라.
대체 귀신 다니는 법은 대풍여기하고
승천입지하여 침상판시의 일장춘몽의 말이 강가로 가던가보더라.
아모덴 줄 모르고서 문 밖에 방황할 제 소복한 임 쌍등을 돋우어 들고 앞 길을 인도하거늘
뒤를 따라 들어가니 백옥 현판에 황금대자로 만고정렬 황능묘라
뚜렷이 새겼거늘 심신이 황홀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당상에 백의한 두 부인이 옥수를 넌줏 들어 춘향을 청하거늘,
☆☆☆
춘향이 사양하되,
"첩은 진세 친인이오니 어찌 황능묘를 오르릿가?"
부인이 기특이 여겨 재삼 청하거늘
춘향이 사양치 못하여 올라가니 부인이 기꺼하여 좌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춘향이냐? 기특한 사람이로다.
조선이 비록 소국이나 예의 동방 기자유친이라 청누주색 번화장에 저런 절행 있단말가?
일전에 조회차로 요지연에 올라가니
네 말이 천상에 낭자키로 가리어 보고 싶은 마음 일시 참지 못하여
네 혼백을 만리외에 청하여 왔으니 정이에 심히 불안하다."
춘향이 이 말 듣고 공순히 일어나 두번 절하고 여짜오되,
"첩이 비록 무식하나 고서를 보아 일찍 죽어 존안을 뵈올까 하였더니
이렇듯 황능묘에 모시니 황공하고 비감하여이다."
상군 부인 하신 말씀,
"춘향아 네가 우리를 안다 하니 설운 말을 들어보라.
우리 순군 유우씨 남순수 하시다가 창오산에 붕하시니
속절없는 이 두 몸이 소상 대수풀 속에 비눈물 뿌리어 놓으니
가지마다 아롱아롱 잎잎이 원한이라.
창오산 붕상수절이라야 죽상진규내가면이라.
천추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네 절행이 기특키로 너다려 말하노라.
송건기천년에 청백은 어느 때며 오현금 남풍시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이렇듯이 설이 울 제 저편의 어떤 부인 추추이 울고 나오면서,
"여봐라 춘향아! 너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뉜고하니 지주명월 음도성에 화선하던 농옥이다.
소사의 아내로서 태화산 이별 후 승용비거 한이 되어
옥소로 원을 풀 제 곡종비거부지처하여 산하벽도춘자개라."
이렇듯이 슬피 울 제 서편의 어떤 부인 추추이 울고 나오면서,
"여봐라 춘향아! 네가 우리를 모르리다.
우리는 뉜고 하니 석숭의 소애 녹주로다.
불칙한 초왕 윤이 누천갑자분여설하여 정시화비옥새시라.
낙화유사타루인 하여 두 사람이 비홍이라."
이렇듯이 설피 울 제 음풍이 대작하고 남기 소삽더니
촉불이 벌렁 벌렁, 무엇이 떨거렁 하더니
촉불 앞에 달려들거늘 춘향이 깜짝 놀래어 자세이 살펴보니
사람도 아니요 귀신도 아니요 불타진 나무 등치도 아닌데
의의한 가운데 대곡성이 낭자하며,
"어이 어이! 여봐라 춘향아!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뉜고 하니 한고조 아내 척부인이로다.
우리 황제 용비후에 여후의 독한 솜씨 나의 수족 끊어내어
두 귀에다 불지르고 두 눈 빼어 음약 먹여 칙간 속에 넣더니
천추에 깊은 한을 어느 때나 풀어보랴? 어이 어이!"
이리 한참 울 제 상군부인 하시는 말씀,
"이곳이라 하는 데는 유명이 노수하고 행오자별하니 오래 유치 못할지라."
여동 불러 하직할새 동방 실솔성은 시르륵,
일장 호접은 펄펄, 춘향이 깜짝 놀래어 깨어보니 꿈이로구나!
옥의 창에 앵도화 털어지고 저 보던 거을 복판이 깨어져 보이고 문 위에 허신이 달려보이거늘,
"나 죽음 꿈이로구나! 허허."
탄식하고 누웠다가 저의 모친 불러 이른 말이,
"봉사 하나 청하여 주오. 해몽이나 하여보세,"
마침 외촌의 허봉사가 춘향 죽인단 말을 듣고
위문차로 들어오다 또랑을 건너뛰다가 자빠져
개똥을 짚어 놀래어 뿌리다가 담 돌에 부딛혀 엉겁결에 입에 무니
구린내가 남에 탄식코 하는 말이,
"명천이 사람을 낼 제 별로 후박이 없건마는
말 못하는 벙어리도 부모동거 친지만물을 보건마는
어찌 이내 신세 앞 뭇보는 맹인 되어 흑백장단을 모르는고."
옥중의 춘향이 봉사 지내감을 알고 사정이 불러 봉사를 청하니,
봉사 들어와 앉으며 하는 말이,
"내 네 소식을 듣고
벌써 한순이나 와서 볼 데 빈즉다사라 이제야 보니 무안토다."
발명하니 춘향이 대답하여 인사하되,
"요사이 봉사님 기체안녕하시니까?
나는 신수가 불길하여 이 고생이 웬 고생이니까?"
봉사왈,
"인명이 재천이라 간대로 죽으랴." 하고,
장처가 어떠하냐 하며, 내 만져보자 하고 손이 점점 깊이 오거늘
☆☆☆
춘향이 깜짝 놀래어 하는 말이,
"애고, 봉사님. 웬일이요?
봉사님 내 부친 생시에 나를 가지고 서로 하시기를 내 딸, 내 딸이제 하시더니
부친은 일찍 돌아가시고 봉사님을 뵈오니 부친 뵈오나 다름 없나이다.
그러나 저러나 간밤 꿈 해몽이나 하여주오.
간밤 몽사가 여차여차 하오니 해몽하여 보옵소서."
봉사왈,
"네 무슨 꿈인다?"
춘향이 대답하되,
"단장하던 거을 한복판이 깨어져 보이고 옥창에 앵두화 떨어져 보이고
문 위에 허수아비 달려 보이오니 그 아니 흉몽이니까?"
봉사 침음양구에 산통을 내어들고 흔들며 축사를 외우거늘 축사에 왈,
"천하언재며 지하언재시리요.
고진숙응하나니 감이순통하사
금우태세 모년모월모일 남원 천변리 거하는 임자 생신 열녀 성춘향이 엄수 옥중하였으니
경거하는 이가 양반을 어느 때에 만나보며 하일 하시에 방사옥중하오며
몽사 길흉 여부를 상지하니 복걸실명 소시하옵고 감이순통하소서."
점을 다한 후에 눈을 희번덕이며 글 두 귀를 지었으되,
"화락하니 능성실이요 파경하니 기무성가?
문상에 현우인하니 만인이 개앙시라."
이 글 뜻은 옥창에 앵두화 덜어져 뵈니 능히 열매 열 것이요,
거울이 깨져 뵈니 어찌 소리 없으며
문 위에 허수아비 달렸으니 일만 사람이 우러러볼 꿈이라."
"어허, 이 꿈 잘 꾸이었다! 쌍가마 탈 꿈이로다.
너의 서방 이도령이 지금 고추 같은 벼슬 띄고오니 내일 정녕 만나리라.
너는 과도히 설숴 말라. 때를 잠간 기다리라."
봉사 가며 일정 두고 보라더너,
마침 이때 까마귀 옥담에 앉아 가옥가옥 울거늘 춘향이 탄식 왈,
"여보 봉사님. 저 까마귀 날 잡아갈 까마귀 아니요?"
☆☆☆
봉사 이른 말이,
"까마귀 출처를 들어보아라.
가옥가옥 하는 뜻은 가 자는 아름다울 가 자요 옥 자는 집 옥 자라
너의 집에 경사 있을 징조로다." 하고 간 연후에
춘향이 점서 벗겨놓고
오늘이나 소식 올가 내일이나 기별올가 바래더니.
이때 이도령님은 서울로 올라가서 춘향 상봉하자는 마음 구곡에 맺고 맺혀
사서삼경 백가어를 주야 읽고 쓰니 짝이 없는 명필이라.
국가에 대경사로 태평과를 보이실 제
서책을 품에 품고 장중에 들어가 좌우를 둘러보니 억조창생 허다 선비 일시에 숙배한다.
어악풍류 소리에 앵무새가 춤을 춘다.
대제학 택출하여 어제를 내리시니 도승지 모셔내어 홍장 위에 걸어놓으니 글제에 하였으되,
'춘당춘색고금동'이라 두렷이 걸었거늘, 이도령 글제를 살펴보니 평생 짓던 바라.
시지를 펼쳐 놓고 해제를 생각하여 왕희지 필법으로 조맹부 체를 받아 일필휘지 선장하니,
상시관시 글을 보시고 자자이 비점이요 귀귀이 관주로다.
상지상등을 휘장하여 금방에 이름 불러 어주로 사송하니
천고에 좋은 것이 급제 밖에 또 있는가?
삼일유가 한 연후에 전하께옵서 친히 불러보시고,
"네 재주는 조정에 드문지라."
도승지 입시하사 전라어사를 제수하시니 평생 소원이로다.
마패 하나 유척 일동 사모정 일벌 수의 일벌을 내주시니
전하께 하직하고 본댁으로 나아갈 제, 철관풍채는 심산맹호 같은지라.
집으로 돌아와 부모전에 뵈온 후에 선산에 소분하고 전라도로 내려올 제,
남대문 밖 썩나서 청파역에 말 잡아타고 칠패 괄패 배다리를 얼른 넘어 밥전거리를 지내어
동작강 얼른 건너 남태령을 바삐 넘어 과천에 숙소하고,
상튜천 하류천 대판교 떡전거리 진개울 죽산 자고 천안 김계역 말 갈아타고,
역졸에게 분부하고 금강을 얼른 건너 높은 한길 여기로다.
소개 널티 무덤이 경천 중화하고
노성 풋개 사다리 닥다리 황화정이 여산 숙소하고
서리 불러 분부하고 전라도 땅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