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향 생각.
살구가 등장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해서
친정집 뒤꼍으로 달린다,
두 동생과 큰 보자기 펼쳐 들면
아버지는 살구나무 흔드셨다.
투 둑. 정수리를 때리지만
보자기엔 맛있는 살구가 가득.
햇볕 좋은 툇마루
낮잠 즐기던 소녀의 마음은
어제 일 같은 꿈속에서 헤맨다.
(2) 우울증.
오랜만에 찾은 바닷가
비릿한 냄새가
먼저 달려와 반긴다.
마음은 늘
잔잔한 파도와 은빛 물결을
만나고 싶으면서
다음으로 미루기 일쑤.
햇볕에 반사되어
일렁이던 바닷물에 비친
주름진 내 얼굴.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주위가 차갑다.
마음에 병이 들었을까?
(3) 다듬이질.
장맛비가 쏟아진다.
호우주의보 발효.
강풍주의보 발효.
지하차도 통제 .
안전 문자 빗발치는데
따다닥. 따다닥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일정한 리듬.
강약의 조화로움
분명 환청은 아닐 텐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주범은 에어컨 실외기에 떨어지는 빗방울.
뒤숭숭한 마음이 다듬잇돌 앞에 앉아
아련한 추억에 흠씬 젖는다.
(4)뻐꾸기.
찔레꽃 막바지 향기
퍼 나를 즈음
논배미에 못물 잡기 시작합니다.
집 못 짓는 미련하고 게으른 어미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두고
안절부절.
마음이 쓰여 울어댑니다.
탁란을 저지르고
요란스레 울기만 하는 도둑 새
뻐 꾹. 뻐 꾹.
어쩌다 그런 운명을 타고 나서
미움받고 구슬피 울어대는지.
(5) 칠월 칠석.
더위가 한창일 때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 칠석
여름밤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누워
북두칠성.카시오페이아.백조자리.
별자리 헤면서
견우직녀 상봉.
그처럼 애타게 기다렸었지.
너무 달콤한 사랑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즐거웠을 것이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다음검색
첫댓글 아련한 기억 공감합니다 그리 자랐으니 글쟁이도 되시고
반갑습니다 소랑님
노란 살구 먹고싶어요 ~~~
나래님 감사합니다..추억이 있어 그런지 이제 노인석에 앉아도
살구는 항상 사랑스럽습니다.
글 속에서 살구를 보니
군침이 돌아요😁
들꽃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살구를 저만 좋아하는게 아니었군요.
아름다운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소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