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농심.
양파 20킬로 한 망 14,000원
좋아하는 식재료
아파트 경비실이니
무겁게 가져오는 수고 덜고
가격도 싸기에 주문했다.
초보 농사꾼이 양파 캐고
건조와 저장을 잘못해 상한 게 많다며
다시 4,000원을 돌려준다.
입장 바꿔서
내가 초보 농부라면 자식처럼 가꾼 농작물
헐값에 팔면서 얼마나 마음 아플지 생각하니
4.000원 되돌려 받는 손이 부끄럽다.
(7)맨발 걷기.
황톳길이 만들어졌다.
집과 가까워서
마음 바쁜 것 없이
오 가기 편해 참 좋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황톳길이 완전 펄 밭이지만
아이들 장난처럼
삼삼오오 짝을 이뤄
푹푹 빠지는 황톳길 걷는다.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
차마 빠지는 황톳길에 들어설 엄두를 못 내
가장 자리만 맴도시는데
머잖아 내 모습 거울 보는 것 같다.
(8)
석류꽃.
꽃이 예뻐
인기 수종입니다.
과일나무 아닌 관상수.
가는 줄기에
딱딱하고 큰 열매 달고
부대끼는 걸 보자면
안타까워 마음 아프거든요.
꼭 열매가 아니라도
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다독여주고 싶어요,
(9)
마음속 풍경.
감 똑이 뭔지 아시나요?
말 그대로 감꽃이 피었다가
꼭지째로 똑 떨어진 게 감 똑.
한방 약재로도 쓰이고
천연염료로도 쓴답니다.
길에 떨어지는 감 똑이 귀찮은지
감나무 가지를 뚝뚝 꺾은 미화원
쓰레기 봉지에 쑥 넣어버립니다.
유년 시절 목걸이 만들어 걸고
아껴가며 따먹었어요.
고사리 손으로 밥하고 반찬 만들던 감꽃.
아직 마음 한구석에 꿈틀대는
그 기억을 어쩜 좋습니까.
(10) 모정.
담배 피우러 나갔던 남편
뒤통수를 공격하려 들더라며
호들갑이다.
까치집 눈에 잘 띄는데
까마귀 집은 꼭꼭 숨겼는지 안 보인다.
둥지에서 새끼가 떨어져
날지 못해 스스로 갈 수 없고
부모는 새끼 보호하려
잔뜩 예민할 수밖에.
온통 까마귀 울음소리 가득 찬 아파트.
자신보다 몇 곱절 체격 큰
인간에게 덤벼들 정도로
그토록 절실한 자식 잃은 부모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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