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언론을 상대로 벤츠의 대형세단인 신형 S클래스 추돌방지장치의 우수성을 증명해 보이려다 실패해 큰 망신을 당했다는 내용이 12월1일자 DPA연합 기사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 날로부터 보름전인 11월 16일 독일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면서 논란이 일어난 것으로, 방영 그 다음날인 11월 17일 ‘자동차세상’ 게시판에 독일 유학생인 informatik님이 상세한 내용과 함께 문제의 방송 동영상까지 올려주신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의 모든 내용은 informatik님이 이미 보름전에 올려주신 내용을 알기쉽게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다시한번 독일에 계신 informatik님의 빠른 정보 전달에 감사드립니다. informatik님이 올리신 원문을 읽으시려면 '자동차 트렌드' 게시판 598번과 606번을 참조하시고요. 606번에 올려져있는 2편의 동영상을 보시면 이 글을 읽는 것보다 이해가 더 빠르실 수도 있겠습니다.(물론 독일어이고요. 중간중간에 독일어 보조자막이 나옵니다. 각 20분 내외)
이미 게시판에 보름전에 훌륭한 글이 올라왔고, 외국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도 파다하게 퍼진 이야기인데다, 문제의 안전장비가 국내사양에서는 법규상 장착이 불가능해 한국 소비자에게 영향이 없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별도 글을 다시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연합뉴스에 짧은 기사가 떠서 다시한번 문제가 되는 바람에 이 사건이 갖는 의미를 제 나름대로 다시한번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먼저 전모를 시간 순서대로 설명해본 뒤, 무엇인 문제인지 크게 2가지 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얘기에 앞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자국내에서 언론 공개까지 해가며 자랑하고 싶어했던 신형 S클래스의 추돌방지시스템(국내사양엔 관련법규상 불법이라 빠져있음)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안개나 연기 등으로 전방시야가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차가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S클래스의 앞부분에는 레이다가 장착돼 있어서, 차 앞쪽에 사고 등으로 차가 서있다든지 할 경우에도 내 차와 상대 차 사이의 거리와 접근 속도 등을 파악해 냅니다. 이때 운전자가 장애물을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계속 운행시켰을때 S 클래스는 어떻게 할까요. 삐익~삐익~ 거리는 경고음을 시끄럽게 냅니다. 앞에 장애물이 있으니 빨리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뜻입니다. 움찔한 운전자는 이내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이때 급정거를 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최대한 세게 밟아야 하는데, 특히 여성운전자들의 경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S클래스는 앞에 장애물이 있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사실까지 인지했기 때문에, 설사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약하게 밟았다 하더라도 알아서 풀브레이킹에 들어갑니다. 위급상황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정도보다 더 밟아주는 안전장치는 BAS(Brake Assist System)라고 해서 국산차에도 많이 들어가지만, S클래스의 경우 레이더와 연동해서 좀더 능동적으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탁월한 것이지요.
신형 S클래스의 추돌방지시스템이 뭔지는 이해되셨죠?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측은 독일의 자동차잡지인 아우토빌트(Autobild)와 과학·건강·시사정보 TV프로그램인 슈테른(Stern)TV를 불러 공개실험을 통해 이 첨단 시스템의 성능을 자랑하기로 한것 같습니다. 공정성을 위해 메르세데스-벤츠쪽 사람이 아닌 아우토빌트쪽 사람이 테스트드라이버로 나섭니다. 충돌시험장 내부는 인공으로 안개를 자욱하게 깔아 앞이 안보입니다. 앞쪽에는 정지된 상태의 또다른 S 클래스가 놓여있습니다. 방송카메라가 돌아가고 드라이버가 차를 출발시킵니다. 그런데... 그만 차가 꽝~ 하고 충돌해버린겁니다. 테스트 드라이버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독일어로 "샤이쎄(Scheisse!, 영어의 Shit! 또는 Fuck!에 해당)"라는 말을 4번이나 반복한 뒤, "왜 제대로 안된거지?(Warum hat das nicht geklappt?)"라고 탄식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치죠. 그런데 아우토빌트의 드라이버와 메르세데스-벤츠쪽 사람들은 마이크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서로 손발을 미리 맞췄다는 심증을 갖게 하는 대화를 나눕니다. 또 슈테른TV 쪽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번 테스트차량에 동승하고 싶다고 하자 위험하다며 못타게 합니다. 이때 또 여전히 켜져있는 마이크를 통해 “그가 지금 차에 타면 경고음이 안울린다는걸 알게될거야!(Wenn er jetzt mitfaehrt, wird er merken, dass kein Signal kommt!)”라고 하는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의 말이 그대로 전해지지요.
그리고 나중에 테스트 드라이버는 인터뷰에서 분명히 삡~ 삡~ 삡~ 하는 경고음을 세번 들었고 그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그만 자기가 너무 늦게 밟는 바람에 차가 충돌했다고 진술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실험에서는 차가 안전하게 멈추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나중에 카메라 검증 결과에서는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으며, 실험장 바닥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시점을 알려주기 위한 용도로 추측되는 나무막대기가 돌출돼 있었다는 것이 발견됩니다. 테스트 당시 경고음도 안울렸고 또 차량 앞바퀴가 그 나무막대기를 넘는 순간을 운나쁘게도 드라이버는 인식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 ‘자의적으로’ 브레이크를 뒤늦게 밟았고 충돌하고 만거죠.
이는 메르세데스-벤츠 측이 시스템이 작동 안될 가능성을 미리 알고 대비했다는 것이고, 아우토빌트 측의 드라이버는 울리지도 않은 경고음을 울렸다고 말하며 시스템이 극구 정상작동된 것처럼 꾸몄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 세계최고의 권위를 지닌 자동차회사와 관련된 웃지못할 사건이 주는 의미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1995년 벤츠 A 클래스가 엘크테스트(고속으로 후진하다 방향을 급격히 꺾는 시도)를 하다 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난 것과 비교했을 때, 이번 건이 차량의 근간을 다시 손봐야할만큼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아주 사소한 오류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벤츠의 기함(旗艦)인 S클래스가 자랑하는 첨단 안전장비가 대중앞에서 웃음거리가 됐다는 점에서 벤츠의 이미지에는 꽤 오점을 남긴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아닙니다.
두번째가 훨씬 심각한데요. 말할 것도 없이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토빌트의 비도덕성입니다. 벤츠의 최고급세단이라 해도 사소한 기계·전자적 오류가 발생하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이해할만합니다. 또 나중에 슈테른TV에 메르세데스-벤츠 담당자가 나와 당시 실험장소에 금속성분이 너무 많아 레이다 난반사로 인해 이례적으로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습니다. 이후 야외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적으로 실험한 장면에서는 100% 작동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당시 테스트 당사자였던 메르세데스-벤츠와 자동차잡지 아우토빌트가 실험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벤츠코리아의 홍보담당자는 이 건에 대해 “독일에서 논란이 됐던 추돌방지장치는 국내법규상 장착 자체가 금지돼 있다”며 “국내사양과 관계없는 사실이 알려져 억울하고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담당자의 말도 맞습니다.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국내용 신형 S클래스와 상관이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금 활동하는 세대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때부터 최고의 명성을 지녔던 회사입니다. 벤츠의 안전성은 세계 고급세단의 기준과도 같은 것이고요. 현재 벤츠의 전 모델들이 동급 가운데 가장 안전성이 뛰어난 차량중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더구나 벤츠의 최고급 세단인 신형 S클래스에 들어간 각종 첨단 안전장비의 우수성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런 S클래스의 충돌실험에서 그것도 독일 본사와 독일잡지 사이에서 일어난 사실 은폐와 비도적적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근사한 대형세단중 하나인 신형 S클래스의 수많은 장점들이 이 건 하나 때문에 명성에 손상을 입는다는게 부당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든다는 벤츠의 마음가짐에 대해 실망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하다고 봅니다.
첫댓글 이거 올리셨었는데...이거 때문에 또 싸우실지도...ㅋ 싸우지 마세요.
그레이 구매시, 이 옵션 선택안하면.. 곧 오너가 되실분들 돈도 굳고 좋네요 뭘...ㅋ
벤츠동에서 퍼다가 보배로 가져가셨어야 할 글을...ㅎㅎㅎ ^^
출처에... 조선일보 최원석 기자랩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