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구분 못하는 아이, 색맹일까? 우리는 흔히 색깔을 구분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색맹이라고 불러왔다. 또 색맹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애나 질병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색각이상이라고 부르는 이 증상은 경우에 따라서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데,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크게 부각된 증상은 아니다.
색각이상은 색맹과 색약을 모두 이르는 말 신촌 세브란스병원 안과 전문의 이승규 교수는 “사실 색각이상이라는 것이 간단하게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색각이상이란 말은 넓은 의미에서 색상을 정상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든 종류의 이상을 뜻합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망막이란 신경조직의 추체(cone, 원뿔세포라고 부르기도 함), 시각 경로, 대뇌의 선천적 또는 후천적 기능 이상이나 손상으로 색깔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색각이상이라는 말에 색맹, 색약이 다 포함된다 생각하면 됩니다”라며 색맹은 해당하는 종류의 추체가 없는 경우, 색약은 해당하는 추체의 기능이 변형되거나 불완전한 경우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색각이상의 증상을 파악하기 전 우리 눈이 어떻게 색깔을 인지하는지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이승규 교수는 “눈 안쪽은 망막이라 불리는 신경조직이 있는데, 여기서 빛을 받아 처리하는 세포를 시세포(photoreceptor)라고 합니다. 시세포에는 어두운 빛에 반응하는 간체(rod)와 밝은 빛에 반응하고 색상 구별을 담당하는 추체가 있는데, 색각이상은 이 추체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끝 부분이 아이스크림의 콘처럼 생겨서 이름도 cone이라고 하지요. cone은 또다시 S-cone, M-cone, L-cone으로 나뉩니다. S, M, L은 Short, Medium, Large의 줄임이고, 이건 각 cone이 주로 반응하는 빛의 파장을 나타냅니다. 태양 광선에 프리즘을 대면 무지개처럼 색상이 나뉘는데, 파장이 제일 긴 것이 붉은 색상, 가장 짧은 것이 푸른 색상입니다. 해당하는 파장 길이가 나타내는 색상을 따라 각각을 Blue-cone, Green-cone, Red-cone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즉, 파장의 길이가 짧은 푸른빛 계열을 주로 흡수하는 cone은 Blue-cone, 또는 S-cone이라는 부르는 식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선천적 색각이상선천적인 경우는 분류를 원인과 임상 양상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제1 이상(적색)
제2 이상(녹색)
제3 이상(청황)
단색형 색각
추체 단색형 색각, 간체 단색형 색각
2색형 색각
제1 색맹(적색맹)
제2 색맹(녹색맹)
제2 색맹(청색맹)
이상 3색형 색각
제1 색각(적색약)
제2 색약(녹색약)
제3 색약(청색약)
여기서 단색형 색각 중 모든 종류의 추체가 아예 없는 간체 단색형 색각이상의 경우는 전색맹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런 경우는 임상적으로도 매우 드물며 색깔 인지가 아예 되지 않는 경우다. 2색형 색각은 적색, 녹색, 청색 추체 중 한 가지 추체만 없는 경우다. 적색 추체가 없는 경우는 적색맹, 녹색 추체가 없는 경우는 녹색맹 같은 식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색각이상은 이상 3색형 색각인데, 이것은 세 가지 종류의 추체를 다 가지고 있지만, 해당하는 추체의 기능이 변형되어 정상적인 색각 인지가 되지 않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색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전인자_ 색각이상은 대부분 X염색체로 유전되기 때문에 남성에게 주로 생긴다. 색맹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적녹 색맹인데, 적색 추체와 녹색 추체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염색체는 22쌍의 체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로 되어 있다. 성염색체는 X와 Y염색체가 있는데, 여성은 XX, 남성은 XY를 가진다. X염색체가 2개인 여자는 두 X염색체 중 하나라도 정상이면 정상 색각을 가질 수 있지만, X염색체가 하나인 남자는 색각이상 X염색체가 있으면 바로 색맹이 된다. 그래서 적녹 색맹은 한국 남아 중에서 5~6% 정도가 발견되는 반면, 여아는 0.5% 미만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청색 추체에 해당하는 유전자는 X염색체가 아닌 체염색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청황 색맹은 성별 관련 없이 유전되고 임상에서는 드물게 발견된다.
치료_ 선천적 색맹은 어떤 조치를 한다고 해서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의학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선천성 적녹색맹 치료 가능해질까?2009년 10월 네이처(Nature)지에선 유전자 치료법으로 선천성 적녹 색맹을 치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제이 나이츠 교수팀은 태어나면서부터 적녹 색맹을 가진 수컷 다람쥐원숭이 눈에 2년 전 빛 감각 활성화를 하는 데 필요한 DNA 코드를 심어줬다. 그 뒤 이 원숭이의 눈에는 적색과 녹색을 구분할 수 있는 색각 세포가 생겨났으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녹색과 적색을 구별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유전적인 색맹을 고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어려 뇌의 기능이 아직 형성 중일 때나 뇌의 시신경과 관련된 치료를 할 수 있을 뿐, 다 자란 성체에는 이런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대학의 원숭이 색맹 치료는 다 자란 수컷 원숭이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기존 학설을 뒤집었다. 앞으로 사람에게도 이런 색맹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