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회사의 큰 걱정을 해결하게 되었다, 푸근해진 기분으로
춘권을 찾아갔다, 가게는 이미 일을 당장이라도 할 수 있도록 기계든, 사람이든
개업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였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개업하시는데 사위 자식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해 드려서요,
우선 절부터 받으시고요, 감사합니다, 이런 사람을 제게 주셔서, 일생을 감사하며
잘 살겠습니다, 포도주 한 잔 받으세요, 술은 끊으셨어도 독하지 않으니 받으세요,
아버님도 이제 술을 안 하시니 저도 안 마실 겁니다, 대신에 포도주는 이렇게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만, 약간씩 마시기로 하죠.”
“그래 말은 들었네, 화가 변하여 복이 되었다며? 사람을 잘 사귀는 것이 그렇게
중요 한 거네, 앞으로도 사람을 잘 사귀어 인생의 성공 자가 되게나, 구두 가게는
간판을 달기만 하면 개업을 해도 되는데, 간판을 아직 안 달고 있는 이유는, 자네가
이름을 지어주었으면 하고 자네 오기를 기다렸지, 아무리 쥐어짜 봐도, 그럴듯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가게의 이름이 좋아야 손님들 인식이 좋을 것 아닌가?
구두 하면 탁 하고 떠오르는 그런 이름이 있을까? 친숙하면서도 웬 지 모르게
고급스럽고,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을 그런 이름.”
“예, 오면서 생각한 이름이 있는데, 이미 간판이 올라간 줄 알았지요, 제가 생각한
것은 영어와 한글을 조합한 겁니다, 세 글자로 투 발로입니다, 영어의 둘이란 뜻의
투와 발의 발로를 합친 겁니다, 언뜻 들으면 외국어 같으면서 고급스러운 느낌도 들고,
친근감이 들면서도 정감이 가는 글자인 것 같은데, 어떠세요? 숙이는 생각해본
이름이 있어? 있으면 말해봐. 처남은?”
“자네 정말 기가 막히는군, 한 번에 탁 머리에 박히는 이름 일세, 아주 좋군.
하하하하 너희들은 어떠냐? 나는 이 이름이 너무 정감이 있고 느낌이 좋다,
나는 이걸로 했으면 하는데.”
“매형, 작명가를 해도 되겠어요, 우리 집과 식구들을 사랑하는 매형의 깊은 마음이
눈에 보이는 거 같아요.”
“얘는, 매형이 무슨 우리 집 식구들까지 생각까지 한다고, 호호호 나도 오빠의
작명 솜씨에 한 표 인정 했어.”
“투발로, 그러니까 두발로,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매형이 언제라도 투발로
쫓아온다고 하잖아? 하하하하.”
개업식은 정길의 생각을 따라, 현장 노무자들이 중요한 고객이라는 가정 하에,
막걸리와 돼지 머리고기, 빈대떡, 육개장, 시루떡을 충분히 해서 거창하게 했다,
시루떡 7 말과, 육계 장은 정길이 고집을 부려서 부담했다, 강릉에서 목사가 성도들을
인솔하고 도착하자, 곧 예배를 드렸고, 오전 11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당을 주기로
한, 일하는 사람들과, 성도들이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손님들을 대접했다.
한쪽에서는 춘권과 교도소 출신 동료 한 사람이 구두 주문 받느라 바빴다, 단체로
주문한 것까지 무려 300 여 족을 주문받아, 일거리 걱정은 당분간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진혁도 회사 간부들과 같이 와서, 사돈의 개업을 축하하고 구두를 여러
켤레 맞추고 갔다, 성공적인 개업식 이었다, 정길의 예측이 맞아 떨어져 결과가
좋았다, 가까운 곳의 상가 주인들은 늦게 잔치자리를 찾아와, 준비한 개업
축하선물을 주며, 나머지 남아있던 음식을 처분해 주었다, 이렇게 거창한 개업식은
처음이라며 놀란다.
진혁은 회사 이름을 원 전무에게 그대로 주고, 새로 삼진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창립했다, 새로운 간부진들이 각오를 새롭게 하고 모여, 밝은 얼굴들로 창립 후
첫 회의를 시작했다, 강릉의 회사부지와 묵호현장을 1:1로 산정해서 강릉은 이쪽에서
묵호 현장은 원 전무 쪽에서 갖기로 했다, 강릉 쪽은 아직 준비상태라 묵호 현장의
땅을 빌려 사무소와 창고를 지은 건설비만큼, 이쪽의 계산을 맞추어 주기로 했다.
“본사에서 각 도별로 하청 파트너를 정했는데,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를 지정했고,
삼진건설이 강릉의 업체로 정해졌습니다, 당장 강릉 쪽에 사무실을 마련해야하고
회사 부지와 건물도 있어야 하는데, 전 상무님이 동참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모두가 같이 커 나간다는 일념으로 힘을 합해, 우리 삼진 건설을
큰 회사로 키워 봅시다, 그리고 김 정래라고 우리 회사 직원인 아들의 친구가
있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땅 중에, 병산동에 농토와, 시내 옥천동에 대지가
하나있는데, 회사부지로 쓰겠다면 싼 값으로 주겠답니다, 김 부장님이 타당성을
조사해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회사건물을 건축해야 하니까요.”
“이번에도 사장님 아드님이 이 난관을 넘어가게 하였는데, 나이를 보지 말고 중한
일을 맡을 간부로 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앞으로 우리 회사의 인재를 양성하는
차원에서도 생각해 보십시다.”
“제 아들이지만 회사의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 주어서, 나도 그러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당장은 어렵습니다, 군 문제가 해결된 후에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못난 아들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사에 올라갈
서류나 다른 것은 이상 없습니까?”
정길이 일병이 본사에 들어간다고 하자, 헤어지기 전에 확실한 말을 들어보려 한다,
믿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같이 작용하기에, 또 자신이 총대를 메었으니,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라고 생각하는 정길이다, 삼우 본사에서는 공문도 받았다,
진혁이 전 상무와 같이 본사의 장 이사와 면담하고 약속을 받았으니, 염려 없으나
그래도 자신이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정길은 생각했다.
“형 고마워, 언제 또 오는 거야? 형이 본사에 우리 회사의 동아줄이네, 돈 많이 벌
공사로 이왕이면 부탁할게, 그런데 건축에 대해서는 본사도 처음이라면서?
우리 회사도 그렇고, 잘 해나갈 수 있는 건가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도면대로 하면 되고, 외국의 지도 감독관에, 숙달된 십장,
반장들이 있고, 건축자재들은 아예 기계로 찍다시피 규격품으로 나오니까, 한 건만
하고나면 다음부터는 아마, 건축에는 도사가 되어 있을 걸, 이것도 결국 인건비와 시간
싸움이거든 염려하지 마, 팍팍 밀어줄게, 나도 교육을 6개월 받아야 하고, 또 대학교
졸업장도 받아야 정식 직원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기 힘들겠다, 아마 조카가
세상에 나올 때나 올 거다, 공사 맡는 것은 염려하지마라, 강원도에선 삼진이 아마
제일 먼저 일을 시작하게 될 거니까, 하하하하 전화는 자주 할게, 건방진 녀석
같으니, 형 보다 장가먼저 간 것도 큰 죄인데, 자식까지 만들어 형님의 기를
죽이다니, 언제 날 잡아서 네 놈 버릇을 고쳐놓아야지, 형이 더 눌리기 전에.”
은숙이 들어있던 방을 당분간 부부의 신혼 방으로 삼아, 일이 끝나기까지 거하기로
했다, 현장을 인수하는 것은 정길의 일이 아니다, 한가해진 정길이 은숙의 무릎을
베고 누워 배를 만지며 뱃속의 아기와 장난을 한다, 아직도 5 개월은 있어야 얼굴을
볼 수 있을 텐데, 어린 아빠는 아직 철딱서니가 없다, 은숙의 배는 아직도 표가 안 나
그대로여서 조금도 배부른 티가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은 시간이 많으니, 우리 선지하고 대화나 하자, 그리고 숙이 비위맞추는
심부름이나 하며 시간 보내야겠다, 선지야 아빠하고 놀자, 악수할까? 음 어디가
손인가? 뭐야? 대체 숙이 배 밖에 안 만져지는데, 숙아! 선지 어디 감춘거야?
아니면 숨은 거야? 선지야! 아빠 여기 있다.”
“싫어, 아직은 나만 사랑 받고 싶단 말 야, 이럴 것 같아서 조심 했는데,
얘는 엄마가 아빠에게 사랑 받는 것을 질투 하는 거 보니까, 틀림없이 딸이야,
이름 딸 이름으로 새로 지어요.”
“딸이면 선영, 아들이면 선지, 아빠는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건강하게 나오기만
해라, 아빠는 쌍둥이라도 좋다. 히히히.”
“아유, 누구 폭삭 늙는 거 보려고 그래요, 쌍둥이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둘이서 아예 애기들한테, 정신없이 매달려 살아야 할 건데 그래도
좋아요? 호호호 나는 경리과장이라, 쉴 수도 없으니 자기가 거의 혼자 봐야 해요.”
“하하하하 그래도 좋아, 축구팀 만들려면 부지런히 나야지, 쌍둥이로 하면 몇 번
안 낳아도 되는 거 아닌가?”
“자기 배 안 아프다고 그런단 말이지? 좋아, 앞으로는 집에 한 달에 한 번씩
밖에 못 들어오게 할 거야, 고향에 잠깐 들어오는 거 까지는 몰라도 알았지?
음, 키스까지는 봐 줄게.”
“살려주세요, 마님, 저 집에 못 들어가면 죽어요, 다시는 까불지 않을 게요,
좋아요 얘만 낳고 낳지 마세요, 그 대신 집에는 매일 하루에 두 번씩 들어갈 거예요.”
“아이, 또 왜 그래요? 아직 해도 넘어가지 않았잖아요, 아유! 뱃속아기가 흉보겠네.”
정길이 몸은 튼튼해 보이고, 전에 은숙에게 왈짜들과 싸워서 혼을 내 줬다는 말은
들었으면서도, 춘권에게는 안심이 되지 않는 사랑하는 사위다, 자신이 교도소에서
배운 검도의 강한 묘리를 전 해주려고, 정길이 보이기만 하면 하던 일을 팽개치고
가르치려 한다, 현장에 험한 사람들만 있으니, 강한 힘과 무력을 가지고 있어야
얕보이지 않는다는 게 춘권의 절대적인 지론이다, 춘권은 정길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만 나면 쫓아와서 배우려하고, 또 배우는 속도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하나를 가리키면 그 자리에서 배운 것에서 허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완하고 응용해 낼 줄 아는 천재적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타고났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제자가 누가 더 열심인가를 경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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