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
신문을 통하여 그녀에 대해서 읽었다. 유명 영화배우이면서도 화장기 없는 주름지고 얼룩진 얼굴 그대로 연기를 하는 그녀 자체가 솔직하면서도 아름답다고 쓰여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인 듯 허허벌판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있는 그녀 사진도 실렸다. 머리는 짧았고 늙은 남자라 해도 믿을만큼 꾸며진 데라고는 없었다. 궁금하여 인터넷을 뒤졌더니 영화속 그녀와는 너무도 다른 놀랄만큼 아름다운 드레스 차림의 젊은 그녀가 나왔다. 영화에 관심이 간다. 그녀의 연기가 궁금해진다. 프란시스 맥도맨드 그녀 이름이다. 클로이 자오감독이 만들었다.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여우주연상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자오감독이 이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제시카 부르더가 쓴 논픽션이 원작이다.
노매드는 유목민과 같이 자유로이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적 붕괴로 도시 전체가 무너진 후 홀로 남겨진 ‘펀’은 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난다. 작은 밴에 살림을 꾸려 가보지 않은 낯선 길 세상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펀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게 되고 광활한 자연과 길 위에서의 삶을 선택한 그들과 만나고 헤어지는데. 두 번이나 여우주연상 감독상 작품상을 받았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아무리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라 해도 전체적인 윤곽이나 눈 코 입에서 여성다운 매력이 은근하게 발산됨을 그녀도 감독도 감출 수는 없었다. 웃으면서도 쓸쓸해보이고 외로워보이는 건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크고 작은 메마른 주름들이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표정 때문이리라. 클로이 자오 감독의 설득으로 맥도맨드는 실제 노매드의 삶과 여정에 끼어들어서 4-5개월간 밴을 타고 7개주를 이동하며 노메드를 경험하였단다. 맥도맨드를 노매드라 믿은 단체에서 구직 활동을 도와주려고도 했단다. 그런 열정이 고스란히 영화에 묻어있다. 눈빛이 표정이 미소가 쓸쓸하면서도 솔직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유를 알겠다.
각각의 슬프고 아픈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길 위에서 그 슬픔과 아픔을 함께 공유하면서 현실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절실하게 담고 있다. 불안으로 가득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은 노매드들의 ‘다시 만나자’ 라는 인사말이 마지막 인사말이 아니고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 길 위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며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물여덟살 아들을 잃은 노매드였던 한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억한다는 것은 존재하는 것’ 아들을 잃고 죽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들을 존재하게 하는 것은 내가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나의 하루는 아들과 함께라고.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펀 역시도 남편을 기억하는 한 남편이 곁에 존재한다는 확신을 갖는다.
유랑민의 낭만을 과장하기 않고 리얼하고 건조한 시선으로 묵묵히 그들의 속내에 귀를 기울여준 영화. 자동차를 거주지로 삼아 저임금 떠돌이 노동으로 연연하는 노년층을 밀도 있게 따라간다. 정치적 화두나 사회의 어두운 지점을 성토하기 보다는 이들의 대안적인 삶과 인생에 대한 성찰에 무게를 두는 영화. 중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에서 영화를 찍은 감독 자신의 유랑민적인 모습과도 겹쳐진다.
‘펀’은 여동생이, 새 인연이 될 뻔한 남자 가족이 함께 살자고 해도 다 뿌리치고 결국은 노매드 생활로 돌아선다. 그녀의 밴이 멀리 웅장한 산들이 보이는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막을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