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辰 義兵將 湖城君 寒村 先生의 文蹟 燒失의 代價를 치른 慶基殿 太祖 高皇帝 御眞

[은천-이귀홍]

호성군 문적  

보낸사람 : 이귀홍 2009. 01.13, 06: 41

메일 정보 숨기기

보낸사람

: 은천 <lee011435@hanmail.net> 09.01.13 06:41 주소추가 수신차단

받는사람	: <k-huam@hanmail.net> 주소추가
보낸날짜	: 2009년 1월 13일 화요일, 06시 41분 51초 +0900

보낸사람

: 은천 <lee011435@hanmail.net> 09.01.13 06:41 주소추가 수신차단

메일 정보 숨기기

호성군 문적 소실의 대가를 치른 경기전 태조 어진

1894년(고종31) 정월(正月) 정읍(井邑) 고부에서 일어난 동학군(東學軍)이 4월 7일 관군과의 최초의 전투인 황토현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주성으로 진군할 때 조정은 4월 18일 전라감사 김문현(金文鉉)을 면직하고 후임으로 외무협변(外務協辨) 김학진(金鶴鎭)을 임명하였으나 그는 전주의 동정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부임지로 오는 것을 늦추고 있었다. 4월 24일 고종과 김학진이 면담하는 실록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그때 까지도 김학진은 한양에 머물고 있었다.

김문현은 세미(稅米)를 마음대로 유용하고 거둬들였으며 전라도 각 지방 수령을 관리 감독하는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반란이 일어나도록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면서도 고부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조병갑(趙秉甲)을 두둔하는 장계를 올렸으며 조병갑의 죄상이 하나씩 밝혀지자 본인은 몰랐던 일이라며 발뺌하는 장계를 다시 올린 무책임하고 겁이 많은 자였다. 후임 감사가 오지 않자 김문현은 어쩔 수 없이 감사의 직무를 보게 되었으나 관민의 통솔이 제대로 서지 못하였고 무엇보다 자신이 겁에 질려 달아날 궁리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라감사가 공백 상태가 되었다. 김문현은 전주성이 점령되기 하루 전인 4월 26일 도주하여 공주를 거쳐 서울로 올라가 그 동안의 상황을 조정에 보고한다.

전주 판관(判官) 민영승(閔泳昇)은 감사보다 하루 늦은 4월 27일 관복(官服)을 벗고 농민복으로 바꿔 입고 그의 처가인 완주군(完州郡) 초포면(草浦面) 한사월 마을(현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2가 한사월 마을) 이연일(李演一)의 집으로 도망쳤다. 민영승의 처남 이연일은 호성군의 11세손으로 당시 종중의 대표적인 인물로 호성군이 임진왜란 때 쓰시던 철갑, 투구, 칼, 활, 창 등 고귀한 유품과 호성군이 받은 공신녹권, 교지, 철권 등 여러 가지 소중한 문적을 영모당[永慕堂 : 湖城君의 六世孫 李福和의 효행에 대하여 순조(純祖)가 각도 유생의 추천을 받아 효자로 선정하여 1806년 7월 포상하여 세운 孝子旌閭]에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민영승은 일단 한사월 마을에서 피신하게는 되었으나 깊은 수심에 잠겨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쉴 뿐이었다. 처남 이연일은 자형(姉兄)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그 연유를 물었더니 조경묘(肇慶廟)에 모셔있는 시조 사공 공(始祖 司空公)내외분의 위패(位牌)와 경기전에 모셔있는 태조의 어진(御眞)을 이봉(移奉)하지 못하였으니 살아남을 수 없는 대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래 감사 김문현의 책임도 있지만 김문현이 저 혼자만 달아났으니 그 다음은 응당 판관인 자신의 책임인데도 자신도 경황 중에 우선 목숨부터 살자고 이렇게 그냥 나왔다며 변명하였다. 감사 김문현은 면직되었으니 시조 사공 공(始祖 司空公)내외분의 위패와 태조 고황제 영정(太祖 高皇帝 影幀)을 봉안할 책임은 판관인 민영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충효를 입신의 근본(忠孝入身之本)으로 하는 호성군의 후손으로서 키가 장대하고 힘이 장사이며 덕망 있는 호걸이었던 이연일은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날 밤 이연일은 비교적 성벽이 낮은 동북쪽 성벽(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북쪽)을 넘어 전주성에 잠입하여 조경묘와 경기전에 들려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나와 하룻밤을 영모당(永慕堂)에 임시 봉안 한 후 이튿날 민영승에게 위패와 영정을 시봉(侍奉) 하고 위봉산성(威鳳山城; 완주군 소양면 소재)에 피신케 한다. 민영승은 시조 사공 공(始祖 司空公)내외분의 위패와 태조 고황제 영정(太祖 高皇帝 影幀)을 위봉사 대웅전에 이안(移安) 한 후 이를 호위했다. 위봉산성(威鳳山城)의 행궁(行宮)은 경기전과 조경묘에 변고가 있을 때 이봉하도록 미리 준비한 곳이었다.

조경묘의 위패와 경기전의 영정은 이러한 숨은 비화로 무사하였다. 여러 사록에 민영승이 한사월을 거치지 않고 경기전에서 직접 위봉사로 이안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이것은 민영승의 도망죄를 은폐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비사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전주출신 정석모(鄭碩模)는 그의 저서 《갑오경력(甲午經歷)》이란 책에서 『전주가 함락된 것은 4월 27일이다. 관찰사 김문현, 판관 민영승은 성을 버리고 도망갔는데판관은 조경묘와 경기전의 위패 및 영정를 받들어 위봉산성 이궁으로 이안하였지만, 이로써 피난의 핑계를 삼으려는 것에 불과하니 그것이 사실상 도망간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全州陷城 四月二十七日也.觀察使 金文鉉,判官 閔泳昇 棄城而走.判官則 肇慶 慶基 兩殿 影幀及位牌 移安于威鳳山城 離宮.以是 爲口實.然此亦非走而何』와 같이 비판하였다.

결국 민영승은 목숨이 아까워 도망쳤던 사람이었지만 처남 덕분에 난중에 신주와 어진을 지킨 공로자가 되고 그 명분으로 동학의 변을 무사하게 넘긴 행운아가 되었다. 실록에 의하면 5월 3일 민영승(閔泳昇)이 “조경묘(肇慶廟)와 경기전(慶基殿)의 신주(神主)와 어진(御眞)을 임시로 위봉산성(威鳳山城) 행궁(行宮)에 봉안하였습니다. 뜻밖에 변란이 나서 황급하게 모시고 보니, 신은 황송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처벌을 기다립니다.”라고 장계를 올리니, 전교하기를, “대죄(待罪)하지 말라.”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같은 해 5월 22일 전라감사 김학진은 전주판관 민영승을 이미 파출시켰으나 그가 떠나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여 유임 시켜달라는 백성들의 호소가 끝이 없다며 장계를 올리자 고종은 민영승을 유임시켰으나 같은 해 7월 민영승은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난다. 민영승 뿐만이 아니라 전주성이 점령되자 도망쳤던 전라감사 김문현은 큰 처벌이 예상되었으나 실록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8일 고종은 그를 사형에서 감하여 거제도에 유배 보내었고, 의정부와 삼사의 계속된 형벌 추가 요구에 대해 고종은 원래 참작할 사정이 있으니 더 거론하지 말라. 더 거론하면 나와 맞서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보호했다. 9월 17일엔 그가 재직 시 세미(稅米)를 마음대로 유용한 죄가 추가적으로 밝혀졌음에도 추가 처벌이 없었다. 약 1년여 간의 거제도 유배 후 그는 풀려났고 1897년 9월 13일 중추원 일등의관(中樞院一等議官)으로 임명한다. 복직 후 그가 올린 상소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자신은 당시 이미 면직되어 가도사(假都事) 민영승에게 업무를 인계하였으며 비도(匪徒)들이 갑자기 성(城)으로 들이닥쳐 위급하고 경황없는 중에도 먼저 조경묘(肇慶廟)와 경기전(慶基殿)에 나아가 보았더니 묘관(廟官)과 전관(殿官)이 이미 묘주(廟主)와 어진(御眞)을 위봉산성(威鳳山城)으로 이봉(移奉)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혼자 몸으로 걸어서 산성에 가서 봉심(奉審)의 예를 행하고 회복할 계책을 도모하였으나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호령이 먹혀들지 않았으며 비도(匪徒)들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기에 위봉산성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도망갔다’고 변명과 거짓을 늘어놓고 있다.

결국, 동학군에게 전주성을 내어주고 도망쳤던 당시 책임자인 두 죄인은 신주와 어진을 잘 이봉하였다는 이유로 용서를 받고 목숨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다시 벼슬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전주 이씨(全州李氏) 시조 사공 공(始祖 司空公)의 위패(位牌)와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어진은 왕조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문화재 이상의 가치를 가졌던 것이다.

한편 신주와 어진이 안전한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호성군의 유품은 그렇지 못했다. 감사와 판관의 행방을 찾던 동학군은 감사는 이미 공주로 도망쳤으며 가도사(假都事)는 처가에 숨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사월로 들이닥쳤다. 사람들은 대부분 피신한 후였다. 민영승 뿐만 아니라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가 없자 집집마다 뒤지던 중 영모당에서 칼,투구,갑옷,활,창 등 유품과 공신녹권, 교지, 철권 등 많은 고서들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이국용(李國用; 동학난 발발 이전에 타계하신 대학자)의 집에서는 열 수레나 되는 고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보아하니 투구와 칼은 찬란하게 빛나 그들의 눈에도 옛날 어느 장군이 쓰던 것으로 짐작되었는지 두 보물을 욕심내어 서로 다투어 가져가고 마을에 불을 질렀다. 불을 끌 사람이 없으니 마을은 삽시간에 불길에 휘말리고 호성군의 유품과 고서는 모두 전소되었다. 이연일이 나라에 충성하는 마음과 자형의 신상을 걱정한 나머지 죽음을 무릅쓰고  시조 사공 공의 위패와 태조 영정을 영모당에 모셔 왔다가 이튿날 감쪽같이 위봉사로 옮긴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로 인해 삼백여년 조상 대대로 전해온 호성군의 유품이 뜻하지 않게 화(禍)를 입을 줄이야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호성군(湖城君) 이주(李柱 1562-1594)는 세조의 아들 소간공(昭簡公) 덕원군(德院君) 서(曙)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청부군(靑鳧君) 번(藩이)요, 아버지는 임천군(臨川君) 광(鑛)으로 명종 17년(1562) 7월 17일 이남(二男)으로 태어나 자(字)는 방언(邦彦) 호(號)는 한촌(寒村)이며 임진왜란 시 종실(宗室)의 몸으로 전주 임실을 주축으로 양호에서 3천여 명의 의병을 일으켜 사재로 호군하여 평양성 수복 전투에서 자작(自作) 선봉으로 나아가 왜적을 무찔러 대승하고 대소 십여 전에서 모두 승리하는 많은 전공을 남기셨으며 선조가 의주에서 환도(還都)의 길에 올랐을 때 1593년 1월 의주를 떠날 때부터 그해 10월 1일 환도할 때까지 장장 9개월 동안 직접 어가(御駕)를 호종(扈從)하였다. 이에 선조는 호성군(湖城君)에 봉하여 正義大夫(종친부 종2품)의 벼슬을 내리는 한편 지금의 호성동 일대를 사패지(賜牌地) 식읍(食邑)으로 하사 하였고 선무원종공신(宣撫願從功臣) 일등(一等)으로 녹훈(錄勳)하여 공신녹권(功臣錄券) 교지(敎旨), 철권(鐵券)을 내렸다. 이 지역 출신으로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난 의병을 지휘하여 왜적을 벌벌 떨게 하시던 호성군의 유품이 조정에 대한 불만으로 자위적으로 일어난 농민군들의 손에 의해 전소된 것이다. 1594년 호성군이 서거하신 후 1894년까지 꼭 삼백년을 간직해온 귀중한 유품과 문적이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허망하게 소실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에 삼례지방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투구가 발굴되었다며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니 한번 가서 보라는 작촌 조병희 선생의 권유가 있어 만화 조성교 선생과 제가 1983년 4월경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진열된 투구를 보았습니다. 정교한 조각이나 품위로 보아 귀족만이 전용하는 투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왕이 하사하신 종실 호성군의 유품일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한사월을 습격한 동학군이 동산촌 고랑리와 삼례출신 장정들로 편성된 부대였다 하니 투구가 삼례에서 출토된 것은 호성군 유품설을 유력하게 뒷받침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3월에 전주 이씨 종친들이 경기전에서 분향 례를 올리던 중 한 종친의 실수로 훼손된 태조의 어진(보물 제931호)이 8년 만에 보수 작업을 거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2006년 11월부터 보수를 시작하여 최근에 완료하여 다시 전주시로 오게 되었는데 문화재청은 광복 60주년 기념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를 위해 어진을 2005년 8월 서울로 가져간 후 '태조 어진의 전주 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되돌려 주지 않고 서울에서 보수를 해왔다. 오랫동안 전주를 떠났던 태조어진 전주 환안식이 2008년 10월 23일 거행되었는데 훼손 우려가 있어 현재  전주 국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하다가 경기전내의 유물전시관이 건립 되는 2010년 10월에 이관 할 계획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종실(宗室)의 몸으로 전주 임실이 주축으로 양호에서 3천여 명의 의병을 일으켜 사재로 호군하여 평양성 수복 전투 등 대소 10여전에서 자작 선봉으로 대승하여 많은 전공을 남기신 이 지역출신 의병장 호성군(湖城君) 이주(李柱)의 유품이 전소되는 아픔과 수많은 전란 속에서도 수백 년간 지켜온 태조 영정을 후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잃을 뻔하였다. 태조 영정의 전주 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도록 보존에 더욱 노력하여 후세에 부끄럽지 않게 전해 주어야겠다.

                                                                                                                                                 2009년 1월   일

                                                                                                                이귀홍(향토사 연구가:  호성군 13세손)

[오 지영]

풍수공부에서 역사공부까지~~은천선생님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