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를 떼 봐야 소용없어”
‘시치미를 떼다’는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도 안한 척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이 말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려시대 때 매사냥이 성행했는데 매사냥 인구가 늘다보니 길들인 사냥매를 도둑맞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매에 특별한 꼬리표를 달아 표시했는데 그것이 ‘시치미’였다. 이 시치미를 떼버리면 누구의 사냥매인지 알 수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살다 보면 시치미를 떼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기왕이면 시치미를 딱 잡아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또 삼천포로 빠졌네”
이야기를 한참 잘 하다가 곁길로 빠지는 것을 ‘삼천포로 빠지다’라고 한다. 삼천포(三千浦)는 사실 경남 진주 아래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의 이름이다. 지금은 사천시로 바뀌면서 그 이름이 사라진 상태.
한 장사꾼이 장사가 잘 되는 진주로 가려다 장사를 망쳤다거나 부산에서 기차로 진주에 가는데 기차를 잘못 갈아타서 삼천포로 가게 되었다는 등의 여러 가지 유래설이 전해진다.
원래는 ‘길을 잘못 들다’라는 뜻이지만 무슨 일을 하다가 엉뚱하게 다른 일을 하거나 이야기가 곁길로 빠지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삼천포에서 가서는 ‘잘 나가다가 샛길로 빠지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당할 듯싶다.
싼 게 비지떡
싸다는 뜻이 아니다. 옛날 과거보러 갈 때 재넘어 가려면 힘들고 날 저물어서 가다가 먹으라고 주막집 주모가 싸준 떡. 한양에 가니 사람들이 물어 봐.
“그 싼 게 뭐요?” “비지떡이요.”
개판 5분 전
6.25 때 배급으로 물자를 주거나 밥을 급식할 때 취사병이 외친다.
개 판 5분전! 하면 모두가 달려 나와 그야말로 개판을 이뤘다. 원래는 개(開)版-판을 열기 5분전이라는 뜻.
첫댓글 재미 있고 유익한 글이군요. 뜻을 모르고 쓰던 말들이 그런 뜻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