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17탄 - 태백산 국립공원
2021년 10월 16(토) ~ 10월 17일(일)
지난 2주 동안 태백산 국립공원 스탬프 여행을 계획했었지만, 개인 사정과 날씨 영향으로 실행해 옮기지 못하다가 이번 주에 드디어 1박 2일 방문을 실행했다. 토요일에 일찍 출발해서 아이들에게 태백산의 천제단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태백지역에 금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매체에서 한파에 대한 우려 방송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 9시 느지막한 출발을 결심했다.
여행일정 계획 : 서산 - 서해안고속도로 - 평택제천고속도로 - 남제천IC – 38번 국도 - 석항 - 상동 – 태백산국립공원(당골) - 석탄박물관 – 안전체험관(세이프 타운) - 구문소 – 검봉산자연휴양림 – 삼척(근덕) - 신기환선굴 – 도계 - 태백 - 황지연못 – 38번 국도 – 남제천 IC - 서산
남제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오랜만에 38번 국도의 강원도 노선에 올랐다. 가을 산길을 드라이브하고 싶어서 석항에서 상동 방면으로 핸들을 돌렸다. 아직 산은 붉게 물들지 않았지만, 어젯밤 내린 비 때문인지 계곡마다 시원한 물소리가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물 위에 드리워진 단풍나무 잎이 저마다 시원한 계곡물로 뛰어들고 싶다며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좀 더 아우성치면 몸에 열불이 나서 빨리 붉게 물들지도 모르겠다.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당골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일찍 선택한 천제단 산행 포기가 탁월한 결정처럼 느껴졌다. 당골 탐방센터에 들러서 스탬프를 찍었다. 태백산 국립공원의 스탬프 그림은 천제단이었다. 당골주차장 옆에 있는 석탄박물관에서 아이들과 여러 가지 광석을 구경하고, 탄광체험을 했다. 근대 산업사회 성장의 주역에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전락하기까지 석탄산업이 겪은 우여곡절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그 격동의 시기에 석탄을 캐기 위해 깜깜한 땅속에서 한바탕 인생을 몸부림치셨을 광부들의 노고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승주와 승현이는 놀 것에 관심이 많아서 빨리 세이프타운에 가고자 했다. 안전체험관에 무슨 놀이가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정말 규모가 대단했다. 3-D 영상이나 가상 체험 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듯했지만, 난 어지럽고 멀미 기운만 심하게 느꼈다. 지진체험도 하고, 케이블카도 타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니, 저녁 무렵이었다. 검봉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에 구문소가 있어서 잠시 들렸다.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이 구문소를 통과해서 흘러간다고 한다. 커다란 바위 구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이 낙동강의 원천이었다.
910번 지방도의 산길을 따라 잠시 봉화의 가장자리에 들렀다가 삼척으로 향했다. 10분 넘는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브레이크를 너무 오래 밟아서 타이어에서 심한 탄내가 났다. 제동방식을 엔진브레이크로 바꾸고, 조심조심 내려왔다. 타이어는 타들어 가도 드라이빙 길은 참 아름다웠다.
임원항에 들러서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고 검봉산 자연휴양림에 들어간 시간은 서산을 출발한 지 10시간 후인 오후 7시 경이었다. 우리가 묵게 될 곳은 2층 다람쥐 방이었는데, 위로 다락방이 또 있어서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루 종일 운전에 시달린 탓에 나는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조용히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근덕 방향으로 올라가니 맹방해수욕장이 나왔다. BTS가 앨범 자켓 촬영을 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바닷바람이 거세서 커다란 파도 포말을 마구 몰고 왔다. 낚시하는 분들이 파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푸념을 하고 계셨다. 아침으로 덕산 방면에 있는 삼척수제비 집을 갔는데, 들깨수제비 칼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다시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신기환선굴로 이동했다. 예전에 한 번 입구까지는 온 적 있었는데, 실제로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경사가 아주 심한 길을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니, 바로 환선굴이 입을 쩍 벌리고 우리를 낼름 삼키려는 듯 맞았다. 단양에서 들어갔던 고수동굴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거의 한 시간 남짓을 철계단을 따라 이동했는데, 동굴 내부가 너무 넓어서 폐쇄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비가 오고 춥다고 소문나서인지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었는데, 동굴 내부에 무지개 같은 조명을 많이 해놔서 아이들도 좋아했다. 삼척은 깨끗한 물이 참 많은 동네다. 이곳저곳 계곡에 흐르는 유량도 많고, 특히,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도 놀랄 만큼 많았다. 정철의 관동별곡이 노래했던 오십천이 이 환선굴에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어디를 가나 물소리로 풍요로왔다.
도계 하나로 마트에 들리고, 태백 하나로 마트에 들린 후, 황지자유시장에 들렀다. 그 지역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시장에 가야 한다는 것이 승주 어머니의 소신이었다. 시장에서 감자옹심이와 감자전도 사고 여러 가지 먹거리를 준비한 후, 마지막으로 황지연못에 들른 후, 서산으로 향했다.
서해에서 동해까지, 다시 동해에서 서해까지 1박 2일 동안 운전한 거리가 사뭇 길어 보였다. 하지만, 열일곱 번째 만에 처음으로 1박을 하는 여행이었기에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가족은 다른 일정보다 더 즐거웠던 것 같다. 태백산에 오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1박 2일 태백과 삼척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