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2019년 4월 해외 편 - Devin Townsend, Andrew Bird 외](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image.bugsm.co.kr%2FuniContent%2Fbanner%2FOJL3MM6IWALRM0TFU94G%2Ftitle2.jpg)
완연한 봄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일요일. 잠깐 바깥에 나갔다 왔는데 이제 공기 자체가 다르네요.
바람도 불고 비도 살짝 오지만 누구라도 봄을 알 수 있는 날씨입니다.
어제는 집에서 열심히 글 쓰고, 축구 보다, 음악 듣고 잤는데요.
이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이 이어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순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 제 목표는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자', '일상의 기쁨을 돌아보며 살자'인데요. 거창하진 않지만 꽤 잘 설정했다고 자평해요.
음악과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도 다 우리 일상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일 테니까요.
벅스 가족 여러분도 봄의 기운 만끽하시고,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고, 하루하루 속에서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경준(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바람도 불고 비도 살짝 오지만 누구라도 봄을 알 수 있는 날씨입니다.
어제는 집에서 열심히 글 쓰고, 축구 보다, 음악 듣고 잤는데요.
이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이 이어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순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 제 목표는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자', '일상의 기쁨을 돌아보며 살자'인데요. 거창하진 않지만 꽤 잘 설정했다고 자평해요.
음악과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도 다 우리 일상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일 테니까요.
벅스 가족 여러분도 봄의 기운 만끽하시고,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고, 하루하루 속에서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경준(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해외] 락/메탈
이달의 앨범: Devin Townsend(데빈 타운센드) - [Empath]
데빈 타운센드의 창작력은 인류의 8대 불가사의다.
솔로 작업은 물론, 개인밴드 데빈 타운센드 프로젝트, 하이브리드 메탈을 선보였던 스트래핑 영 래드(Strapping Young Lad), 컨트리 락 듀오 캐주얼티스 오브 쿨(Casualties Of Cool)까지 그의 활동 반경은 광활하다.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이 남자는 어느새 정규작만 30장에 육박하는 디스코그래피를 쌓아 올렸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토대로 하지만 AOR과 인더스트리얼, 앰비언트, 뉴에이지에도 발을 들였으며 최근에는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키는 작법’까지 규모를 확장했다.
2019년 발표한 따끈따끈한 신보 [Empath]는 그러한 경향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SF적인 상상력, '월 오브 사운드'에 기반한 웅장한 사운드스케이프.
데빈 타운센드 프로젝트(Devin Townsend Project)의 마지막 앨범 [Transcendence](2016)에서 단초를 엿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졌다.
74분 8초. [Empath]는 하나의 소우주다.
프랭크 자파(Frank Zappa)와도 함께 연주했던 사운드 운용의 천재 마이크 키닐리(Mike Keneally)가 디렉션을 맡아 같이 판을 짰고, 자신이 보여줬던 모든 실험들을 하나로 집대성했다.
헤비하면서도 팝적으로도 매력적인 앨범이 나왔다.
'Genesis'를 먼저 거론하고 싶다. '성스러운 합창/뮤지컬/즉흥 연주/프로그레시브'가 혼합된 이 6분짜리 트랙은 데빈 타운센드가 추구하고자 했던 정수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살인적인 박자 쪼개기와 난무하는 변박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그런 건 다 장치에 불과하니까.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신보도 훌륭했지만 데빈 타운센드의 신보는 새 지평을 열었다. 연주로 증명하고 곡으로 말한다.
저기 'Spirits Will Collide'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미래다. 이건 꼭 사야 하는 음반이다. (글: 이경준)
이달의 노래: Andrew Bird(앤드류 버드) - ‘Sisyphus’
[My Finest Work Yet]은 정치적인 앨범이다.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의 그림 '마라의 죽음'을 내건 커버 이미지, 샬러츠빌 테러(백인우월주의 테러리스트가 운전하는 차량이 반대측 시위자를 향해 돌진해 1명이 사망한 사건), 정치 무관심 등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는 가사만 봐도 명백하다.
수록곡 'Bloodless'에서 그는 말한다. 현대 사회는 여전히 계급사회라는 것을,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시인들이 폭탄처럼 폭발하는 동안, 귀족들은 모엣샹동을 홀짝이지” 이것이 우리 시대라고.
하지만 이런 점을 놓치더라도 [My Finest Work Yet]은 괜찮은 앨범이다.
음울하면서 서정적인 사운드만으로도 흡인력 갖춘 앨범이다. 인디 포크와 바로크 팝의 핵심을 길어낸 작품이다.
앤드류 버드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펙터를 걸어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트레이드마크인 '휘파람'은 다른 싱어송라이터들과 차이를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녹음이다. 버드와 밴드는 녹음을 위해 재즈 사운드에 한 획을 그은 엔지니어 루디 반 겔더(Ruday Van Gelder) 스타일로 프로듀싱했다.
그 어느 때보다 사운드에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재즈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음반은 아니다. 오히려 그간 잘 해 왔던 음악을 더 고집스럽게 파고들었다.
레트로한 느낌의 레코딩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무게, 감성, 시대성, 여러 측면에서 그의 최고작 중 하나로 거론될 수 있으리라.
첫 트랙 'Sisyphus'를 추천해본다. 앤드류 버드의 역량이 집약된 트랙으로 [My Finest Work Yet]를 대표할 만한 곡이다.
도입부의 휘파람, 마음을 움직이는 피아노, 절제된 보컬은 전에 그를 몰랐던 사람들까지 매혹할 만하다. 테크니션이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주장대로 “공명할 수 있도록 사용된 테크닉”을 만났다. 당분간 계속 들을 것 같다. (글: 이경준)
[해외] 재즈/크로스오버
이달의 앨범: Branford Marsalis Quartet(브랜포드 마샬리스 쿼텟) - [The Secret Between The Shadow And The Soul]
스팅(Sting)과 함께 연주하고 영화 음악 'Mo' Better Blues'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후 프로젝트 밴드 벅샷 르 퐁크 (Buckshot LeFonque)를 결성해 젊은 음악을 구사한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도 이제 내년이면 환갑이다.
활동 경력만 본다면 동생 윈튼 마살리스보다 다양하고 대선배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보다도 폭이 넓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존하는 최강 재즈 밴드인 브랜포드 마살리스 쿼텟을 이끌고 있다.
완숙한 경지에 오른 색소폰 연주와 작곡을 바탕으로 내놓는 앨범마다 호평을 받고 있다.
[The Secret Between The Shadow And The Soul]은 보컬리스트 커트 엘링(Kurt Elling)과 함께 한 전작 [Upward Spiral] 이후 3년 만의 신작으로 과거의 현재를 잇는 재즈의 모든 것을 갈무리한 앨범이다.
탁월한 연주력을 가지고 모던과 프리를 오가는 연주는 감상자의 혼을 쏙 빼 놓는데 이번 앨범은 재즈의 오랜 전통을 지키면서도 우아함과 세련미를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는 녹음한 작년이 재즈를 대표하는 편성인 피아노 트리오에 색소폰이 더해진 '색소폰 쿼텟' 레코딩 75주년이기 때문이다.
비밥 혁명이 일어나던 1943년,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 레스터 영(Lester Young), 그리고 벤 웹스터(Ben Webster)는 색소폰의 솔로를 극대화한 쿼텟으로 멋진 녹음을 남긴다.
브랜포드 마살리스는 이를 이어받아 오랜 세월 함께 연주한 피아니스트 조이 칼데라조(Joey Calderazzo)와 재즈 역사를 돌아보며 포스트 밥 전통을 확고히 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멤버들의 고른 작곡 참여는 팀 사운드를 돋보이게 하는데 소프라노 색소폰 아늑하게 들리는 'Conversation Among the Ruins'와 라틴 비트가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Cianna'를 만든 조이 칼데라조 곡이 눈에 띈다.
선율에 묻혀 다소 가려져 있지만 2009년부터 브랜포드 마살리스 쿼텟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라이징 스타 1991년 생 저스틴 폴크너(Justin Faulkner)를 눈여겨봐야 한다.
키스 자렛(Keith Jarrett) 작곡으로 마지막에 수록된 'The Windup'를 들으면 21세기 재즈 드럼은 저스틴 폴크너의 시대라 확신하게 된다. (글: 김광현)
이달의 노래: Tom Harrell(톰 해럴) - ‘Dublin’
최근 미국의 재즈 레이블 하이 노트(High Note) 발매 작들이 재즈 팬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1997년에 설립되어 모던재즈 연주자들의 새로운 출구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전통의 가치를 지키며 새로움까지 추구하고 있다.
설립자 조 필즈는 1960년대 모던재즈의 명가 프레스티지 레코드에 재직했고, 1970년대 뮤지 레코드를 운영하다 매각한 후 아들 바니 필즈와 하이 노트와 사반트 레코드를 설립해 시작한다.
시대에 역행하듯 전통을 중시하는 기조가 처음에 거부감이 없지 않았지만 20년 넘게 그 가치를 지켜오고 있다.
블루노트가 1950~60년대 해온 일은 이제는 하이 노트가 전담하고 있는 느낌이다.
팻 마티노(Pat Martino), 러셀 말론(Russell Malone), 사이러스 체스트넛(Cyrus Chestnut), 프레디 콜(Freddy Cole), 휴스턴 퍼슨(Houston Person), 그리고 2003년에 사망한 피아니스트 시더 월턴(Cedar Walton)의 1979년 키스톤 코너 라이브 실황 작 [Charmed Circle]이 레이블의 컬러를 보여준다.
현재 하이 노트 레코드의 트럼펫은 제레미 펠트(Jeremy Pelt), 월러스 로니 같은 전통 스타일의 트럼페터가 주축이 되어 있지만 그사이 섬세한 톰 해럴(Tom Harrell)이 균형을 맞추고 있다.
톰 해럴은 2007년 [Light On]부터 하이노트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신작 [Infinity]를 선보이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세련되고 감각적인 선율이 앨범을 관통한다.
자신의 트럼펫과 함께 마크 터너의 테너 색소폰이 연주를 주도하고 2016년 앨범 [Something Gold, Something Blue]에서도 함께한 기타리스트 찰스 알투라의 백킹이 사운드를 특별하게 만든다.
찰스 알투라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Dublin'은 반복되는 리프 위에 트럼펫과 테너 색소폰이 소리를 쌓으며 진행된다.
마크 터너(Mark Turner)와 톰 해럴의 솔로는 더블린이란 지명이 지닌 낭만과 우수를 동시에 표현해주고 있다.
특히 톰 해럴의 후반부 솔로는 유연한 반주 속에서 익숙한 선율을 절묘하게 뽑아내고 있다. (글: 김광현)
[해외] 발라드/팝
이달의 앨범: Sigrid(시그리드) – [Sucker Punch]
2017년에 히트곡 'Strangers'와 'Don't Kill My Vibe'를 통해 그 해 최고의 신인으로 선정되면서 라이징 팝 스타로 주목을 받았던 노르웨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시그리드의 데뷔 앨범이다.
기존 히트곡 중 'Plot Twist'와 'High Five'가 누락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앨범은 그러한 아쉬움을 잊게 할 다채롭고 풍성한 메뉴들로 가득하다.
캐치하면서도 날카로운 팝 후크로 제목처럼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오프닝 트랙이자 타이틀곡 'Sucker Punch'는 그녀의 새로운 시그니처 송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신선도를 유지한다는 점이 앨범의 훌륭함을 대변한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신스 팝 리바이벌 넘버 'Mine Right Now'와 사뭇 진지하고 비장한 구성미가 돋보이는 뉴웨이브 댄스 트랙 'Basic',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냉소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발라드 'Don’t Feel Like Crying' 등 다채로운 매력을 발하는 곡들이 앨범의 지속적이고 흥미로운 감상을 유도한다.
콜드플레이(Coldplay) 풍의 현악 사운드가 맛깔스러움을 더하는 'Sight Of You'와 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의 레트로 신스 팝 스타일을 차용한 'Never Mine', 아델(Adele)의 소울풀한 감성을 능청스럽게 재현하는 'In Vain'과 'Dynamite'는 친숙한 레퍼런스를 통해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내는 영리함이 돋보이는 곡들이다.
팝 트렌드에 부응하면서도 창의성을 잃지 않는 송라이팅과 당돌하고 확고한 자의식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가사, 시니컬함과 발랄함을 오가는 팔색조 보컬의 매력이 어우러져 개성만점의 캐릭터를 구축해내고 있는 훌륭한 데뷔 앨범이다. (글: 이태훈)
이달의 노래: Carly Rae Jepsen(칼리 래 젭슨) – ‘No Drug Like Me’
칼리 래 젭슨의 전작 [Emotion](2015)은 'Call Me Maybe'에 버금갈만한 히트곡 없이도 그녀의 커리어가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걸작이었다.
1980년대 신스 팝 리바이벌의 스타일리쉬하고 세련된 재해석으로 훌륭한 수록곡들이 합을 이룬 앨범으로서의 음악적 성취를 통해 원히트원더 아이돌에서 한층 성숙한 팝 아티스트로의 도약을 알렸다.
4년 만의 신보 [Dedicated]의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된 싱글 'Party For One'과 'Now That I Found You'는 신스 팝 텍스처에 기반한 전작의 밝고 총명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신세대 팝 프린세스의 화려한 컴백을 예고하고 있다.
'Now That I Found You'의 B-Side 신곡 'No Drug Like Me'는 우울하면서도 로맨틱한 슬로우잼 스타일의 신스 팝 트랙으로, 앞선 두 싱글과는 색다른 감성과 분위기로 신보에 대한 기대감을 새롭게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봐야 할 곡이다. (글: 이태훈)
[해외] 힙합/알앤비
이달의 앨범: Solange(솔란지) - [When I Get Home]
솔란지(Solange)는 2016년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A Seat At The Table]을 통해 커리에서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더 이상 비욘세(Beyonce)의 동생 솔란지가 아닌, 아티스트 솔란지로 거듭난 것이다.
그만큼 [A Seat At The Table]은 평범한 메인스트림 알앤비가 담긴 전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걸작이었다.
솔란지의 새로운 전기는 [When I Get Home]에서도 계속된다.
그녀는 이번에도 전작에서 큰 줄기를 이룬 흑인, 그리고 흑인여성으로서의 자부심에 관한 주제를 설파한다.
좀 더 과감해진 표현 방식과 고향인 휴스턴에 관련된 것들을 녹인 것이 차이다.
비단 가사뿐만 아니라 프로덕션적으로도 그렇다. 'Almeda'는 대표적인 예다.
흑인이 가진 것들('갈색 피부, 갈색 얼굴, 검은 피부, 검은 얼굴')에 관해 노래한 이 곡은 프로덕션에서 휴스턴 힙합의 상징 같은 작법인 찹드 앤 스크류드(Chopped and Screwed)를 차용했다.
전반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의 지분이 늘어난 가운데, 솔란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장르 해체와 결합을 주도했다.
실질적으로 문을 여는 곡인 'Down With The Clique'만 들어봐도 수준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 일렉트로닉, 소울이 결합한 이 곡은 드럼의 싱코페이션이 적당하게 긴장감을 유발하는 리듬 파트와 반복에 방점이 찍힌 매혹적인 보컬이 기분 좋은 불협화음을 이룬다.
연속으로 두 장의 훌륭한 앨범을 발표한 솔란지는 명실공히 현재의 블랙뮤직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 할만하다.
올해가 이제 겨우 3분의 1 지났을 뿐이지만, [When I Get Home]은 일찌감치 베스트 알앤비 앨범의 한 자리를 예약했다. (글: 강일권)
이달의 노래: Lil Nas X (릴 나스 엑스) – ‘Old Town Road’
힙합은 언제나 다른 장르와의 결합에 긍정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또한, 장르 퓨전은 2000년대 대중음악계의 트렌드 중 하나다.
그럼에도 힙합과 컨트리의 조합은 매우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지극히 백인중심적으로 흘러온 컨트리와 흑인중심적으로 흘러온 힙합은 양극단에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컨트리 트랩(Country Trap)이란 획기적인 스타일을 표방한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Old Town Road'는 그만큼 문제적인 트랙이다.
짧은 뮤직비디오들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영상 앱 '틱톡'과 최근의 빌보드 컨트리 차트 논란(*필자 주: 최초 컨트리 차트에도 올랐으나 자격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빌보드는 장르의 요소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애매한 근거를 들며 컨트리 차트에서 삭제해버렸다.)이 'Old Town Road'가 유명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곡이 탁월하다.
락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34 Ghosts IV'를 샘플링하여 밴조(banjo) 연주와 트랩 리듬을 결합해서 짧지만, 중독적인 곡이 탄생했다.
고급 외제차대신 말을 타고 달리는 나스 엑스의 신선한 스웩 또한, 곡의 감흥을 더하는 요소다.
올해 이 곡만큼 '무한반복감상' 욕구가 강하게 드는 곡은 없었다. (글: 강일권)
[해외] 댄스/일렉트로닉
이달의 앨범: Shy FX(샤이 에프엑스) - [Raggamuffin SoundTape]
레전드는 늘 등장만으로도 듣는 이를 기쁘게 하지만, 레전드가 그 이름에 걸맞은 작품을 발표했을 땐 '기쁨'은 즉시 '감동'으로 다가온다.
1990년대 영국 정글(Jungle) 씬의 주역 중 하나인 샤이 에프엑스(Shy FX)가 무려 24년 만에 낸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 [Raggamuffin SoundTape]이 딱 이런 기분이다.
이 바닥의 전설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현재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줘야 할 역할을 모두 충실히 수행해낸 작품이랄까.
먼저 킬링 트랙은 선 싱글로 발매한 'Call Me (feat. Maverick Sabre)'와 'Roll The Dice (feat. Stamina MC & Lily Allen)'다.
'Call Me'는 흑인 음악이 유행인 현시점에서 어울릴만한 리퀴드 펑크(Liquid Funk) 넘버고, 'Roll The Dice'는 과거 EP [Gangsta Kid](1994)와 [Sound of the Beast](1994)가 연상되는 베이스 리듬을 더욱 현대적으로 풀어낸 곡이다.
그리고 압권인 건 역시 'Carnival Culture'부터다.
그의 대표곡 'Original Nuttah'(1994)의 멜로디를 다시 끄집어내며 시작하는 축제는 정글이란 장르의 원초적인 뿌리에 접근하며 오리지널의 가치를 전달한다.
덥(Dub)을 활용한 'Raggamuffin (feat. Mr Williamz)', 레게로 버무린 'Bye Bye Bye (feat. Jvck James And Chronixx)', 드럼 앤 베이스에 중심을 기울인 'Warning (feat. Gappy Ranks)'의 연결은 다른 리듬임에도 훌륭하게 조화된다.
하나의 뿌리를 이토록 다양하게 펼쳐낸 사운드 스펙트럼은 듣는 내내 감탄을 일으킨다
이 바닥의 터줏대감으로서 다시 한번 확실하게 위상을 떨친 느낌이랄까. 2019년에 놓치면 아까운 작품이다. (글: 이종민)
이달의 노래: Becky Hill(베키 힐), Weiss(바이스) - ‘I Could Get used To This’
거친 음색을 지녔음에도 고음을 발산해내는 목소리는 베키 힐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덕분에 BBC '더 보이스 시즌1 '(2012)에서도 준결승까지 올랐고, 그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원천일 것이다.
하우스에 능통한 '툴룸(Toolroom) 레코즈'의 아티스트 바이스(Weiss)가 참여한 곡은 딥 하우스를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적절한 변주와 두 개의 훅을 붙이면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선다.
노래 안에 자극적인 요소가 많아 사실 편곡 자체만으로도 대중성이 짙은데, 이 상황에서도 가수는 노래를 장악하며 곡의 주도권을 확실히 쥔다.
듣는 순간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노래.
정규 1집의 발매가 지연되면서 기다리는 이들을 지치게 해주고 있지만, 이 정도 싱글의 등장이라면 충분히 더 기다릴만하다. (글: 이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