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불경 중에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 있어서 여쭙고자 합니다.

[관리자]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주변에 물어볼 곳이 없어서 여쭙고자 합니다. 천지팔양신주경 중에 

卽知, 兩眼 是光明天 光明天中 卽現日月光明世尊, 兩耳 是聲聞天 聲聞天中 卽現無量聲如來, 
즉지, 양안 시광명천 광명천중 즉현일월광명세존, 양이 시성문천 성문천중 즉현무량성여래,
그런즉 알기를, 두 눈은 광명천이니 광명천 가운데서 일월광명세존을 나타내고, 두 귀는 성문천이니 성문천 가운데서 무량성여래를 나타내며,
兩鼻 是佛香天 佛香天中 卽現香積如來, 口舌 是法味天 法味天中 卽現法喜如來, 
양비 시불향천 불향천중 즉현향적여래, 구설 시법미천 법미천중 즉현법희여래,
두 코는 불향천이니 불향천 가운데서 향적여래를 나타내고, 입에 혀는 법미천이니 법미천 가운데서 법희여래를 나타내며,
身 是盧舍那天 盧舍那天中 卽現成就盧舍那佛 盧舍那鏡像佛 盧舍那光明佛, 
신 시노사나천 노사나천중 즉현성취노사나불 노사나경상불 노사나광명불,
몸은 노사나천이니 노사나천 가운데서 성취노사나불과 노사나경사불 노사나광명불을 나타내고,
意 是無分別天 無分別天中 卽現不動如來大光明佛, 心 是法界天 法界天中 卽現空王如來, 
의 시무분별천 무분별천중 즉현부동여래대광명불, 심 시법계천 법계천중 즉현공왕여래,
뜻은 무분별천이니 무분별천 가운데서 부동여래대광명불을 나타내고, 마음은 법계천이니 법계천 가운데서 공왕여래를 나타내며, 
含藏識天 演出阿那含經 大般涅槃經, 阿賴耶識天 演出大智度論經 瑜伽論經. 
함장식천 연출아나함경 대반열반경, 아뢰야식천 연출대지도론경 유가론경.
함장식천은 아나함경과 대반열반경을 연출하고, 아뢰야식천은 대지도론경과 유가론경을 연출하느니라.
善男子, 佛卽是法 法卽是佛 合爲一相 卽現大通智勝如來.” 
선남자, 불즉시법 법즉시불 합위일상 즉현대통지승여래.”
선남자야, 불佛이 곧 법이고 법이 곧 불佛이니 합해서 한 모양이 되어 대통지승여래를 나타내는 것이다.”

육근을 설명하는 거 같은데 도통 제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왜 양안이 시광명천이며 즉현일월광명세존이라 말하는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불경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까요? 불경을 처음 접한 게 천지팔양신주경이고 른 건 잘 모릅니다. 집안이 기독교라 불경 하는 거 엄청 싫어해서 좀 답답해서 여쭤봅니다.

답변입니다. 

<천지팔양신주경>은 이름만 들어봤고, 전혀 읽어 본 적이 없는 경전인데, '처란'님께서 질문을 올리시는 덕분에 처음으로 일별해 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분량이 짧은 경전이더군요.
검색해 보니까 조선시대의 1657년(효종 8), 1670년(현종 11), 1795년(정조 19)에 목판 인쇄하여 보급하였고, 구한말인 1908년의 불암사 보판본(補板本)도 간행되었다고 하니, 불자들 사이에서 널리 독송되었던 경전 같습니다. 혹시 <천지팔양신주경>이 어떤 경전인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우리말 번역본이 실린 사이트 링크와 한문 경전 파일을 아래에 올립니다.
 
https://blog.naver.com/siwahappy/222854190789    

佛說天地八陽神呪經.hwp

37.50KB

 
그런데 내용 가운데, 부처님께서 한문의 사람 '인(人)'자를 풀이 하면서 "왼쪽의 '∕ ' 획은 진실(眞)이고, 오른쪽의 ' ∖'획은 올바름(正)이기에 언제나 올바르고 참되어서(正眞) 사람이 된다."고 설명하시는 경문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한자 설명은 인도에서 찬술된 불전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습니다. 이 경문을 서두부터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초록색 칠한 부분이 '人'자의 풀이)
 
佛言：「善哉，善哉！無礙菩薩！汝大慈悲，為諸邪見眾生問於如來正見之法，不可思議。汝等諦聽！善思念之！吾當為汝分別演說天地八陽之經。此經過去諸佛已說，未來諸佛當說，現在諸佛今說。夫天地之間為人最勝、最上者，貴於一切萬物。人者，真也，正也，心無虛妄身行正真。左 ∕ 為真，右 ∖ 為正，常行正真故名為人。是知人能弘道以潤身，依道依人皆成聖道。
 
또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면서 "청룡, 백호, 주작, 현무"나 "십이지신(자축인묘 ...)"을 거론하시기도 합니다. 이 역시 동아시아의 전통문화와 관계되며, 인도에서 찬술된 불전에는 도저히 실릴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천지팔양신주경>에 대해 "위경(僞經)의 하나로 도교풍(道敎風)의 책이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천지팔양신주경>의 저자가 이런 비난을 예상하였는지 다음과 같은 경문도 실어 놓았습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정법을 믿지 않고 항상 잘못된 소견만 내다가 문득 이 경을 듣고 비방하여 부처님 말씀이 아니라고 말하면 이 사람은 금생에서 문둥병을 얻어 나쁜 창병으로 얽힌 피가 온 몸에 철철 흐르며, 악취를 풍겨서 사람들이 미워하며, 임종하는 날에는 곧 아비무간지옥에 떨여져서 윗불이 아래로 내려뿜고 아래불을 위로 올려 뿜으며 쇠창과 쇠작살로 온몸을 쑤시며 구리 녹인 물을 입에다 부어 힘줄과 뼈가 묻드러져서, 하루에도 만 번을 죽고 만 번을 살아나는 큰 고통을 쉴새없이 받을 것이니, 이 경을 비방한 탓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若有眾生不信正法、常生邪見，忽聞此經即生誹謗，言非佛說，是人現世得白癩病，惡瘡膿血遍體交流，腥臊臭穢人皆憎嫉，命終之日即墮阿鼻無間地獄，上火徹下下火徹上，鐵槍鐵叉遍體穿穴，融銅灌口筋骨爛壞，一日一夜萬死萬生，受大苦痛無有休息。謗斯經故獲罪如是). "
 
이 경전을 위경이라고 판정하는 현대 불교학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무시무시한 저주의 경문입니다. 물론, <천지팔양신주경>은 착하게 살 것을 권하며, 어떤 재난이 닥쳐도 이 경전만 독경하면 모든 재난을 방지하거나 물리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경전이기에, 권선(勸善)을 가르치고 위안을 주는 경전이라는 점에서 종교적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조선시대 중반부터 구한말까지 여러 차례 판각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 민중에게 널리 읽혀진 경전이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처란'님께서 처음 접하신 불전이 <천지팔양신주경>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지금의 우리나라에도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하여 재난을 막고, 위험을 벗어나려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처란'님께서 <천지팔양신주경>의 경문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시면서 "왜 양안이 시광명천이며 즉현일월광명세존이라 말하는것일까요?"라고 물으셨는데, 인용하신 경문은, <천지팔양신주경(天地八陽神呪經)>의 저자(著者)가 경명을 풀이하면서 팔양(八陽)의 8자를 유식학에서 가르치는 총 8식과 대비시키는 경문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즉 '안, 이, 비, 설, 신, 의'의 6식이 있는데 6근이 이런 6식을 산출하며, 그 다음의 제7은  함장식, 제8은 아뢰야식이라고 총 8식을 설명한 후, 이런 8식의 근원이 모두 공(空)하다는 점을 명료하게 분별하게 되면, 자기의 두 눈이 광명천인데 광명천에서 일월광명세존이 나타나시고, 두 귀가 성문천인데 성문천에서 무량성여래가 나타나며, 두 코는 ...... 의는 무분별천인데 무분별천에서 부동여래 대광명불이 나타나며, 마음은 법계천인데 법계천에서 공왕여래가 나타나고, 함장식은 <아함경>과 <대반열반경>을 흘려 나타내고, 아뢰야식천은 <대지도론>경전과 <유가론> 경전을 흘려 나타낸다는 점을 알게 된다고 설하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 실린 경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佛言：「善哉，善哉！善男子！汝等諦聽！吾今為汝解說。八陽之經者，八者分別也，陽者明解也，明解大乘空無之理，了能分別八識因緣空無所得。云何八識名為經，八陽名為緯？經緯相交以成經教，故名八陽經。八者八識，云何名八識？眼是色識，耳是聲識，鼻是香識，舌者是味識，身是觸識，意是分別識。六根是六識，含藏識、阿賴耶識，是名曰八識。明了分別八識根源空無所得，即知兩眼是光明天，光明天中即現日月光明世尊；兩耳是聲聞天，聲聞天中即現無量聲如來；兩鼻是佛香天，佛香天中即現香積如來；口是法味天，法味天中即現法喜如來；身是盧舍那天，盧舍那天中即現成就盧舍那佛、盧舍那鏡像佛、盧舍那光明佛；意是無分別天，無分別天中即現不動如來、大光明佛；心是法界天，法界天中即現空王如來。含藏識天，演出《阿含經》、《大般涅槃經》；阿賴耶識天，演出《大智度論》經、《瑜伽論》經。善男子！佛即是法，法即是佛，合為一相，即現大通智勝如來
 
물론 위에 인용한 한문 서두에서 보듯이 이 경문이 부처님의 말씀(佛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질문에서 "왜 양안이 시광명천이며 즉현일월광명세존이라 말하는것일까요?"라고 물으셨는데, <천지팔양신주경>을 지은 저자가 생각하기에 "빛이 있어야 눈에 사물이 보이기에 양안(兩眼), 즉 두 눈이 광명천, 즉 빛의 하늘나라이고, 그런 빛의 하늘나라에서 일월광명 세존(해와 달 같은 빛의 세존)께서 나타나신다."라고 상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육근의 배열이 '안→이→비→설→신'의 순서이기에, 위의 경문에서 보듯이 안근 다음에는 이근과 관계된 얘기가 실려 있습니다. 즉 두 귀(兩耳)는 성문천(소리를 듣는 하늘나라) ... 이라는 경문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보듯이 <천지팔양신주경>을 찬찬히 읽어 보면 그 제작자의 의도와 그 제작자가 갖추었던 불교에 대한 지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왜 양안이 시광명천이며 즉현일월광명세존이라 말하는것일까요?" 라고 물으셨지만, 그렇게 깊이 생각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눈은 빛이 있어야 사물을 볼 수 있으니까, 빛(광명)을 제공하는 해와 달(일월)을 부처님의 명호 중 하나인 '세존'에 붙여서 "일월광명세존"이라는 부처님을 창안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대 불교학이, 불교를 실험 대상을 다루듯이 연구하는 '인문학적 불교학'이기에 부처님 가르침의 원래 취지를 훼손하는 '훼불의 불교학'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긍정적 역할은 과거에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무속적 불교, 인간의 번뇌에 영합하는 내용이 실린 잘못된 위경(僞經)들의 썩은 가지를 과감하게 잘라버리게 하여 불교의 본 줄기가 살아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처란'님께서 질문을 올리시면서, 처음 접한 불경이 <천지팔양신주경>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  <밀린다왕문경>, <아함경>, <보리도차제론> 등 정법이 실린 경전을 많이 접하고 배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wild orchid]

저는 불교에 입문한지 얼마 안되어 지장기도를 하며 지장경만 읽고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보고 한동안 아침에 천지팔양신주경을 1독씩 하고 출근하기도 했었습니다. 읽으며 사람 人을 풀이하는 부분, 두 눈은 광명천이니,... 이러한 부분들이 좀 이해가 안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래도 착하게 살라는 내용이라 한동안 좋은 마음으로 읽었고 요즘은 다시 지장정근과 지장경 독송만 하고 있습니다. 천지팔양신주경이 도교의 영향력을 받았다해도 마음에서 좋게 받아들이고 생활 속에서 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카페 좋은 글들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교수님 건강하십시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