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ㅡ안양 예술 공원 탐방
우연한 기회에 안양에 간 길에 그곳에서 가볼만한 여행지를 물었더니, 안양 유원지를 가보라고 일러준다.
나는 평소 어느 지역에 가던 가볼만한 명소가 있거나, 조금이라도 알려진 관광지가 있다면 가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습관성 지병을 가진 사람이다.
안양역에서 안양유원지는 불과 2km떨어진 곳이라 해서, 버스 편도 있다지만 그 정도쯤이야 하고 일부러 도보 행을 택했다.
여행을 하는 데는 직접 발품 팔며 하는 여행이라야, 구석구석 제대로 볼 수 있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 먼 곳이 아니라면 나는 반드시 도보여행을 즐긴다.
한창을 가다보니 안양 예술 공원이란 안내표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래서 그곳도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서 사람들에게 다시 물었더니, 안양 유원지가 예술 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들려주었다.
유명세를 탄 안양 예술 공원
안양 예술 공원은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을 가려면 안양역보다는 관악역에서 가는 편이 훨씬 가깝다는 사실도 그곳에서 뒤늦게야 알았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서울 주변 관광지로 소개되는 대표적인 여행지가 파주 헤이리마을과 일산 호수공원, 그리고 안양 예술 공원인데도 여행을 꽤나 했다고 자부해온 필자로서 안양예술 공원을 제대로 몰랐다는 게 나로서는 무척 수치스런 일이라 느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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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원을 가다보면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김중업박물관이다.
김중업은 건축학을 전공한 교수이자, 건축가로서, 건축연구소를 설립하여 후진양성과 개인전, 대학 강의를 맡기도 하였는데, 그가 남긴 대표적 작품들은 부산대와 서강대본관, 건대도서관을 비롯하여 프랑스대사관, 뉴욕세계박물관 한국관등이 있으며, 그가 설계한 유유산업 안양공장 건물이 리모델링되어 김중업박물관이 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을 돌아보고 좀 더 오르다보면, <갈 멜 산 금식기도원>이 나오기도 하고, 안양 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찰과 암자표시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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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이 흘러내리는 도로변엔 가로수가 단풍에 물들어 운치를 더하는가 하면, 곳곳에 자리한 벤치에는 휴식과 담소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으며, 오가는 등산객들로 북적거리는 활기찬 거리의 모습도 하나의 구경거리...
이곳을 흐르는 안양천은 안양사가 있는 삼성 산에서 발원하여 금천, 구로, 영등포를 지나 성산대교아래서 한강과 합류가 되는 국가지정 하천이기도 하단다.
본래 안양유원지는 관악산과 삼성산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있어, 여기에 수영장이 들어서고 각종 오락시설을 갖추면서 각광받는 유원지가 형성되었는데, 그러다보니 밀려오는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날로 낙후되어진 시설로 변하여 명맥만 유지해오다, 2005년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여기에 인공폭포, 야외무대, 전시관, 광장, 산책로, 조명시설 등을 설치하고, 전망대와 정보센터, 하늘다락방, 물고기눈물분수등 유원지 곳곳에 국내의 유명작가 예술작품들이 들어서게 됨으로서 오늘날 예술 공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곳 공원에는 젊은 세대들에게 꿈과 자유의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역동적 균형’이라는 주제로 문화적 공간을 조성하였기에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원이 되었단다.
이러한 문화공간이 들어선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는가 하면, 공원을 오르내리는 도로변엔 음식문화거리도 자연히 활성화됨으로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공원이 되어 진 듯싶다.
관악산과 삼성산, 그리고 안양사
관악산(冠岳山,630m)은 예로부터 경기 금강(金剛), 또는 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하였으며, 근기오악(近畿五岳)이라 하여 송도 송악, 가평 화악, 적성 감악, 포천 운악, 서울 관악으로 불려왔던 한양의 명산중 하나이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한양을 에워싼 산중에서 남쪽의 뾰족한 관악산은 화덕을 가진 산으로 조선조 태조가 도읍을 정할 때 화기를 끄기 위해 경복궁 앞에 해태를 만들어 세우게 한 <불기운의 산>이라고 하는 유래가 전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관악산을 여러 차례 오르긴 하였지만, 주로 과천방향과 사당, 그리고 낙성대나 서울대쪽에서 등반을 하였기에, 안양에서 오르는 길은 생소한 노선....
관악산의 지세는 비록 태산은 아니지만 준령과 괴암이 중첩하여 장엄함을 갖추었고, 봄철엔 철쭉, 가을엔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그 정기가 뛰어나 많은 효자 효부와 충신열사를 배출시킨 명산이라고도 한다.
관악산과 인접한 삼성산(三聖山,481m)은 3성이라 일컬어지는 원효, 의상, 윤필이 이 산중에서 각기 1막, 2막, 3막 등의 세 암자를 지어 수도 하였다는데, 1막과 2막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리고 현재는 3막만 남았다는데 이것이 삼막사란다.
한편 관악산에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한데, 거기에 붙여진 이름들도 아주 재미있다.
모두가 그럴듯한 형상들로 원숭이를 닮았다는 원숭이바위를 위시해서, 늑대바위, 곰 바위, 학 바위, 낙타바위, 코뿔소바위, 고래바위가 있는가 하면, 삿갓장군, 누드바위, 스님바위, 해골바위, 미소바위 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지러울 지경이다.
또한 이곳 삼성 산에는 안양시의 유래가 되었다는 안양사가 자리하고 있다.
안양이란 불교에서 아미타불이 상주하는 극락정토를 말하며, 극락정토란 이 세상에서 서쪽으로 10만억불토를 지나야 나오는 곳이라는데, 그러고 보면 안양은 현세에서 만날 수 있는 극락세상이란 뜻 아니겠는가!
한편 안양 사는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 지역을 정벌하려고 삼성 산을 지나다가, 산꼭대기에 오색구름이 가득 피어오르자 이를 이상히 여겨 살펴보다가, 그 구름 밑에 있던 능정(能正)이란 노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스님과 자신의 뜻이 같기에 그곳에 안양사가 창건되었다고 전하여 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곳에 중초사(中初寺)란 절이 있었는데, 왕건이 그곳에서 능정스님을 만나 서로 뜻이 상통하여 안양사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게 정설일 듯싶다.
신 동국여지승람에는 안양 사에 고려의 최영장군이 7층 전탑을 세우고, 왕이 환관을 시켜 향을 보내왔으며, 승려 천명이 불사를 올린 대가람이었다는 기록이 전하여진다고 한다.
안양 예술 공원의 이모저모
공원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예술작품들이 시선을 끈다.
“예술은 삶을 아름답게 하지만, 어려운 현대미술작품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누구나 쉽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어진다.
안양 예술 공원은 설치미술, 건축, 조형미술등 다양한 예술작품이 산재되어 있는 공원으로, 어려운 현대미술을 일반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표현된 공간이기도 하단다.
작품을 보는 전문적 지식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런 분야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자연 속에 어우러진 작품을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예술세계를 느껴볼 수 있는 체험교실 같은 곳이 바로 이곳 예술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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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차량 주차장부터 예사롭지 않게 설치되어 있어 퍽 흥미롭게 다가왔고, 주차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고가 터널과 쉼터등도 환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코스라 볼 수 있었다.
공원 안에는 많은 쉼터들이 있어, 자유로운 휴식과 운동이나 명상들도 할 수 있어 좋았고, 숲속의 아늑한 풍광은 기분전환의 좋은 자연 힐링 공간이라 아니할 수 없으리라...
산과 숲을 보니 등산을 해보고 싶다는 유혹이 밀려왔지만, 시간이 허락치를 아니하여 잠시 등산로만이라도 확인해두려고 산을 오르다 뜻밖의 횡재를 얻기도 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부등켜 안고 사랑을 불태우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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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와 연리 목은 수없이 보아왔지만, 종(種)이 다른 나무가 한 나무로 엉켜있는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었다.
수령도 내 나이쯤은 되어 보여 더욱 연민의 정이 느껴지기도 하기에, 즉석에서 떠오른 시 한편을 선사해 보았다.
연리목 사랑
기이하고도 절묘하도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한 몸 되어 사랑을 불태우다니
서로 태어날 땐
본디 낯선 각자이련만
우연히 만난 그날부터
얼마나 하나 되길 열망했던지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어느새 한 몸 이루더니
뿌리 채 하나 되어
그냥 한 나무가 되고 말았네
하나가 된다는 것
그것은 너와 내가
꿈꾸는 세상
우리도 저 연리 목처럼
하나 되어 살수는 없는 것일까?
서울대 관악수목원의 산책
예술 공원과 인접한 상류 쪽에는 서울대 관악수목원이 나온다.
입장료는 무료이기에 시간만 가능하다면 이곳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곳이다.
수목원 입장은 아무 때나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 숲 해설가의 안내를 받도록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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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내가 입장한 시간에는 다른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기에, 숲 해설가는 나 한사람만을 안내하는 행운이 주어졌다.
그런 만큼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어 좋았고, 내가 알고 싶고 묻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게다가 남성해설가가 아닌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여성이었기에 더욱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수목원에는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잘 가꾸어진 수목들이, 각기 명패를 걸고 자신들을 알리려 고개를 내민다.
필자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면서 산을 좋아했고, 또한 평소 산야초와 수목들을 가까이 해 왔기에, 특별한 외래종이 아니라면 대충은 이름 정도는 아는 상식을 갖고 있다.
수목원에는 외래종 나무들도 많이 있고, 토종 수목이라 하더라도 종류가 다양하여 모르는 것들이 가끔 발견되기도 하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도 해가며 길을 걷다가, 내 친구 중에도 숲 해설가가 있기에 혹시 아느냐고 물었다.
이름을 댔더니 바로 이곳에서 함께 있다하지 않는가!
수년전에 친구 소개로 수목원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이곳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내가 이곳을 답사를 했음에도 그때까지 까마득히 몰랐던 건, 다녀간 당시엔 여러 친구들과 휩싸여 왔었고, 길도 제대로 모르면서 갔었기에 여기란 것을 기억하지 못했던 때문이었다.
숲 해설가는 내게 어떤 구경을 하고 싶으냐며 질문을 해왔다.
수목원에는 테마별로 돌아볼 수 있는 곳들이 조성되어 있고, 단체 관람 시는 전체 코스를 돌도록 되어 있지만, 나의 경우는 특별대우(?)차원에서 그렇게 물어온 것이다.
내가 일일이 다 돌아볼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눈치 빠르게 안내한곳은 단풍나무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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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개방지역과 비개방지역이 있는데, 개방지역엔 습지식물원, 관목원, 숙근초원을 비롯하여, 벚나무 길과 참나무 관찰로 등이 있지만, 그중에도 가을철에 가장 볼만한 곳은 단풍 길이라는 것이다.
단풍 터널 속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단풍이 절정을 이루어 붉게 타오르고, 갖가지 색으로 분칠한 나뭇잎새가 화사의 극치를 자아냈고...
낙엽이 수북이 쌓인 오솔길을 걸어보는 재미와, 둘만이 즐겼던 데이트(?)의 추억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황홀하고 달콤했던 여행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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