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암 가는 길 / 전다형
무임승차로 올랐다
나를 기다리던 돌층계가 아래로 내려가고
산자락에 매달린 길을 잡고 절집 품속에 들었다
한자리에 서서 노승이 된 가문비나무가
두 손을 잡고 스님보다 먼저 맞아주었다
염불 알아듣고 귀가 열린 배롱나무 우듬지가 환했다
먼저 귀를 연 것들이 별을 품고 있었다
염불 소리가 내 마음을 끌고 법당으로 올라갔다
관세음보살옴마니반메옴......
깊은 강물 소리로 건너왔다
속을 비운 목어가 제 가슴을 치고 있었다
제 속울음이 마을 아래로 내려가는 게 보였다
넝마가 된 내 영혼을 몇 번의 헹굼질을 거쳐
구겨진 슬픔을 펼쳐놓았다
햇살이 잠시 상처 모서리를 읽고 지나가자
내 눈에서 아픈 별이 떨어졌다
나뭇잎이 몸을 열어 내 별을 품어주었다
눈물이 지나온 길 끝에 탑이 서 있었다
탑 속은 따뜻한 내 눈물을 기억했다
내가 풀어놓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제비꽃 피어 무너진 돌담 온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고목 가지가 다 죽비로 보였다
잎 틔우지 않은 욕망 지고 절집 돌아서는 내 어깨
힘껏 내리쳤다
첫댓글 아, 정말 예쁜 시를 만났습니다.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