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몽롱하다
뭔가 위기 의식이 느껴지는 순간
벌떡 일어나 피해 상황을 살필 겨를이 없다
조명탄을 발사하고
무조건 화학 무기로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뿐
유비무한이라 했던가
살상 가스.. 무자비하게 발사해 댔다
예전 같으면 한 방만 갈겨도
코 안이 쇄 할 텐데
감기의 끝이라 그런지 전혀 냄새가 없다
공격을 끝내고
잠시 후 피해 상황을 살폈다
침상에 선혈이 난자하다
짓눌려 쓸려 죽어있는 테러범의 흔적!
오른발 장단지에 네 방
왼발 장단지에 세 방
오른 쪽 손가락, 팔목에 세 방
왼 쪽 손가락, 팔목에 다섯 방
참 순식간에 무자비하게 당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놈들은 러브도 안하고 사나 양심도 없이
왜 하필이면 거길 공격한단 말인가
우~씨! 크게 한방 맞았더니 무자게 가렵다
오래 된 습관으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윗 잠옷만 입고 자는 나로서는 정말 치명타다
3일 동안 감기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했는데
오늘따라 치악산 연재를 위해 3일치를 써 놓고
겨우 네 시 반에 잠이 들었건만
잠들자 마자 순식간에 무참히 공격을 가하다니..
테러범은 세 놈쯤으로 추측된다
그 중 한 놈이 어둠 속에서 휘두르는 팔에 눌려 죽었고
워낙 많이 먹어대더니 무거워서 움직임이 둔했나 보다
한 놈은 가스 직사포에 침상에 나 불어져 죽었고
한 놈은 어디로 가서 쳐 박혀 죽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설 잠을 청하니
아랫도리가 무자게 가렵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사용 중지 처분을 받아
시들 시들한 판인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이냐
남들은 단 한번의 공격도 안받는 곳에
난 벌써 내 인생에 두 번이나 공격을 받았다
휘영청 달 밝은 한 여름 밤에
내무반이 요란스럽다
비상 비상!
판쵸 우의만 입고 연병장에 집합!
사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젊은 나이에
훈련에 시달려 취침 점호가 끝나기도 무섭게
코 고는 소리가 진동하는 시간에
비상이라니
비몽사몽 간에 무조건 뛰 쳐 나간다
지금부터 국가자산인 모기에게 포식을 시킨다
우비 벗어! 실시!
조치원 예비사단
군 내 들어와 있는 모기도 국가 자산이란다
움직이는 놈은 지금부터 용서하지 않겠다
알았나!
훵 하니 넓은 벌판 달 밝은 여름 밤에
연병장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백명의 젊은 혈기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부동자세로 서 있다
달 그림자를 발아래 드리운 채
잠시 후 이쪽 저쪽에서 움찔 움찔
앞에서 걸린 녀석은
뱃가죽에 가슴팍에 군화 발이 올려지고
뒷 쪽에서 걸린 녀석은
등 짝으로 허벅지로 사정없이 군화 발이 날라온다
이쪽에 픽 저쪽에서 픽..
시간이 갈수록 얻어맞아 쓰러지는 소리만
기간병의 야유소리와 함께 적막을 깰 뿐…!
남들보다 모기가 많이 달려드는 나로서는
정말 참기 어려웠다
그나마 안면주위에서 윙윙거리는 놈들은
양 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양쪽 볼을 씰룩 거리고
양 쪽 코 구멍을 씰룩 거리다 보면 퇴치 가능 하건만
그 나머진 속수무책이다
무자비한 공격에 그냥 무너지는 수 밖에는..
그런데.. 미치겠다
엄청 큰놈 한 놈이 하필이면 그곳에 달라 붙어
쪽 쪽 거리고 있다
어디다 입을 태고 찔러댄다는 말인가
지 것도 아닌데 왜 남에 것을 탐한단 말인가
내 고귀한 몸 가락
억지로 움직여 보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허사다
연병장을 10바퀴 돌고 한 여름 밤의 열기와
땀에 절여 축 늘어져 쳐져 있는 귀한 놈이
그 떡 거릴 리 만 무다
오호 통재라! 위기를 느끼지 못하니 더욱 답답하다
그 날 난 반 죽었었다
남들은 열 대여섯 방으로 대부분 끝났는데
난 70여 방의 공격을 당했고
그 고귀한 곳을 두 방이나 무방비로 당했으니 말이다
남들은 평생 일어나지 않는 일이
난 두 번이나 일어나고 있으니 너무 노출하는 건가?
여기 힘 센 들꽃님들이여!
본인의 몸 가락..
한 몸에 달렸다고 내 자산이라 생각 마라
비록 내 몸에 있건만 이미 내 것이 아닐진 데
내 몸 아끼듯 뉜지 모를 님을 위해 간수를 잘하시라
한 방 당하고 나면 정말 무자게 가렵다
끝으로 경험자로서 이런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유비무한!
당하고 후회말고 자나깨나 테러범 조심!
아끼고 보호하여 적재적소 요긴하게 활용하자!
첫댓글 모기회식 하셨구나.......... ㅎㅎㅎ. 조치원 예비사단이면 특공인가요?
훈병시절 이겠지요. 아~ 조치원 예비사단 신병교육대 시절을 모르시는군요.
조치원의 예비사단이면 해국님도 신병훈련소 동기신가봐요?
ROTC 14기 입니다. 3,4학년 여름방학 훈련을 조치원에서..
충성 선배님 저 23기입니다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와!!!
요즘 모기는 날이 추워서 그런지 힘이 없던데................ 테러하려는 의지도 약하고.....................
며칠 갇혀있음 죽기 살기죠.. 감기때문에 3일 문 안 열었거든요 먹을 거라곤 오직 뒤늦게 귀가해서 새벽에 잠드는 내 거룩한 피 밖에는..
그날밤 모기들 포식했겠다. 헌데 맛은 있었는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면 그런봉변 안당하는데~~ 모기들 최대 활동시간이 새벽이라는걸 모르셨군요................
들꽃님들 위해서 글 쓰다 그만.. 3일치 미리 써 놓고 그렇게 됐죠
들사모를 위해 고생 많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