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대로키워라]에서 발췌
드라마 OST,별들의 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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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다.
스타 가수들이 드라마로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드라마 OST로 뜨면 가수로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때문에 드라마 OST 취입을 꺼렸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드라마 OST를 둘러싼 가요계의 변화를 살펴본다.
★ 뜨는 드라마에는 뜨는 노래가 있다
히트곡은 어디서 나오는가. 영화와 광고가 히트곡 생산 매체로서 한때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안방극장 드라마를 이기지는 못한다. 접근성이 좋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데 유리한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을 경우, 극에 삽입된 노래들마저 모조리 인기곡으로 만들어 낸다. 올해 초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OST 음반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이 각종 음원 차트에 오르기도 했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백지영의 ‘그 여자’를 위시해 군에서 돌아온 성시경의 ‘너는 나의 봄이다’, 신용재의 ‘이유’ 등이 히트했고 심지어 출연 배우 현빈이 부른 ‘그 남자’와 윤상현의 ‘바라본다’도 주목을 받았다. 현빈의 시크한 매력에 흠뻑 젖은 여성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이어 현빈의 노래에도 녹다운되었다. 가수 이승철도 인정한 탁월한 가창력으로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네버 엔딩 스토리’를 소화하며 인기 탤런트 대열에 합류한 윤상현의 경우는 두 번째 개가다.
현빈과 윤상현 말고도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 나온 이승기의 ‘지금부터 사랑해’와 신민아가 부른 ‘샤랄라’를 비롯해 <매리는 외박 중>에 삽입된 장근석의 ‘Hello Hello’,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한 박유천이 속한 팀 JYJ의 ‘찾았다’ 등 최근 들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직접 노래한 곡이 뜨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 경기 불황 속에서도 드라마 OST는 대세
이렇게 되자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진은 스타 가수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출연 배우에게 노래를 직접 부르도록 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드라마 OST는 별들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출연 배우가 부르는 노래는 직업 가수보다 서툴더라도 드라마의 리얼리티와 친근감을 높이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 윤상현의 ‘네버 엔딩 스토리’처럼 배우가 어느 정도 가창 기량을 보여 줄 경우 의외의 폭발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 배우가 노래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드라마 OST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수들의 음반이 저조한 것과 비교하면 드라마 음반은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럴까. 이것은 부분적으로 경기 침체라는 현실 속에서 영화 관객 수는 줄어드는 반면 드라마 시청자 수는 꾸준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에는 영화처럼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여긴다(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인기 드라마가 계속 나오는 한 드라마 속 삽입곡을 모은 OST 또한 음반과 음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감동적인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이 여지없이 시청자의 청각을 사로잡고 그게 곧바로 음원 차트 순위로 직결되니, 기획사와 음악 제작자가 드라마 음악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작곡가는 “요즘 작곡가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인기 있는 드라마의 곡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흥행 보증 스타 가수를 끌어들여라!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연애시대>, <궁>, <꽃보다 남자>, <내 이름은 김삼순>, <불새> 등 드라마 OST의 강세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중 드라마 OST를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적절한 타이밍으로 성공시킨 드라마로 손꼽히는 건 <아이리스>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신승훈의 ‘Love of Iris’, 빅뱅의 ‘할렐루야’가 연 타석으로 히트했고 음원 순위 상위권을 누볐다. 가수의 면면이 말해 주듯 이를 계기로 다른 드라마들도 흥행을 보장하는 스타 가수들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아테나>도 음원 차트에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드라마도 동방신기(‘아테나’), 태연(‘사랑해요’) 등 슈퍼스타가 동원되었고 신예 장재인의 ‘Please’도 떠오를 만큼 뚜렷한 실적을 얻었다.
이 대목에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가수가 소녀시대 멤버 태연이다. 태연은 지금까지 딱 3편의 드라마 OST에 참여했는데, <쾌도 홍길동>의 경우 드라마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만약에’는 인기를 누려 드라마 인기에 관계없이 노래가 뜨는 드문 성공 사례를 기록했다.
이는 OST 한 장에 여러 가수를 참여시키지만 흥행을 주도하는 확실한 스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얼굴마담은 정해져 있다고 할까. 태연 외에 백지영이 그렇다. 흥행 보증 수표 백지영은 <자명고>의 ‘사랑이 죄인가요’와 <아이리스>의 ‘잊지 말아요’, <시크릿 가든>의 ‘그 여자’로 부르는 노래마다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그래도 드라마 OST 부문 챔피언은 단연 이승철이다. <로즈마리>의 ‘그냥 그렇게’, <불새>의 ‘인연’, <에덴의 동쪽>의 ‘듣고 있나요’로 잇달아 전파를 휩쓸더니 작년에는 최고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부른 ‘그 사람’의 히트로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드라마 영상이 주는 감동과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이승철의 타고난 감성 표현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 드라마 OST, 이제 문화 경쟁력이다
과거에 톱 가수들은 음악성을 구현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드라마 삽입곡 부르기를 꺼렸지만, 이제는 다투어 드라마 OST 붐에 편승하고 있다.
‘드라마 OST 히트곡이 없으면 인기 가수도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드라마에 그나마 음악 지분이 살아 있다고 보는 가수들과 인기 가수가 불러 주면 아무래도 도움이 되는 드라마 제작사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일 것이다.
이제 드라마 OST는 스타 가수들이 재미 삼아 한번 해 보는 단계를 벗어나, 제대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위상으로 치솟았다는 게 음악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한 ‘한류’라는 문화적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해졌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한국의 대중예술, 그중에서도 드라마와 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에 둘을 묶은 드라마 OST는 필수적인 것이다.
실제로 동방신기의 경우처럼 드라마 OST는 현재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중견 가수 유열은 <겨울연가>에 출연한 덕분에 일본에 진출해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는 <시크릿 가든>을 보고 현빈의 ‘그 남자’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드라마 OST의 위력은 우리나라를 찍고 외국으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글 임진모(음악 웹진 이즘 운영자).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신문사 기자, 음반 프로덕션을 거쳐 1991년부터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며 텔레비전 뉴스에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말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게 음악평론가의 본연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