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은 이미 지났고 모레가 '춘분'이다.
조석으로 약간 쌀쌀한 느낌이 여전하지만 그래도 어김 없이 봄이 왔다.
예서제서 새싹들이 힘차게 키재기를 하고 있다.
예쁘고 앙증맞다.
어린 나뭇가지에선 금방이라도 새순들이 팡팡팡 터질 듯하다.
생명을 부르는 물이 잔뜩 올랐다.
콩당콩당 가슴이 설렌다.
유달리 시골풍경과 느낌을 좋아 하는 아내는 봄을 맞으러 2박3일 간 일정으로 고향으로 달려갔다.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달래와 애기쑥들을 캐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자매들에게 연락해 세 자매가 같이 갔다.
네 여인들의 끊임 없는 수다와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아무튼 행복하고 멋진 시간이 되길 빈다.
어제 신도림역 부근 식당에서 고향친구들의 모임이 있었다.
30년도 넘게 유지된 '죽마고우들'의 모임이다.
회원이 총 9명이다.
그런데 3월 정모에 참석키로 한 초동친구들은, 은퇴 후 고향인 '군산'으로 돌아간 2명을 제외하고 7명이었는데 이들마저도 갑작스럽게 용무가 생겨 끝내 3명이 나오지 못했다.
사전에 연락은 받았다.
결국 4명만 얼굴을 보았다.
아쉬웠다.
'이순'이 되었지만 자신의 사업과 해당 조직의 책임자로서 여전히 바쁘고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열정과 신의로 자신의 길을 성실하게 가는 친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봄으로 물든 대지.
그 대지가 우리에게 다감하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냥 말 수 없었다.
새봄을 느끼고 싶었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안양천'을 따라 '신도림역'까지 걸어서 갔다.
정말로 감사했고 행복했다.
모임을 마친 다음엔 다시 '도림천', '안양천'을 따라 걸어서 왔다.
사진도 찍었고 노래도 불렀다.
머릿속으로 많은 시와 수필도 썼다 지우길 반복했다.
자연스럽게 계속 미소가 벙글어 졌다.
내 개똥철학 중 '트레킹'에 대한 것도 하나 있다.
특히 장거리 트레킹은 혼자 가면 깊은 '사색'이자 '기도'지만 둘 이상이 가면 진솔한 '대화'와 '소통'이라는 점이다.
운동이나 건강증진은 덤 같은 선물이다.
이 논리가 맞든, 틀리든 상관 없다.
어차피 일생동안 내가 줄기차게 견지했던 '개똥철학' 중 하나였으니까.
봄이 감사한 이유는 다시금 자연을 향한 '오체투지의 본능'을 일깨워 준다는 데 있다.
겨울이라고 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면 모든 영혼과 골수의 가장 작은 세포들까지 야무지게 아우성을 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보다 자연이 더 좋다.
자연스럽게 그리 변하는 것 같다.
어제 담아온 사진 몇 장을 소개해 본다.
오늘도 '발안천'에서 나 홀로 장거리 트레킹을 해보려 한다.
'발안천'과 '서해바다'가 맞닿은 곳에서부터 상류를 행해 걸으며 봄과 온전하게 그리고 오롯이 조우하고 싶다.
혼자 하는 트레킹은 사색과 기도다.
예배를 꼭 예배당에서만 드리는 건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예배와 찬미가 있다.
모두에게 사랑과 감사가 충만한 하루가 되길 빈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