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여러 실수와 새로운 환경들에서 이러저리 부딪히며 흔들리는 마음으로 기분이 우울했다. 하루 일정 끝나고 밤늦게 옥상에 올라가서 손전화(핸드폰) 불빛으로 작물들 비춰보았다. 완두가 손가락 반 만큼 쑥 올라와 있었다. 너는 어쩜 그러니. 힘차게 올리고 있는 완두에게 고맙다. 힘차게 살고 싶어진다. 힘이 난다. 너에게도 가득한 생명력, 나에게도 있음을 기억하며. 너가 잘 살듯 나도 잘 살게!
4.22
완두가 엄지손가락만큼 자랐다. 참 꼬깃꼬깃 접혀져 있다. 그 조그만 완두콩에서 이렇게 자랐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실이지....!
그리고! 그 옆에서 완두 하나가 더 나오려고 빼꼼 머리 올리고 있다.
뿔시금치도 줄 지어 더 나오고 있다. 땅 뚫고 나온 흔적에 서 있는 모습, "나 흙 속에서 나온거 맞아요!"하며 뻗은 팔 끝에 흙 묻힌 모습, 흙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지어진다. 땅 속에서 보이지 않게 자라고, 허리굽혀 나오다 머리 쑥 내미는 뿔시금치가 신기하다. 뿔시금치 씨앗에서 대체 어찌 자라는 건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슬슬 파서...... 하나를 꺼내보았는데 정말정말 신기하다. 씨앗 안에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다시 잘 넣어줬다. 시금치가 4, 5개씩 뭉쳐서 나오는 곳 있는데 씨앗에서 나오는 모양을 생각해보면 싹 나오는 부분이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나? 그러면 싹 나오는 방향을 다 같게 심으면 뭉쳐서 안 나오지 않을까? 그러면 너무 과한 품이 드는 거겠지...ㅋㅋㅋ 근데 그렇게까지 뭉쳐 심지는 않았는데! 한 아이가 내준 구멍을 따라 다른 아이도 쉽게 나올 수 있었나보다. 그럼 제일 먼곳에서 구멍 찾아 나온 시금치는 목이 엄청 길겠네!
내일 비 소식 있어 오줌액비 주었다.
4.25
뿔시금치가 정말 많이 나왔다! 줄뿌림으로 심었더니 정말 줄 그대로 났다. 동그란 텃밭에 심은 시금치도 동그랗게 나고 있다. 그런데 동그란 텃밭보다 네모난 텃밭에서 시금치가 더 많이 나왔고, 네모난 텃밭 두 줄 중 한 쪽 줄에서 시금치가 더 많이 나왔다. 해를 받는 정도의 차이일까? 밭정리를 하며 싹난 것들을 뽑아줄 때 "쑥-" 쉽게 뽑히는 밭도 있고, 뚝! 끊기는 밭도 있는 걸 보아 흙의 차이도 있을 것 같다. 완두를 심은 곳에서는 나오는걸 발견하지 못했던 세번째 완두까지 자라 있다. 3알 심었는데 3알이 다 나왔다. 심지어 두번째 발견한 것보다 키가 더 크다.
내일 비 소식이 있어 토마토를 심으려고 했는데, 지주로 쓰려고 구해두었던 나무가 많이 휘어있고 갈라져 있다. 지주를 흙에 꽂을 때 뿌리가 다칠 수 있어서 심기 전에 지주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게다가 내가 구한 지주는 두꺼워서 흙이 많이 파헤쳐질 것 같아 특히나 그래야할 것 같은데 이 지주를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다음주 달날(월요일)에 비소식 한 번 더 있는 것 확인하고, 지주를 새로 구하기로 결정했다. 토마토를 해날(일요일)에 심어야겠다.
4.26
구해두었던 지주가 너무 아쉬워서 손봐보았다. 갈라진 것 발로 밟아 뜯어내고(?), 지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밟은 후 휘어있는 방향 반대반향으로 살짝 당겨보았다. 오 이거 그냥 쓰면 될 것 같다. 긴 나무는 토마토 지주로 꽂고, 짧은 나무는 팥 심을 밭에 꽂아주었다.
4.28
시금치 두 떡잎 사이에 아주 작은 동그라미가 두 개씩 생겼었는데, 몇 시금치는 그게 잎이라는 것을 알아볼 정도로 자라났다.
완두콩을 보는데 길쭉한 무언가가 보인다 이게 덩굴손인가!? 완두콩 세 개 중 큰 애는 본잎 가지가 3개, 작은애 둘은 본잎 가지가 2개로 자랐다. 본잎 2개인 아이가 큰애보다 덩굴손이 더 길다. 큰아이는 “난 커서 아직 덩굴 안 키워도 돼.”하며 여유가 있고 작은애는 “난 키가 작으니 덩굴이 지금 많이 필요해!”하며 여유가 없어서 그런걸까?
내일 비소식 있어서 오늘 토마토 씨앗 넣었다. 처음 텃밭 자리 잡을 때 토마토는 키가 크게 자랄 것이니 다른 작물들 그늘 만들지 않는 자리에 놓아주었다. 토마토는 물이 많은걸 싫어한다고 해서 두둑을 높게 해주었고, 이번에는 홍천 든든이가 알려주었던대로 골을 파서 넣었다. 토마토 씨앗 세개를 놓고 흙을 뿌려 살짝 덮어주었다.
시금치가 계속해서 새로 나오고 있다. 텃밭에 넣은 시금치 씨앗 개수를 적어두었는데 몇개에서 나왔을지 궁금해졌다. 동그란거는 8개 나왔고, 네모난거 많이 난 쪽은 35, 적게 난 쪽은 14개가 나왔다.
저녁에 날씨를 다시 찾아보니 달날(월요일) 비소식이 사라졌다......! 물날(수요일)에 비소식이 있다. 물날은 일하는 어린이집 운동회 있는 날인데 ㅠㅠ
4.30
시금치 본잎을 다들 키워가고 있는 모습이 솜털 보송보송하니 귀엽다.
오늘 시금치는 동그란거 14개, 네모난거는 39, 21개다.
토마토 아직 소식이 없다. 토마토야 힘내! 물날 오후에 비소식이 있다. 운동회 끝나고 오면 딱 좋겠다.
완두콩 큰 아이는 4번째 팔을 폈다. 줄기가 있고 양 옆으로 팔이 번갈아가며 나온다. 4번째까지 팔을 펴주니 보인다. 잎 두 장이 마주보고 나오고, 한 팔에는 잎이 총 4장이다. 그리고 덩굴을 하나 뻗었다고 생각했는데, 살펴보니 팔 끝마다 덩굴이 나오네....! 찍었던 사진을 다시 찾아보니 맨 처음 팔 나왔을 때도 덩굴손이 있었다. 작은애는 세번째 팔을 폈는데 다음 네번째 팔이 세번째 팔의 잎 사이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퇴근시간으로 차 많아지기 전에 장보러 다녀오려했는데 결국 집에 다시 내려가 공책과 연필들고 올라와 앉았다. 저번에 앉았던 플라스틱 통에 앉았는데 내가 앉을 때마다 “그극” 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그그”야 안녕?
5.1
비가 오지 않아서 운동회는 잘했다. 토마토야.... 지주 고민하느라 좀 늦게 심은 느낌이 있는데 비도 못 받고 있다.
비가 오지 않아 흙이 말라서 그런지 한 텃밭이 무너지듯 푹 꺼져있다. 텃밭들을 다 살펴보니 대다수는 만지면 푹 꺼질듯해 보이는데 몇개는 만져봐도 단단하고 촉촉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 밭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은 내린 뿌리가 단단하다. 네가 좋은 밭이구나!
시금치 동그란거 24개, 네모난거 40개, 22개이다.
완두콩에!!! 잎맥 따라 하얀 얼룩이 조금씩 있다. 뭐지? 물이 부족해서 그런가...? 완두는 키가 20cm정도 되면 지주를 세워줘야 한다고 한다. 15cm정도라 이제 곧 세워줘야 할 것 같다. 완두 셋이 자라기엔 너무 버거운 밭이라 솎아줘야 하는데 망설여진다. 잡아먹는다 생각하니 마음이 좀 무겁다. 나에게 힘 주었던 아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오는 해날(일요일)에 친구들과 샐러드 해먹기로 했는데 그 때 솎아서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5.3
시금치 동그란거 51개, 네모난거 37, 55개이다. 그런데 동그란 텃밭에 시금치 두 개가 시들해서 살짝 손끝으로 건드려보니 꼭 물러진 것 같은 상태이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아침에 둘레길로 산책하는데 완두지주로 쓰기 좋은 나무가지를 발견해서 따로 챙겨 한 쪽에 찜해놨다. 퇴근길에 나무가지 가지고 집으로 가는데 선생님들을 만났다. 완두 이야기 나누다가 선생님 한 분이 일터 마당에 있는 밭에 자리 내주겠다고 하신다!! 잡아먹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불날(화요일) 일찍 출근해서 옮겨줘야겠다.
5.4
완두콩, 시금치가 왜 그럴까!? 완두콩 하얀얼룩은 더 많아지고 작은애 하나도 얼룩이 생겼다. 시금치 그 두 아이는 정말 시들해졌다. 누리집(인터넷) 찾아보니 흰가루병이라는 게 있는데 질소질 비료가 많을 때, 통풍이 잘 안 될 때, 밤낮 기온차가 클 때 이 병이 들고 공기중 전염된다고 한다. 질소질 비료인 오줌액비도 주었고, 요즘 기온차도 크고, 완두콩 세 개가 자라고 있으니 통풍이 잘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잎 뒷면부터 생겨서 잘 발견하지 못하다가 앞면으로 넘어왔을 때 발견하게 된다고 하는데 뒷면은 아무렇지도 않다. 긴가민가 하지만 우선 하루라도 더 빨리 완두콩 둘을 어린이집 마당으로 옮겨줘야겠다. 그리고 인산비료를 넣어 균형을 맞춰주라고 하는데 흰가루병인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쨌든 인산비료는 열매가 열리는 작물에 좋다고 한다. 다시마, 쌀뜨물, 동물뼈로 만들 수 있는데 나는 쌀뜨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시금치 증상(?)도 찾아보았는데 작물이 햇빛에 익으면 물러지는 것 같이 된 경우가 나왔다. 햇빛에 익었나 싶기도 한데 딱 그 둘만 그러니까 이것도 잘은 모르겠다.
첫댓글 작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군요. 비소식 있다해도 너무 여린 싹에는 오줌액비를 주지 않는게 좋을 듯 해요. 그리고, 화분에 심은 건 땅에 심은 것과 달라 천수에만 의지할 수는 없고, 물을 줘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게요 여린 싹에게는 오줌액비가 힘들 수 있겠어요....! 어제 강낭콩 옮겨싦고 오후에 친구따라 텃밭다녀왔는데 정말 흙이 물기 품은 정도가 다르더라고요. 잘 살펴 물 줘야겠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