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의 대출금리가 40~50% 될 거라는 말, 대번에 이명박 대통령의 화를 돋웠다. 지난달 22일 서울 화곡동 재래시장에서의 일이다. 그 뒤 정부는 ‘친서민’ 총력전에 나섰다. 대통령에게 금리 얘기를 한 정모(44)씨는 양화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시장 아줌마다. 그는 고금리 논란에 불을 지핀 당사자지만, 금리보다 신용평가에 더 문제를 제기한다. 4일 그는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친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올 4월 초까지만 해도 신용등급이 5등급이었다.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잠시 연체한 적이 있는 사람이 받는 등급이다. 부실 가능성은 크지 않은 등급이다.
미소금융은 7등급 이하에게만 돈을 빌려 주기 때문에 그는 당시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정씨의 신용등급은 8등급. 넉 달 새 3계단이나 떨어져 지난달 말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는 “싼 이자로 대출은 받았지만 신용등급이 떨어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여성용 구두가게를 냈다. 남편의 사업이 기울면서 차린 것이다. 12월엔 온라인 판매도 시작하면서 장사가 자리를 잡아갔다. 문제는 올 4월에 생겼다. 납품 대금을 결제할 800만원이 모자랐다. 은행 문을 두드렸다. 5등급이면 충분히 대출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돌아온 답변은 ‘불가’였다. 창업한 지 1년밖에 안 되고, 매출도 적다는 이유였다. 익명을 원한 은행 관계자는 “5년 이상 가게를 운영하고, 매출이 어느 정도 돼야 신용으로 빌려 준다”고 말했다.
결국 캐피털사로 발길을 돌렸다. 연 35%에 A사에서 300만원, B사에서 500만원을 빌렸다. 정씨는 이후 이자와 원금을 꼬박꼬박 갚았다. 그러다 주위의 권유로 미소금융을 찾았다. 상담을 받던 그는 자신의 신용등급이 8등급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는 “등급이 나빠진 덕에 미소금융의 지원을 받았지만 왜 등급이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행 신용평가 시스템에선 캐피털·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신용정보 문경연 과장은 “금융사별 고객의 특성을 감안하므로 캐피털이나 대부업체 돈을 쓰면 평가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등급이 떨어지면 은행 대출을 받기는 더 어렵다. 정씨 같은 자영업자가 은행 돈을 못 쓰면 장사가 늘 불안해진다. 연세대 함준호 교수(국제학대학원)는 “정부는 중간 신용등급 사람들이 저신용자로 떨어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고금리에 대해선 시비를 걸지 않았다. 고금리라는 걸 알고 빌린 것이니 문제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35%짜리 대출을 대통령 앞에서 40~50%라고 잘못 얘기한 바람에 큰 풍파를 일으킨 건 아닌가 걱정도 했다. 정부의 서슬에 눌려 캐피털사들이 금리를 내리자 “그분들(캐피털사)이 강요한 게 아니고 제가 선택한 건데, 일이 이렇게 돼 걱정도 된다”고 했다.
정씨의 현재 월 매출은 약 2000만원. 싼 자금을 빌렸으니 이젠 장사도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