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앙(民間信仰)
김순덕
수천 년을 이어오는 우리 삶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내려오는 민간신앙은 종교라는 개
념보다는 이루고 싶은 욕망,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을 잘 지키려는 아녀자들의 지극한
정성의 표출이다.
해, 달이나, 별, 오래된 나무들 신성시 하고 싶은 것이 그 대상이고, 동물의 왕이라는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기도 한다.
우리 어머니들이 모두 잠든 이른 새벽 중발에 정안수 떠놓고 지극 정성 비는 것도 민
간 신앙의 일부이다.
기독교에서 새벽기도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
이 갖고 있는 정화수井華水 떠놓고 지극 정성으로 빌던 민간신앙의 행위가, 기독교가
이 땅에 정착하면서 우리 문화가 기독교에도 접목된 것 같다.
집터를 마련하여도 터에는 터주(지신地神)가 있다고 믿고, 집은 성주成造 라하고 부
엌은 조왕신王神 측간은神, 얘기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三神 등 마음이 가는 곳 어
디에든 감사하는 마음과 간곡한 기원으로 머리 조아리게 했던 것 같다.
고갯마루에 있는 성황당城隍堂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돌 한 개라도 정성으로 얹어
놓고 비는 행위, 마을 앞 고목은 마을을 지켜주는 느티나무槐木를 금줄까지 쳐 놓고 마
을을 지켜 준다고 믿고 신성시 하던 것도 민간신앙의 일부이다.-5.
기독교나 사찰에서도 고개 숙여 기도하는 자세는 신에 대한 예우이자 자기를 낮추는
인간의 본능이라 여긴다.
지난날 어머니들이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변고가 생긴다는 말을 자주 들은 적이 있
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음식의 간은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으로 간과 맛을 내어 만들었기
에 반찬의 맛을 좌우하던 시절 장 담그기에 우리 어머니들은 정성을 다하였다.
새해가 되면 가을에 쑤어서 띄운 메주를 손질하고 길일吉日을 골라서 집안 밖을 깨끗
이 하고 소금물의 농도를 정확하게 맞추고 항아리에 담아 메주를 띄우고 솔가지와 고
추, 대추를 넣고 참숯을 발갛게 달구어 넣어 잡내를 없앤 것 같다.
항아리 둔치에는 왼쪽으로 꼰 새끼줄을 두르고 고추와 솔가지 숯과 여인들이 신는 버
선을 달아 금줄을 쳐 놓았다, 오늘날 과학적으로도 인정하는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의
음식 문화에서도 길일吉日을 찾는 것도 민간신앙이 저변에 깔려있다.
적당히 익었을 때 간장을 뜨고 된장도 더 맛있게 하려고 보리를 띄워 담그면 노랗게
익은 된장과 고추장 항아리들을 그득히 채우고 윤기나게 닦던 장독대는 안주인의 자부
심이자 부의 척도를 나타내던 곳이다.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들이면 큰 시루 중 시루 작은 시루에 켜켜로 팥을 넣은 떡을 쪄
서 김이 풀풀 나는 떡시루 장독대 앞에 놓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어머님은 절을 하
며 정성들여 두 손을 부비셨다. 큼직한 목판에 부엌과, 안방, 사랑방, 곡간, 대청에 있
던 뒤주, 마음 가는 곳에는 빠짐없이 떡을 갖다 놓으셨다.
논밭에서 일을 할 때도 밥이 나오면 성큼 먹지 않고 한술을 떠서 고수레하고 던지는
것도 꼭히 어느 신神이라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 것 같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가 기독교와 불교의 신도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가슴 저 밑에는
조상들이 믿고 따르던 민간 신앙을 종교적인 행위보다 정이 묻어나는 고향 같은 얼굴이
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라고 쓴 장승이 나의 잘못을 그는 알고 있다고 눈을 부릅뜨
고 나를 보는 것 같다 긴 장대위에 날듯이 앉은 새, 솟대는 가녀린 몸매로 인간의 날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고 있는 것 같다.
조상의 숨결이 닿은 장승과 솟대 그리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벅수 오랜 세월 우리 조
상들의 버팀 목이 되어준 그들이 빙그레 웃고 있다.
2005/21집
첫댓글 민간신앙은 비단 아녀자들만의 영역이 아닌 남녀 모두에게 영향력을 가지었던 신앙이지 싶다.
물론 가정내에서 이루어지는 음식과 정성들, 우리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슴속에 가지고 있던
신들에 대한 경외심은 아마도 좀더 아녀자가 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한다.
"민간신앙이 종교적 행위보다 정이 묻어나는 고향같은 얼굴이다" 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이라고 쓴 장승이 나의 잘못을 그는 알고 있다고 눈을 부릅뜨
고 나를 보는 것 같다 긴 장대 위에 날듯이 앉은 새, 솟대는 가녀린 몸매로 인간의 날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