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길에 잠시 살았다는 걸,/ 惠庵 박 상 국
나란 존재(存在)는 이 세상에 아주 미미(微微)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내가 그대에게 남기는 한편의 시(詩)의 울림은 둥글 게 둥글게 울려 퍼져 나갈 원음(原音)의 소리가 되리니..... 알게 모르게 내가 너의 길에 잠시 살았다는 걸 알았다 분간 없이 휘어지고, 요랑 없이 내 뻗은 선(線)과 선 위에서 나는 자숙(自肅)하며 생각한다. 언젠가 숙연(宿緣)해지면 너도 알리니..... 우리는 일상(日常)속에서 두 가지 형태의 선(線)으로 살아가느니..... 바로 직선(直線)과 곡선(曲線)이다 직선은 기하학적(幾何學的)으로 가장 짧은 거리인 근간(近間)으로 하고 그 직선의 구조에는 간결하고 힘찬 미학(美學)이다 곡선은 모가 나지 않고 부드럽게 굽은 선을 지칭(指稱)하지만, 곡선적인 구성에는 우아하고 포근한 미학이다 직선이 개척이고 진취(進取)라면, 곡선은 조화(調和)이고 포용(包容)이다 직선이 강직(强直)이고 절개(節槪)라면, 곡선은 안정(安定)이고 타협(妥協)이다 직선이 밖으로 내 달림이고 외부로 뻗침이라면, 곡선은 안으로 돌아봄이고, 내면(內面)으로 향(向)한 다독거림이다 직선은 올곧기에 굽어지다가 부러질 수가 있으나, 곡선은 유연하여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다. 직선은 직선 그 자체로 종결(終決)되지만, 곡선의 결정체는 동그라미로 귀결(歸結)된다. 동그라미의 어느 한 지점을 잘라낼지라도 그 점은 바로 곡선의 출발점이자 종지점(終止點)을 이룬다. 내가 너의 길에 잠시 살았다는 걸 잊고, 간단없고 분간 없이 내달린 선과 선위에서 기준속도를 무시한 무한질주, 그 본능(本能) 때문으로 까닭 없이 나는 내 스스로 나를 포기하고 있었다. 둥근 소리는 둥글게 동그라미의 미학을 나타낸다. 북 징 꽹 가리 소고에 이르기까지 둥근 소리의 미학은 언제나 우리들 일상(日常) 속에서 아름답다
[블로그] 혜암의 시 향기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반추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