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6년 전 얘기인데요, 비행기 안에서 미쉘 공드리 감독, 짐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이 나오는 한 낯선 영화와 조우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후로 그 영화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영화 중에 하나가 되었지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우리는, 처음의 기억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혹은, 애써 과거의 기억을 이용해 현재의 진부함을 이겨내고자 합니다.
마냥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던 아름다운 과거를 붙잡고 말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샌가 색이 바래버린, 사랑하는 당신과 나 사이가 일그러진 현재를 보면서,
그 사람이 애초에 없었다면 어떨까? 아니, 어쩌면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내 감정을 부정하고 싶은건지도 모르지요.
이 영화는 그런 if를 밀어붙여봅니다. 일방적으로 내 기억이 지워집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지워질까요?
영화 말미에 감독은 속삭입니다.
'만날 사람은, 서로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할지라도, 어디선가, 다시, 사랑에 빠진다...
다시, 그 사랑이 현실이 되어 지긋지긋해 질지라도...'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d;
잊혀진 세상에 의해 잊혀져가는 세상과
흠없는 마음에 비추는 영원의 빛과
이루어진 기도와
체념된 소망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 Alexander Pope, "Eloisa to Abelard" (1717)
패닉에 빠진 정신 세계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이 영화, 수줍고 내성적인 짐캐리의 연기와 화려한 머리색만큼 자극적인 케이트윈슬렛의 연기, 그리고 쓸쓸한 바닷가의 씬이 오래도록 남는 나의 영화노트였습니다.
첫댓글 멋진 영화네요 명대사 멋져요! 유명한 영화지만 아직 보지 못해서 꼭 보고 싶네요
사진이 안떠요ㅠ_ㅠ 대사가 정말 멋있네요. 바닷가 씬도 멋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