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왓차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다시 봤습니다. 물론 영화관에서 이미 본 영화인데 그때는 서래(탕웨이)의 한국 말이 잘 안들려서 솔직히 이해못하고 지나친 부분이 많았습니다. 뭔가 대단한 영화인 것도 같지만 선뜻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제 TV의 소리 볼륨을 35로 올려 놓고 서래의 말을 놓치지 않고 보니 이 영화의 서사가 이해되었습니다. 이렇게나 처절한 사랑이라니! 영화 내내 딱 한번 키스를 하지만 정말 지독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아펐습니다. 왜 행복한 결말로 둘이 결합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언제나 형사의 품격을 지키려는 해준(박해일)이 언젠가는 범인인 서래때문에 괴로워 할 것이 분명해서 행복한 결말이 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래가 자신의 죽음을 미결상태로 만들어 영원히 해준의 마음속에 남기로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은 필연의 선택입니다.
해준은 자기가 서래에게 언제 사랑고백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서래는 녹음된 해준의 사랑고백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래는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너무나 처절하고 지독하고 가슴아프고, 영화가 끝나도 <안개>처럼 뭔가 여운이 가시지 않는 사랑이야기 '헤어질 결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