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대기자]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15년 수영장에서 숨진 박모(당시 4세)군의 가족이 수영장 운영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 9명이 다수 의견을 냈고, 별개 의견을 낸 3명도 63세와 ‘60세 이상 포괄적 선언’ 등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1989년 당시 55세였던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한 이후 30년 만에 다시 65세로 올림으로써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각종 법원의 가동연한 적용에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실제 한국인 평균 수명은 남성 77.2세, 여성 84세로 늘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공무원·사학연금 수령 연령도 2033년부터 65세로 조정됐다.
문제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보험과 연금 등에 연쇄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계 또한 정년 연장과 맞물려 긴장할 수밖에 없다. 노년층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수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용시장에 몰고 올 파장이다. 가동연한 연장은 기업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줘 노사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자칫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 개진과 토론을 충분히 거쳐 합리적 방법을 도출해 내는 한편 예상되는 혼란을 막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