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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자에서 이어집니다.) “그럼 의사 부모를 못 둔 아이들은 의사 꿈도 꾸면 안 됩니까?” “아이들 안전지대는 결국 돈으로 넓혀주는 겁니까?” 이런 오해를 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안전지대를 넓혀주기 위해 반드시 경제력이나 그럴 듯한 배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안전지대를 넓히려면 ‘태도 형성 → 지식 → 연습 → 기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태도 형성’이란 어떤 일에 필요성을 느끼고 갈망과 의지를 갖는 것을 뜻한다. 갈망과 의지가 생긴 뒤에는 지식을 익히고, 그런 다음에는 반복해서 연습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안전지대를 넓히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출퇴근 때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갈망과 의지가 생겼다면(태도 형성)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지식) 꾸준히 훈련해서(연습) 결국 자전거를 익숙하게(기술) 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자전거가 안전지대’가 되는 것이다.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60세)의 아버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열 살 되던 해, 아버지는 그녀를 데리고 백악관을 구경하러 갔다. 호기심에 차 백악관 건물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얘야, 저 안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이 몇 명이나 될 것 같니?” 콘돌리자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자 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무도 없단다. 자, 네 생각은 어떠니?” 어린 콘돌리자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아빠, 제가 백악관을 바라만 봐야 하는 건 제 피부색 때문이지요? 두고 보세요. 제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저 안에서 일할 거니까요.” 1960년대 당시만 해도 흑인, 게다가 흑인 여성이 백악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비전이었다. 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는 불가능해 보이던 그 비전을 이루어냈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 됐다. 콘돌리자의 아버지는 딸에게 백악관에서 일하는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딸의 가슴에 불처럼 타오르는 비전을 심어주었다. 그 방법은 놀라울 만큼 간단했다. 단지 백악관을 구경시키고 저기서 일하는 흑인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태도 형성을 통해 딸의 안전지대를 넓혀준 것이다. 그날 아빠와 백악관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백악관은 끝까지 콘돌리자 라이스의 안전지대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백악관에 어떤 관심도 없었을 테고, 거기서 일하는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되겠다는 비전도 설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와 백악관에 다녀오는 작은 이벤트로 그녀의 인생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 일을 계기로 ‘백악관’이라는 단어는 그녀의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콘돌리자 라이스의 일화는 아이의 안전지대를 넓혀주는 것이 꼭 거창하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커다란 모닥불도 알고 보면 작은 성냥개비 하나에서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주는 사소한 자극 하나가 아이의 안전지대를 넓히고 강렬한 비전을 만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어거스트
홍 조선에듀케이션 행복인성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