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전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제 40년 통째로 부정 당해...다시 그 때로 되돌아가도 합병추진"
삼성 입사 40년차들의 '울분과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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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17일 오전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삼성물산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정짓는다. 2015.7.17/뉴스1
김신 전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2018년까지 40년간 삼성물산에서 일했다"며 "저에게 삼성물산은 첫 직장이자 평생직장으로 제 인생을 함께 한 소중한 곳"이라고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김 전 사장은 "1980년대 중후반 제가 미국에 근무할 때 삼성전자가 뉴욕 JFK 공항 카트에 삼성 광고를 시작한 적이 있다. 그 때 미국 사람이 저에게 삼성을 안다며 '공항 카트 만드는 회사 아니냐'고 오해했던 그런 시절 있었다. 그런데 이제 삼성은 그 이름만 대면 전세계 누구나 아는 글로벌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10년 10월 상사부문 대표가 돼 직장인으로서 꿈을 이뤘으나, 삼성물산의 마지막 시간을 이 사건 수사와 재판으로 보내면서 저로서는 삼성물산에서 보낸 지난 40년의 시간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재판이 진행된 지난 3년간 계속 제 머리 속에서 만약 제가 합병을 진행하던 과거로 가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여러번 다시 생각하고 또 고민해봤다"며 "그 때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다시 돌아가더라도 회사와 주주를 위해서 같은 결정을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사 대표이사로서 부끄럽지만 합병 이전 상사 상황이 좋지 못한 시점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제안 받았다"며 "당시 유망산업인 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또한 합병으로 경영권 안정과 사실상 지주회사가 되는 것도 저에게 반가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2004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 펀드의 삼성물산 경영권 공격을 직접 느끼며 경영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사업적으로도 사실상 지주회사가 되는 것은 큰 장점이어서 해외시장에서 인지도와 신용도 상승으로 기존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삼성물산의 약 3조 부실 중 1조원이 상사 부실이었으나 합병으로 회사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다각화됐기에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저는 소신껏 합병에 찬성해 비록 이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지만 지금도 제 결정에 후회를 안한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검찰이 ‘삼성 합병’을 통해 그룹사 경영권을 불법 승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17일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하나의 범죄 사실을 잘게 행동 단계별로 나누어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무슨 재판이 아직도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이 범죄를 이유로 이미 수년을 감옥에 들어있지 않았나 말이다.
아니면 언론사 보도가 무언가를 잘못 알고 혼동한 결과인 것인가. 하나의 결합된 행동을 서너개의 스틸 사진으로 분해해 처벌하기로 들면 이것은 마치 고대 그리스의 제논이 말했듯이 ‘나르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는 식의 아주 우스운 논리 구조가 되고 만다.
더구나 이점은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이며 언젠가는 재정심판을 통해 진실이 반드시 드러나야 할 일이지만 이재용 회장에게 지워진 부당 합병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 청탁, 뇌물의 연결고리는 묵시적 청탁이라는 모래성 위에 쌓아올려 시간이 걸릴망정 필시 무너져 내리는 그런 바닷가 성에 불과하다. 그리되면 당시 박근혜와 이재용 수사를 맡았던 수사기관 종사자들, 그리고 유죄를 판결했던 판사들은 심각한 책임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강남역 4거리에 내걸린 “시체를 냉동고에 넣어----”라는 플래카드와 대한민국 검찰의 오늘 구형은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 거짓말과 허구의 구성물에 불과하다. 이런 캄캄한 암흑의 시대는 언제쯤이나 종료될 것인가. jkj 정규재 주필글 일부분
[송평인 칼럼]삼성 16억 처벌 대가로 엘리엇에 물어주는 1400억
송평인 논설위원입력 2023. 7. 11. 23:39수정 2023. 7. 12.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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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큰돈 놔두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작은 돈
검찰과 대법원이 걸고넘어진 결과가
기업사냥꾼 엘리엇 배상으로 돌아왔다
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검사 시절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때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그들의 수사에 근거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모르지 않았다. 당시 언론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조항에 따라 엘리엇이 소송을 제기할 것을 경고했다. 검찰은 엘리엇의 구미에 딱 맞게 수사했고 예상대로 엘리엇의 청구서가 날아왔다.
국정농단 사건은 최순실이 주도해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하도록 박근혜 정부가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로부터 시작됐다. 정작 대법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국정농단 사건은 한마디로 하자면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표류해버린 사건이다.
다른 곳 중 하나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 원에 대한 제3자 뇌물죄다. 삼성이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을 해준 71억 원도 뇌물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승마 지원 71억 원은 그냥 뇌물죄이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 원은 제3자 뇌물죄다. 제3자 뇌물죄는 그냥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한다. 법원이 승마 지원 71억 원만 뇌물죄로 인정했다면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따질 필요가 없었고 엘리엇에 빌미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 원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은 삼성이 박 대통령 쪽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명시적 청탁이 없었다는 데에 있다. 검찰과 대법원은 명시적 청탁은 없었으나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여기서의 묵시적 청탁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이심전심(以心傳心)도 아니다. 그냥 기업에 현안이 있는 이상 정부 압력으로 돈을 후원하거나 출연하면 청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청탁에 따른 부정한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었다.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은 수첩 61권은 본인도 다 없어진 줄 알았으나 검찰에 의해 극적으로 발견돼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국정농단 수사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안 수석 혼자 보기 위해 적은 그 많은 수첩에도 ‘삼성 합병’이란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현안 없는 대기업은 없다. 현안이 있기만 하면 묵시적 청탁으로 볼 수 있다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은 다 제3자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 사실 그렇게 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멋대로 기업에 돈을 내게 하는 걸 근절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계속 돈을 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법에 따라 합병 결의 이사회 전날 시장 주가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시가가 시장 참여자들의 합병 예상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실질적 사정을 고려해 법원은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재산정했다. 그 민사판결로 일성신약 등이 보상받았고 그 후 엘리엇도 같은 기준에 따라 보상받았다. 엘리엇에 새로 배상해야 할 1400억 원은 이 민사보상금을 뺀 것으로 순전히 국정농단 형사판결 유죄, 그중에서도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 원에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 자체에 불법이 있었는지는 재판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평가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커져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옛 삼성물산 주주들도 합병으로 손해를 보기는커녕 이득을 봤다. 국민연금이 이런 가치 상승을 예상했다면 정부 압력이 있었든 없었든 합병에 찬성할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주장을 힘들게 만든 것이 바로 삼성 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 원 제3자 뇌물죄다.
삼성이 ‘승계 작업’이란 현안에 대해 잘 봐달라고 청탁하고 뇌물을 준다면 고작 16억 원을, 그것도 마지못해 줬을까라는 의문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승마 지원 71억 원을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엘리엇으로부터 1400억 원의 청구서를 받고 그 돈을 세금으로 낼 생각을 하니 부정한 청탁에 엮인 16억 원이 세상 끝까지 쫓아가 실현한 정의라기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입신양명하려다 우물 밖 기업사냥꾼에게 돈 뜯긴 빌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