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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사태·컨테이너 부족·중국발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원인
단기적 관점에서 해상 고운임 지속 전망 이어져
최근 해상 물류 운임이 급등하면서 운임 부담이 수출기업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매체 CNBC는 지난 6월 13일 보도에서, 최근 이어진 해상 고운임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며 이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화물분석기관인 제네타(Xenet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아시아-북미 서부 해안 해상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당 5865달러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이러한 해상 물류 운임 급상승은 글로벌 물류와 운송 환경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올해 초 부각된 홍해 사태, 해수면 하락 문제부터 최근의 컨테이너 부족과 대중국 관세 인상 계획까지 그 원인을 짚어봤다.
① 홍해 사태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해상 경로 중 하나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글로벌 물류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격과 해적 행위는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며, 선박들은 이를 피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등 다른 안전한 경로로 우회하거나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우회는 운송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켜 전체 물류 체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글로벌 물류 조사기관인 프라이트OS(FreightOS)에 따르면, 2023년 12월 초 아시아-북미 서부 해안 해상 운임은 1FEU당 1600달러였으나, 미군의 대응으로 홍해에서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올랐던 2024년 1월 1FEU당 2700달러까지 증가하며 단 한 달 만에 운임이 급등했다.
<물류 컨테이너 운임에 미치는 홍해 사태의 영향>
(단위: US$/FEU)
[자료: FreightOS (https://www.freightos.com/red-sea-and-suez-canal-shipping-crisis-update/)]
또한, 홍해의 지정학적 위기는 보험료의 급격한 상승으로도 이어져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야기한다. 해운 회사들은 위험이 높은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며, 이는 결국 전체 운송 비용을 증가시킨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S&P그룹에 따르면, 추가적인 전쟁 위험 프리미엄은 주당 보험료를 최소 5000달러에서 최대 6만달러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화물선의 우회로 인한 컨테이너 반환 지연은 컨테이너 부족 현상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② 물류 컨테이너 부족 현상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물류 컨테이너 부족 현상 역시 해상 운송 비용 상승의 주요한 요인이다. 팬데믹 초기 봉쇄 기간 동안 전자상거래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용 컨테이너가 빠르게 고갈되는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마케터(eMarketer)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전자상거래는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예상치 못한 물류 수요 급증은 공급망에 큰 부담을 줬고, 항구의 지연과 혼잡을 초래해 컨테이너가 시스템에 빠르게 반환되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미국 소매업 전자상거래 매출 현황(2018~2027년)>
(단위: US$/FEU)
[자료: eMarketer, US Retail Ecommerce Sales 2018-207, 2023.6]
*2023년 이후 수치는 전망치
또한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불균형한 회복이 일어나 컨테이너 순환에 장애가 생겼다. 아시아는 제조와 해운을 빠르게 재개했으나 다른 지역은 더딘 회복을 보이며 컨테이너가 특정 지역에 적재된 채 순환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봉쇄 기간 동안의 노동력 부족 문제 역시 상하차 과정을 기존보다 느려지게 해 항구에서의 혼잡을 낳았다. 여기에 홍해 사태 속 화물선들이 위험을 피해 우회로를 택하면서 컨테이너 반환 주기가 평소보다 훨씬 길어져 상황은 악화됐다. 최근에는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지역의 악천후로 해당 지역 항만의 정상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운송업체들이 운행 스케줄을 지키기 위해 경로 중 항구를 아예 뛰어 넘거나 체류 시간을 단축시킴에 따라 빈 컨테이너를 회수하지 않아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해상 운송에 사용되는 물류 컨테이너는 해물 운송사가 직접 소유한 경우도 있으나 전문 렌탈 업체에서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대두되면서 최근 컨테이너 렌탈 업체들이 성장 잠재력을 평가받아 인수 대상으로 인기가 뜨겁다. 최대 컨테이너 렌탈 업체인 트리톤 인터내셔널(Triton International Ltd)은 지난 해 글로벌 인프라 기업인 브룩필드 인프라스트럭처(Brookfield Infrastructure Corp)에 약 128억 달러에 인수됐다. 또 다른 렌탈 업체인 텍스테이너 그룹 홀딩스(Textainer Group Holdings Inc) 역시 글로벌 인프라 펀드인 스톤피크 파트너스 LP(Stonepeak Partners LP)에 70억 달러에 인수됐다. 그러나 렌탈 업체에 의한 컨테이너 공급 역시 가동률이 한계치에 도달해 컨테이너 부족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제약이 있다. 2023년 12월 기준, 텍스테이너의 여유 용량은 단 1%에 불과했다.
컨테이너 부족은 컨테이너 가격의 급상승을 가져와 해상 운임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독일 컨테이너 판매업체인 컨테이너 익스체인지(Container xChange)에 따르면, 중국산 컨테이너 가격은 2023년 9월 1700달러에서 2024년 5월 2600달러까지 상승했다.
<중국산 컨테이너 가격 상승 현황(2023년 9월~2024년 5월)>
(단위: US$)
[자료: Container xChange]
해운회사들은 전례 없는 물류 수요와 제한된 컨테이너 가용성에 직면하면서 잇따라 요금 인상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③ 미국의 대중 관세 상승 전 중국발 수요 증가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 발표가 이어짐에 따라 중국발 밀어내기 수출물량 증가 역시 해상 물류 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근거해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관세 인상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2022년 통과한 무역법 제301조를 통해 대통령에게 중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한 바 있다. 이번 관세 인상 계획이 실시될 경우, 중국산 배터리부품에 대해 25%, 전기차에 대해 100%, 반도체에 대해 50% 등 높은 대중관세가 적용되게 된다.
이에 따라 중국산 물품의 미국 내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중국발 화물 운송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중국발 화물 수요의 급증으로 해상 운송 시장에서 용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요 항로에서는 선박 예약이 조기 마감되는 등 초과수요로 인해 운송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또한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 전망은 추가적인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 네트워크의 불안정성을 우려한 기업들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물품을 제때 수송하려 하면서 해상 운임은 더욱 고공행진 중이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최근 해상 물류 운임 상승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업계에선 단기적으로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홍해 사태, 파나마 운하의 가뭄과 같이 올해 초 제기된 문제가 물류 공급망에 타격을 줬다. 최근 파나마 운하의 경우 성공적인 물 관리 조치로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컨테이너 부족과 미국의 대중 관세 상승 전망 등 새로운 요인이 불거지고 있다. 해상 물류 운임의 상승의 영향은 단지 해운 회사에만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제조업체, 소매업체의 비용 상승을 야기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수입 상품 가격 인상을 통해 가계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재고 관리 전략을 효율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선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속 가능한 물류 방식 채택과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을 고려한 기업 간 협력과 정보 공유가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CNBC, eMarketer, Container xChange, Journal of Commerce, S&P, FreightOS, Xeneta,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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