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촛불
- 박 광 호 -
하루해가 저물어 어둠이 짙어 갈 무렵, 길 쪽 거실의 커튼을 내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의례 어디서 온 메일이 없는가? 확인하고는 회원으로서 즐겨 찾는 인터넷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을 클릭 했다.
오늘은 어떤 시인들이 글을 올렸으며, 어느 낭송가가 어떤 시를 낭송 했는가, 또 영상시는,,,
이렇게 순차적으로 찾아보는데, 낭송시방 맨 윗줄에 내 이름이 눈에 띄는 시 한 편이 낭송되었다.
낭송가는 너무나 널리 알려진 여류시인 Koo 씨였으며 낭송시는 얼마 전 그분의 카페에
회원으로서 내가 올린 <당신은 촛불>이란 시 이었다.
찬송가의 배경음악이 고요히 흘러나오고, 차분하고 티 없이 맑은 목성으로 낭송되는 시가
눈시울을 적시며 흥건히 가슴속에 젖어드는 것이었다.
TV를 보던 아내가 무슨 소리예요? 하며 내 곁으로 다가 와 컴퓨터를 함께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내는 친정으로 10남매 중 둘째인 맏딸이고, 나는 11남매 중 여섯째인 세 번째의 아들이다.
낭송시의 부제목이 <어머니 추모예배>라 쓰여 있어 아내 역시 관심 깊게 숙연히 경청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처녀시절 친정어머니가 늘 손이 귀한 집에 시집을 가야 귀여움을 받는다며 그런 신랑을 찾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나와 결혼 할 수밖에 없게 되자 시가가 될 집이 11남매라고 고하니 실신을
하실 뻔 했다는 것이다.
그 많은 자식들을 가장 어려운 시기인 해방 전후, 또는 6.25사변전후에 출산하여 키우고 가르쳤으니
양측 어머니의 고생이란 짐작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시낭송을 듣는 내내 아내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아픔이 떠오르는 것은 독일 베를린공대 3학년에 편입하여 12년에 걸쳐 건축전공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취업정보를 알기 위하여 일시 귀국 했다가 2006년2월28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하게 된 그 자식을 부모님 선산발치에 안장 시켰기에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절절한 것이었다.
생존 시 그 자식이 휴강 중에 귀국하여 할머니를 찾아뵈면 치마 속 안주머니에서 자식들이 드린
용돈을 쓰지 않고 갖고 계시다가 손자인 내 자식에게 주시던 모습이 새롭게 떠올라 나도 몰래
울먹이었다. 아내의 눈물에도 그 생각을 담고 있으리라 싶었다.
부모는 돌아가시면 선산에 모시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
그 이야기가 내겐 화석처럼 박혀 있는 것이다.
자식 하나 잃은 마음도 이렇게 쓰리고 아픈데 어머니는 당신 앞에 두 자식을 앞세우고 가셨으니
그 아픔이 오죽하셨을까 내가 당하고 보니 그 심상을 알게 된 것이다.
새벽 4시전후면 어김없이 일어나 앉으시고는 기도를 하고 다시 주무시던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서 키우고 밖에서 키우며, 안 팍 연년생으로 길러내신 장하신 어머니,
당신은 진정 우리들의 촛불이셨습니다.
시낭송을 거듭거듭 들으며 부모를 새삼 떠 올리고 자식을 그리워하는 밤은 소리 없이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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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촛불
(어머니 추모예배)
- 박 광 호 -
당신은 저희들의 촛불이었습니다.
당신을 사르는 빛으로 우리는 밝게 자라고
당신의 흐르는 눈물로 우리는 깨우침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성숙되어지면 될수록
당신은 점점 사그라지셨습니다.
우리로 하여 쓰러질 듯 애 끓이고
모진 삶에 속은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 하나 둘 당신 곁을 떠날 때
당신은 늘 비워져 갔습니다.
외로운 밤 홀로 밝히시며
둥지 떠난 우리들 그리워하실 때
우리는 까맣게 당신을 잊고 잠들었습니다.
당신의 기도를 우리는 알지 못한 채
앞만 보고 산다고
사는 게 힘겹다고
뒤에 계신 당신은 보질 못 했습니다
이제 불혹이 되고,
이순이 되고,
고희가 되어서,
촛불 하나 켜 놓고 머리 조아린들
당신 떠나신 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속죄의 눈물로 용서를 빌 따름 입니다
이제 우리도 어머니 계신 곳 보입니다
하나 둘 당신 따라가면
당신 무덤가에 할미꽃 되어 피겠습니다.
첫댓글 지난 주에 사공의 친정아버님 기일이었답니다
제 아버지도 생전에 자식을, 것도 장남을 가슴에 묻으셨기에 시인님 글이 더 와닿네요
낭송을 고운 글로 기념해주심 감사드립니다
(배경음악을 낭송으로 바꾸어 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공님!
지난주가 아버님 기일이었다니 저도 어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도 부모님의 발자국 포개가며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소중한 삶이라 여겨 저또한 성실히 살려고 노력은 하지요.
사공님 사시는 앞길에 늘 하나님의 은총이 충만하옵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