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5 항암일기 - 로또에 대한 꿈
오늘 새벽에는 진통제를 먹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
고통을 참는 것이 좋은지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어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참기가 힘들 정도라면 먹어야겠지.
고통을 참는다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르기에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할 뿐이다.
진통제를 먹고 난 후 2~3시간이 지나면 고통으로부터 최소 6시간 이상 해방이 되어
정상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살만한 세상을 느낄 수가 있다.
어제 새벽에 진통제를 먹었더니 오전에는 잠시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어
놀이터에서 맨발로 2,500보를 걷고 로또 1장을 사러 다녀왔다.
빙혼에게 로또는 3가지를 주고 있다.
첫째는 돈 걱정없이 죽을 수 있도록 국가로부터 국민곗돈을 탈 수 있는 기회 제공
둘째는 국가발전기금에 기부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책무
셋째는 로또를 사러 가기 위하여 걷는 1,500보의 건강회복을 위한 발걸음
어떤 젊은이가 로또를 1,000만원어치 사서 당첨 확률을 높여 보았는데
당첨금은 167만원 정도밖에 안 되어 로또는 확률이 아니라 오로지 행운임을 입증하였다.
낚시대 많이 담근다고 고기를 많이 잡는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로또는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암환자 빙혼이 로또 1등되면 뭐가 좋을까?
딸과 아내에게 돈 걱정없이 살려고 몫돈을 쥐어주고 싶고 모친과 형제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싶다.
그리고 빙혼이 죽는 날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병치료를 하고 싶지 않기에
상기 3가지 이점을 살려 매주 로또를 1장씩 사서 마지막 인생의 꿈을 그려보고 싶을 뿐이다.
요즘 계속 배가 부글부글 끓는다.
뭐가 고장이 나기는 났는데 방법이 없으니 그냥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최근 변화된 음식은 매일 생강차를 많이 마시고 있다는 것이고
전에는 누룽지만 간신히 먹다가 요즘은 불가사리처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먹는다는 것이다.
물로 마시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말로 죽을 날짜를 받아놓고 있다가
지금은 배가 아프면서도 마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내 스스로 감사를 하면서 살아간다.
다만 하루빨리 이 배 아픈 것만 사라지면 항암은 바로 극복할 수 있겠는데
언제나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오늘도 고통과의 전쟁을 치루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