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7 항암일기 - 엄마의 손길
요즘은 느낌이 별로 안 좋다.
배가 늘 부글부글 하면서 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엊저녁은 자다가 너무나 아파 잠결에 깨어나 진통제를 먹어야만 했다.
안 먹고 버티려고 하였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 결국 먹고서야 잠을 들 수가 있었다.
저녁을 먹을 때 먹다 남은 누룽지를 데워 간단하게 먹고 싶었는데
따뜻한 밥에 국을 말아 먹으라는 모친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여
빙혼 입맛에는 짜디 짠 국에 밥을 말아 한 입 뜨는 순간
오늘 저녁 잠자리가 쉽지 않겠구나라는 불행한 예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픈 속 때문에 이리저리 뒹글다가 잠결에 폰의 웨이신이 눌러져 멕시코에 출장 가 있는
해월이 놀라 영상통화 전화를 하였지만 받지 못하고 이때가 새벽 2시 고통에 몸부림칠 때였다.
작년에도 잠결에 웨이신이 잘못 눌러졌는데 이때도 하필이면 해월이었다.
멕시코에서 출장 일을 잘 마무리하고 오기를 바랄 뿐이다.
아픈 다음에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목욕이다.
아내가 있을 때는 그나마 아내의 도움을 받았는데 아내가 없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 여름에도 추위를 탔는데 갈수록 온도가 내려가니 목욕이 갈수록 꺼려진다.
내일은 병원을 가야하니 할 수 없이 목욕을 해야만 한다.
빙혼은 개방의 한반도 타주급이라서 육신의 더러움은 그리 크게 따지지 않지만
정신의 더러움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시시콜콜 따지기 때문에 목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목욕을 하지 않으면 몸에서 시체 냄새가 난다.
더욱이 나이를 먹을 수록 그 냄새는 더 독하여 늙을수록 목욕을 자주해야만 한다.
빙혼은 군대에 있을 때 시체 2구를 직접 건져 올렸었다.
방금 사망한 시신은 몸이 차갑기만 하지만 오래된 시신은 역겨운 냄새가 무진장 지독하다.
그래서 빙혼은 덜덜 떨면서 목욕을 시작한다.
옷을 벗고 거울을 보니 파란해골 13호에 노란색 껍질을 덮어 씌운 것 같다.
뜨거운 물을 민대머리에 쏟아 부으면서 한숨만 내쉰다.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하던 빙혼이 이제는 이런 신세가 되어 산다는 것이 정말 짜증이 난다.
무엇보다도 배변주머니가 무진장 불편하다.
주머니를 감싸고 있는 띠를 푸르고 목욕을 해야 하는떼 달랑거리니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머리를 먼저 감으면서 따뜻한 물을 몸에 붓고 난 뒤 얼굴부터 때를 미는데 때가 많이 나온다.
먹는 것도 많지 않고 땀 흘릴 일도 없는데 피부에는 무슨 오염물질이 왜 그리 덮여 있을까?
무엇보다도 얼굴도 목도 어깨도 가슴도 뼈다귀만 있어
뼈다귀 사이사이를 넘나들어야 하는데 이때마다 뼈다귀가 아파 움찔하기도 한다.
때를 밀다보면 힘이 빠져 잠시 쉬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추워지고
따뜻한 물로 계속 몸을 덮여주어야 추위를 피할 수가 있다.
그럭저럭 전신에 대하여 때를 밀었는데 등은 팔이 닿지를 않아 때를 밀수가 없다.
있지도 않은 아내를 원망할 수도 없고 때타올로 밀어보지만 개운하지가 않는다.
할 수 없이 엄마를 불렀다.
허리가 굽은 모친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장실로 들어오신다.
아들을 낳고 목욕도 시키고 젖도 먹여 키웠는데
환갑이 된 아들 등을 밀기 위하여 엄마가 등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엄마의 손길로 등을 개운하게 밀었는데 엄마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니
가슴도 아프고 걱정도 되고 그나지나 언제까지 엄마의 손길을 빌리며 살 수가 있을까?
목욕을 마치고 배변주머니를 혼자서 갈아야 한다.
배변주머니는 시간을 잘 맞추어야만 한다.
내 의지가 아닌 배속의 작용으로 변이 수시로 나오기 때문에
식사 후 4시간이 지나고 나면 변이 조금 덜 나오는 시간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전 주머니를 제거하고 배변하는 부위를 휴지로 닦아낸 후 도포제를 뿌려 건조시킨 뒤
부착용 고무링 크기를 늘려 배변부위에 덮어 씌운 뒤 주머니를 고무링에 접착시켜야 하는데
시간을 잘못 맞추거나 속이 이상하면 이런 순간에도 변이 슬금슬금 새어나온다.
이런 경우 변을 받아내야 하고 다시 배변부위를 닦아야 하고 또 건조해야 하고,,,,
변이 나오기 전에 후다닥 고무링과 배변주머니를 부착하여야만 비로소 성공한 것이다.
아내가 차이나로 돌아갈 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별 어려움 없이 그럭저럭 잘 하고 있다.
담즙 주머니를 제거할 때 날아갈 듯 하었는데
언제나 이 배변주머니를 없앨 수 있을까?
암이 사라져야만 폐쇅된 장이 열리고 그때가 되어야 복원이 된다는데,,
오늘도 간절한 마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