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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16 노회찬 "월드컵은 모두의 축제"
스포츠가 독재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악용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3S (Sex, Screen, Sports)’는 정치보다 자본과 더 친숙한 사이다. ‘촌철살인’의 정치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월드컵이 정치도 자본도 아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는다. 인터뷰,글 | 서형욱 스포츠가 이른바 ‘3S’ 정책의 부품처럼 인식된 시절이 있었다. 프로 스포츠의 활성화가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독재 정권의 시도로 받아들여지던 때, 진보 진영에서는 스포츠를 즐기는 행위에 고운 시선을 보낼 수 없었다. 진보적 성향의 일간 신문에서는 스포츠 뉴스를 다루는 지면이 아예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시대는 바뀌었다. 2002년의 뜨거운 광장 문화를 통해 월드컵의 환희를 맛본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스포츠의 사회 통합 기능에 모두가 진지하게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진보신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축구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인 ‘퓨처 레드’를 당의 색깔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생활 속의 진보’를 추구하는 진보신당이, 과거라면 응당 기피했을 ‘빨간색’과 ‘축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예사로운 변화가 아니다. 월드컵이 단순한 체육 행사를 너머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던져줄 주요한 이벤트로 자리잡은 이 시점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를 만났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에게, 월드컵은 어떤 기억이며 의미일까. 월드컵 TV 중계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2002년의 기억으로 빠져들었다. 2002년, 광장에서 함께 한 월드컵의 추억 서형욱) 첫 질문 드릴게요. 월드컵에 관해 특별한 기억이 있을까요? 노회찬) 아무래도 2002년이 가장 기억에 남죠.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응원전도 참여했고요. 이전까지는 직접 뛰면서 그라운드와 나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면, 2002년에는 응원하는 사람들끼리의 교감이 굉장히 컸죠. 서형욱) 그런 경험이 축구의 큰 매력 중 하나일텐데요, 최근 이 ‘광장’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서울시에서 광장 사용권을 매매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또 이를 대기업에 독점적으로 판매한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게다가 FIFA에서도 광장이나 길거리에서 TV 중계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요. 노회찬) 저는 그게 FIFA의 단견이라고 봐요. 축구를 더 대중화하려면 공공장소에서의 상영을 권장해야지 값을 매겨서 제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끼어들어 주관하는 모양새가 되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나 카니발 같은 특유의 분위기가 줄어들 수 있거든요. 보도는 많이 안됐지만 2002년 월드컵 당시에 광화문 뿐만 아니라 신림천이나 중랑천 같은 곳에서도 자발적으로 응원전이 벌어졌어요. 화질도 좋지 않은 스크린을 걸어놓고 모여든 것이긴 하지만, 이런 경험은 그 전에는 없었던 것이거든요. 그 뒤, 이렇게 모여든 주민들끼리 공동체적 교류도 확산되었죠. 저는 이러한 과정이 축구의 뿌리가 튼튼해질 수 있게 하는 계기라고 봐요. 그런데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만 생기면 곧바로 사업적으로 접근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형욱)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지난 국회 때 원내에 계시면서 축구 많이 하셨나요? 냉정하게 국회 최고의 선수를 꼽는다면요? 노회찬)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이죠. 17대 때나 지금이나 최고의 스트라이커예요. 한일 국회의원 친선경기 때도 에이스였죠. 의원 마라톤도 1등을 차지할 정도로 멀티 플레이어예요. 마라톤 2위를 했던 원희룡 의원(한나라당)도 잘 뛰죠. 서형욱) 작년 9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각 정당 대표들끼리 시축을 했어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과 나란히 공을 차셨는데요, 은근한 신경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누가 멀리 차셨나요? (웃음) 노회찬) 아무래도 신경전이 있었겠죠. 공은 제가 제일 멀리 찼습니다. (웃음) 제일 젊으니까요. 그다음은 아무래도 스포츠맨에 가까운 정몽준 의원이었죠. 나머지 두 분은 연세도 있으시니 뭐… 서형욱) 요즘 정치권에서도 월드컵 얘기를 많이 하시나요? 노회찬) 2022년 같은 경우는 정 의원 캠프의 관심사인 것 같고요, 2010년은 다들 관심이 많죠. 우리 진보신당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한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인 퓨처 레드를 당 컬러로 정했습니다. 서형욱) 옛날 같으면 오히려 피했을 것 같은 선택인데요? 노회찬) 그렇죠. 옛날 같으면 피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과 더불어 응원하는 차원에서 입자’, ‘이 색깔을 많이 퍼뜨리자’는 차원에서 만장일치로 정했어요. 선거가 끝난 뒤에도 앞으로 계속 당 컬러로 유치할 겁니다. 축구 대표팀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니까, 모든 국민이 향유해야죠. 서형욱) 이제 선수 얘기를 좀 해볼게요. 유럽에서는 축구 선수들을 화이트 컬러, 블루 컬러로 나누기도 합니다. 전자가 지단, 메시 같은 우아한 선수들이라면 후자는 가투소나 박지성처럼 엄청난 활동량으로 빛나는 선수들이죠. 소싯적 노조위원장 출신인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같은 블루 컬러 스타일을 선호하구요. 대표님도 역시 후자일 것 같은데요? 노회찬) 기본적으로 박지성 선수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두 스타일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위 화이트 컬러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천재성과 블루 컬러 성향의 노력형이 다 조합되어야 하는거죠. 제 처지를 놓고 봐도 박지성 선수 스타일이 확 와닿습니다. 정치 천재보다는 노력으로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서형욱) 촌철살인의 어법이나 진보 진영의 스타로 발돋움한 과거를 보면, 고난은 있었지만 그래도 ‘천재형’이 어울려 보이기도 하는데요? 노회찬) 아니예요. 예를 들어, 제가 어릴 때부터 말을 잘한게 아닙니다. 촌철살인도 제 처지 때문에 생긴거죠. 저희는 남들이 알아주는 권위, 이를테면 교수 같은 직위가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설득하고 우리 생각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지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에게는 발언 시간도 많이 안주어졌으니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기억에 남게 해줘야 하는거죠. 그 와중에 비유나 표현을 많이 생각하게 된 거예요. 조건 때문에 생긴 필요를 바탕으로 굉장히 노력을 한 결과죠. 그래서 박지성 선수같은 스타일이 우리가 걸어온 길,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형욱) (뒤에 소개할) 베스트 멤버 선정 때도 보면 축구 포메이션이나 이런 부분을 많이 아시던데요, 축구를 그냥 곁눈질로만 보셨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노회찬) 그렇죠. 사실, 어린 시절부터 늘 잘 하고 싶었던 게 축구예요. 제가 사촌 형이 부산상고-중앙대 투수 출신으로 뒤에 부산상고 야구 감독까지 지낸 노회학 씨예요. 집안이 스포츠를 많이 즐겼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동생은 주로 야구를 한 반면, 저는 축구를 했어요. 전날 축구 중계 방송을 들었다치면 다음날 아이들끼리 모여서 하루 종일 축구를 했죠. 서형욱) 그렇다면, 야구가 아니라 축구에, 요즘 말로 ‘꽂혔던’ 이유가 있을까요? 노회찬) 이유가 있지요. 야구는 게임의 성격이 좀 더 강한데, 축구는 어떤 축제랄까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종목이죠. 11명이 꼭 갖춰지지 않아도 할 수 있고요. 5대5로 해도 되고, 서로 숫자만 맞추면 되잖아요. 15명씩 팀을 이뤄 뛴 적도 있고요. 장비도 공 하나만 있으면 되고, 공 크기도 상관없고요. 대학 때는 우유팩으로도 했으니까요. (웃음) 축구가 야구보다 좋았던 이유 서형욱)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스포츠에 대한 선호도를 드러내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영국만해도 총리가 어떤 팀 팬인지, 미국 대통령도 어느 종목 어느 팀의 팬인지 얘기들이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골수 야구팬으로 알려진 정운찬 국무총리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위상이라고 생각해요. 별로 관심들이 없는거죠. 정치하는 사람들은 취미로 프로스포츠 현장에 가는 일도 많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너무 바빠서? 노회찬) 여전히 정치인들은 사회체육으로서의 스포츠가 아니라 엘리트 체육에만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태릉선수촌이나 올림픽 이런데는 기를 쓰고 가려고 하는데 직접 즐기는 건 골프 외에는 별로 없죠. 이번 남아공 월드컵 때도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평소에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거나 스포츠를 즐기는 국민들 속에 함께 들어가거나... 이런 대목에서는 문제의식이 낮지 않나 싶습니다. 단지 바빠서 그렇다고 보지는 않아요. 외국 나가서도 보면 골프를 치면 쳤지, 그 지역 축구 경기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한국에서 축구장에 갈 때도 좋은 자리에 앉지 말고, 맥주캔 하나 들고 관중석에서 다 같이 어울려 함께 응원하는걸 많이 경험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형욱) ‘노회찬’하면 서민 이미지입니다. 축구도 그렇죠. 그런데 요즘 축구는 자본에 잠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래 노동자들이 만든 클럽들도 미국의 투기자본에게 넘어가는 일이 많아지고 있죠. 그 과정에서 수익을 얻기 위해 입장료를 끌어올리다보니 서민 계층에게 축구장 문턱이 더 높아지고 있어요. 팬들의 즐거움보다 업주들의 수익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게 되는거죠. 노회찬) 저도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축구의 기원을 따지면, 현대 축구가 영국 상류사회에서 시작이 되기는 했지만 대중화된 것은 노동조합들의 클럽 축구가 활성화되면서부터였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FC바르셀로나, AC밀란 같은 클럽들도 주요 공업도시들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노동 운동이 활성화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죠. 당시에는 이른바 ‘노동자 3대 조직’이 ‘노동자 정당’, ‘노동조합’, ‘축구클럽’ 이렇게 셋이었지요. 당시 이론가들, 이를테면 그람시 같은 사람들도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이고 품위있는 활동이 축구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체 게바라도 골키퍼를 했었구요. 축구 대중화에서 노동자의 역할이 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거죠. 그런데 대중화된 축구가 돈벌이가 된다 싶으니까 대기업이나 재벌들이 끼어들고 점점 큰 손들에 의해 좌우되기 시작하고 있어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제적으로 막을 수야 없겠지만, 영리 추구를 최선의 목적으로 삼는 재벌이 축구를 장악하게 된다면 축구의 건실한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맨체스터 지역 팬들이 글레이저 가문의 맨유에 대항해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를 만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그런 사회 축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 같은 사람도 어릴 때 비록 아마추어지만 흙먼지 풀풀 날리는 곳에서 축구를 경험했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대표급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제 자리로 돌아온 뒤에 그런 축구를 즐기는 경험이 연계가 될 때 훌륭한 선수들도 더 많이 나오고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축구가 특정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거죠.
서형욱) 사회 축구가 활성화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제약도 풀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기업이나 지자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줘야 한다는거죠. 한국에서는 경기장이 모두 공공시설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막혀 있는거예요. 개인/기업 소유가 안되니까 기부체납을 해야하고, 그러니 시설 투자가 미비할 수 밖에 없어요. 경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나지 않는거죠. 이런 순환 구조 속에서 결국 기업이나 지자체처럼 외부의 지원이 없이 클럽을 운영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개선책이 필요한거죠. 노회찬) 좋은 지적이예요. 예를 들어 배드민턴 같은 경우, 클럽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분들의 가장 큰 희망은 실내에서 배드민턴을 쾌적하게 즐기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클럽이 커도 경기장을 가질 수가 없으니 돌아가면서 배정을 해서 쓰는데 그러기엔 또 시설의 숫자가 적어요. 경기장이 많아질 수 있도록, 투자할 수 있도록, 사회체육 발전을 위한 기본법 같은 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형욱) 정책과 관련해서 또 다른 이슈가 있습니다. 병역 문제인데요, 운동 선수들은 일반인과 인생 그래프가 다릅니다. 20대에 가장 경제활동이 왕성할 뿐만 아니라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 인생이 좌우되죠. 그래서 병역 문제가 매우 큰 걸림돌이지만 형평성 문제가 있으니 이들에게 예외조항을 두기도 애매한 부분도 있구요. 노회찬) 지금 법이 아마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 게임 1위’ 이런 식으로 병역 면제를 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면제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군 체육부대 정원을 늘린다거나, 대체 복무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우리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어떤 기준에 부합하는 기량을 가진 경우라면, 선수 은퇴 이후에 일정 기간 동안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실, 우리 나라가 대체 복무 시행에 굉장히 인색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선수들의 경우, 사적 활동이 아니거든요. 공공을 위한 활동의 측면이 분명 있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에게는 계속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거죠. ‘극소수 면제’ 아니면 ‘대다수 병역 이행’처럼 극단적으로 나뉘는 이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운동 선수들의 대체 복무제 도입 논의 필요" 서형욱) 유럽 선수들을 보면 비시즌 기간에 나눠서 병역을 이행하더군요. 우리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서 효율적이면서도 형평성을 깨지 않는 대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노회찬) 지금은 병역 면제를 포상 개념으로 주는 데 옳지 않다고 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적용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선수들이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축구 선수들이 프로에 갈 확률이 8.3% 안팎 수준이라고 들었어요. 나머지 선수들은 취업이 어려운거죠. 사회에서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는 과정에서 운동에도 전념하고 그렇게 하나의 전문인으로서, 즉 스포츠 전문가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형욱) 요즘 트위터 이용자들과 교류를 많이 하시는데요, 얼마 전에 정부의 트위터 선거운동 규제와 관련해서 축구의 ‘어드밴티지룰’을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올 초에 발간된 <진보의 재탄생>의 여는 글을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로 맺기도 했고요. 축구가 자주 인용되는 것 같은데 따로 준비를 하시는 건가요? 노회찬) 어떤 표현이든 따로 준비하지는 않습니다. 미리 준비하면, 그 말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집중이 안되고 토론이 안되요. 축구 표현도 비슷해요. 어드밴티지 룰은 제가 평소부터 가장 감동적인 규칙, 그리고 굉장히 합리적인 규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어드밴티지 룰을 적용하지 않으면 반칙을 범한 쪽이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죠. 트위터 관련해서도 규제가 답은 아니라는 의미에서 표현이 나온 것이죠.
노회찬) 월드컵은 4년마다 하는 게 아니라 4년 내내 진행되는 축제라고 생각해요. 본선 대회는 4년에 한 번이지만, 그 전부터 진행되는 예선전도 재미있고, 또 4년 내내 늘 기다리게 되잖아요.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더 많은 경기를 하게 되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지만, 너무 우리 팀의 성적에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모두 다 사람이잖아요. 예를 들어 왕년의 펠레같은 사람들, 우리와는 관계가 없지만 뛰는 거 보면서 기쁘잖아요. 마라톤이나 100미터 1위 하는 선수들 보면, 각 나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대표해서 기록을 세우는 거잖아요. 같은 인간으로서 기쁘거든요. 인간을 대표해서 인간의 한계를 계속 깨주는… 정말 대단하죠. 그런 데에서 감동을 함께 느끼는 게 스포츠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도, 월드컵도 그렇게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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