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답보 상태인
원당6·7구역 현장 돌아보다
공공재개발 추진하는 곳에다
민간재개발로 선회하는 곳
GH·조합 공동추진하는 곳까지
재개발 반대주민도 있어 ‘혼재’
[고양신문] 덕양구 성사동 486 일원에 위치한 원당6·7구역에 추진계획 중이던 공공재개발이 답보상태다.
원당6·7구역 주민들이 원하는 개발 방향이 공공재개발뿐만 아니라 민간재개발에까지 뻗치는데다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원당6·7구역은 1987년에 입주한 개나리 아파트 175세대, 1986~1987년에 차례로 입주한 미도아파트 5차·6차·7차 384세대 등 노후화된 아파트와 빌라들이 즐비한 곳이다.
상하수도 누수가 일어나고 외벽 균열이 심해 재정비 욕구가 높았지만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우역곡절도 많았던 곳이다.
이곳은 2007년 원당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로 지정됐으나 추진위도 구성하지 못한 채 사업이 표류했고, 결국 2018년에는 지구 해제됐다.
그런데 2021년 7월 경기도 공공재개발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재개발 기회가 다시 열렸다. 당시 경기도는 원당6·7구역뿐만 아니라 광명 7구역, 화성 진안 1-2구역 등 3곳을 공공재개발사업후보지로 선정했다. 경기도로서는 최초 공공재개발사업 후보지 선정이었다.
원당6·7구역에 대한 공공재개발은 현재 경기주택도시공사(이하 GH)가 사업시행자로 되어 있다.
GH는 공공재개발을 하면 용적률을 법적 한도의 1.2배까지 높여 조합원 부담을 낮추고 건축·교통 등 심의를 통합 처리해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을 3차례의 사업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GH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원당6·7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은 16만2331㎡(약 4만9000평)에 총사업비 약 2조원을 들여 4261세대(지하 3층·지상 45층)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원당6·7구역 현장은 GH 의도와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곳뿐만 아니라 민간재개발을 추진하는 곳, 그리고 GH에 사업주도권을 내주기보다 GH·조합 공동으로 공공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를 원하는 곳 등이 혼재해 있다.
동의서 걷는 비용, 주민 부담
우선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곳은 사업시행자인 GH가 아무런 사전 지원 없이 방관만 하고 있는 데 대해 주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GH는 주민을 대표할 만한 조직, 가령 주민동의서 50% 이상을 확보한 곳과 MOU를 맺는다는 것만 알렸을 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본인을 ‘GH민간공모 접수자’라고 밝힌 김동원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은 “GH 발표에 따르면 원당 6·7구역의 토지등소유자는 2645명이다.
이중 절반인 약 1323명 이상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동의서를 걷으려면 비용이 들어가는데 GH는 한푼의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어 “조합 주도 민간재개발사업이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엎어진 경우가 허다하기에 보다 투명한 공공재개발에 기대를 거는 주민들이 있다. 그래서 공공재개발을 신청했는데 결국 GH는 나 몰라라 하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고 전했다.
GH, 2조 사업비 3~4% 수수료 챙겨
민간재개발을 추진하는 곳도 이곳대로 민간재개발 추진 논리를 앞세워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
특히 민간재개발이 힘을 받는 것은 올해 1월말 국토부가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역세권에 대한 민간재개발이 이뤄질 경우에도 용적률을 법적 한도의 1.2배까지 높이는 등 기존 공공재개발에 주어졌던 특례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토지등소유자의 50% 이상이 동의하면 민간재개발 입안요청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원당6구역을 제외하고 원당7구역만을 민간재개발로 추진하려는 윤택근 추진위원장은 “원당역과 가까운 원당7구역의 경우 역세권 개발에 부합하고 민간재개발로 할 때 주민 입장에서는 더 큰 이익이 돌아간다”고 전했다. 이어 “GH는 공공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총사업비의 3~4%의 수수료를 챙긴다.
원당 6·7구역의 총사업비가 약 2조원이니 GH는 800억원까지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우리 주민들의 사업 과정에 이 큰 돈을 GH에 지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히며 민간재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를 밝혔다.
GH·조합 공동추진 불가능, 입장 바꿔
‘GH·조합 공동 사업 방식’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자는 곳도 있다.
GH 단독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을 거부하고 주민들의 사업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조합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하는 곳이다.
이곳은 GH가 ‘GH·조합 공동 사업 방식’으로 공공재개발 추진을 허락하다면 공공재개발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 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다겸 추진위원장은 “공모신청서에 GH에서 조합 설립까지 지원해주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래서 신청자가 공공재개발을 신청할 때 GH와 조합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GH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애초 뉴타운을 추진할 당시 조합승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GH 단독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꿨다”며 GH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이처럼 재개발 방향을 놓고 주민들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상황 속에서 각자 사무실을 차려 주민동의서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당6·7구역 토지등소유자 2645명을 놓고 어느 곳이 많은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동의를 구하느냐의 경쟁 하에서 어느 한 곳 두드러진 곳이 없으면 사업은 답보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도시재정비사업 관계자는 “원당6·7구역의 재개발 방향을 놓고 야기된 혼란을 교통정리 할 기구 혹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차일피일 재개발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일부 주민들은 혼란 상황에 지쳐 공공재개발이든 민간재개발이든 상관없이 빨리 할 수 있는 곳에 동의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임대를 통한 월세·전세 수익이 생활비의 바탕이 되는 주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