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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봄’이라는 시를 이렇게 썼다. ‘우리 아기는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릉가릉/아기 바람이 나뭇가지에 소올소올/아저씨 해님이 하늘 한가운데 째앵째앵.’ 봄의 나른하고, 정겨운 표정을 간단하면서도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다. 아기와 고양이와 바람과 해님의 계절적 조화가 따뜻한 봄기운을 발산하는 듯하다. 노곤한 양지마루에서 아기를 안고 함께 졸고 싶은 생각도 든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요즘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벚꽃비를 ‘벚꽃’이라는 시로 일목요연하게 표현했다. ‘꽃잎이 떨어져요/내 머리위에도 떨어지고/내가 쳐다보면/내 눈에도/내 코에도/내 입에도 떨어져요’라고 말이다. 유경환 시인은 ‘봄들판’이라는 시에서 ‘빨간 꽃 피인 땅 속엔/빨간 물감이 있고/노란 꽃 피인 땅 속엔/노란 물감이 있고/다홍 꽃 피인 땅 속엔/물감이 섞였나봐’라며 봄꽃의 군무를 전하고 있다. ▼요즘 같은 봄에는 어딜 가나 꽃 천지다. 집 마당에도, 거리에도, 공원에도, 깊은 산중에도 꽃이 만발하다. 따뜻한 봄바람에 찬바람이 가시는가 싶더니 그 봄바람에 꽃봉오리들이 놀라 화들짝 꽃을 피워 버렸다. 매화와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꽃소식에 이어 벚꽃이 꽃비를 뿌려준다. 이 벚꽃이 모두 지면 영산홍과 철쭉이 연이어 꽃잔치의 바통을 이어 받는다. 꽃은 왜 이리 예쁜지, 하늘은 왜 이리 따뜻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4·11총선이 끝났다.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은 이 좋은 날에 선거를 치른다고 고생 많이 했을 것이다. 아니 이 좋은 날의 풍경화를 즐길 여유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봄이 전해주는 꽃들의 속삭임 대신 후보자 흠집내기를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봄꽃을 만나기 위한 열중보다 표심을 잡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목이 으스러지도록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났다. 후보자들은 당선자와 낙선자로 나뉘어 두 얼굴을 하고 있다. 당선자든, 낙선자든 이 좋은 봄날 산으로, 들로 고개를 돌리면 늘상 웃어주는 봄꽃을 만날 수 있다. 기쁜 마음 더 기쁘게, 슬픈 마음 크게 위로해주는 봄꽃을 이 좋은 날에 만나 보는 여유를 갖자. 조윤제 문화체육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