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이 불투명하며 권모술수와 기만으로 정치생활 30년을 일관한 신뢰성이 전혀 없는 위험인물” “매사에 도전적 반항적 저돌적인 깡패신부”.
인격모독에 가까운 이러한 평가를 받은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1990년 10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보안사(기무사의 전신) 사찰보고서에서 당시 야당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뢰성이 전혀 없는 위험인물’이었고, 문정현 신부는 ‘깡패’일 뿐이었다. 야당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파일에는 자택 아파트의 내부 도면과 평상시의 동선, 심지어 예상 도주로와 예상 은신처까지 기록돼 있었다. 군 복무 중 ‘혁노맹사건’과 관련해 보안사로 끌려온 뒤 프락치로 수사에 협조해오다 양심의 가책 끝에 탈영한 윤석양 이병(한국외국어대 4년제적)이 폭로한 사찰문건에는 김대중·김영삼 등 여야 정치인과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 인사, 재야·언론·노동계 인사 1303명의 신상이 낱낱이 파악돼 있었다.
윤 이병처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부정이나 불법행위를 세상에 알리는 사람을 ‘내부고발자’라고 한다. 내부고발을 영어로는 ‘Whistleblowing’, 즉 ‘호루라기 불기’라고 하는데 영국 경찰관들이 호루라기를 불어 시민의 위법행위를 경계하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윤 이병의 폭로 5개월 전에 감사원과 재벌의 유착비리를 언론에 제보한 이문옥 감사관, 1992년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삼성그룹 비리를 알린 김용철 변호사, 이명박 정부 민간인 사찰사건에서의 장진수 주무관 등이 대표적인 ‘호루라기 부는 사람’으로 꼽힌다.
공익제보자 인권옹호단체 ‘양심의 소리 호루라기재단’이 수여하는 ‘올해의 호루라기상’의 수상자로 학내 비리를 교육청에 알렸다가 파면된 전 동구마케팅고 안종훈 교사와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증언한 같은 부대원 김모씨가 선정됐다. 서구사회에서는 각종 법률과 제도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조직의 배신자’라는 낙인 아래 보복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호루라기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그 사회의 건강성을 알 수 있는 지표가 아닐까 싶다.
-요약-
내부고발자를 호루라기 부는사람이라고 한다. 서구에서는 법률과 제도로 보호하지만 국내에서는 조직의 배신자라는 낙인아래 보복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호루라기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그 사회의 건강성을 알리는 지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