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짜를 위해-떡밥 대물낚시 (새우 대물꾼은 보지 마세요. ㅎㅎㅎ)
왜 떡밥을 쓰면 월척이 낚이지 않는다는 것일까? 과연 그렇다면,
떡밥으로 4짜 붕어 얼굴 보기란 요원한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떡밥은 마릿수,
생미끼는 씨알'이라는 등식 아닌 등식이 성립된 것일까?
그런데, 지금도 4짜 대물터에 가보면 골수 대물꾼들은 생미끼는 제쳐두고 떡밥으로만
한 방을 노리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떡밥 비법이라도 쓰고 있는 것일까?
실례 1
늙은 꾼의 떡밥 비법
2년 전 여름 휴가 때의 일이다. 청도 운문사 계곡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올라오는 도중 차도 밀리고 해서 적당한 곳에서 밤낚시를 즐긴 후 새벽에 올라 가자며 식솔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충북 영동군 개심지 좌측 연안의 원두막 평상이 있는 곳에서 약간 하류로 치우친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와서 나란히 낚시를 즐기고 있는 두 낚시꾼의 낚시 스타일에서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A씨는 제법 낚시에 조예가 깊은 듯 고급 장비에 깔끔한 낚시를 즐기고 있었고, 반면에 B씨는 이 지역의 현지꾼인 듯, '밤마실 낚시'를 나오신 듯 허름한 장비에 낚시 스타일도 투박할뿐더러 낚싯대의 편성도 초릿대가 허공을 향하도록, 초리 끝이 물 위에서 서너 뼘이나 치켜져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런데, '어랍쇼~'. 초반에는 A씨가 중치급으로 마릿수를 연신 뽑아내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릴 판이었는데, 밤이 깊어가면서 B씨가 준척급 씨알을 두 번씩이나 푸드득 끌어내다 급기야는 꽤 큰 월척 씨알까지 낚아내는 것이 아닌가.
이 둘의 떡밥낚시에서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A씨는 양어장낚시에도 통달한 듯 글루텐 류의 콩알 떡밥낚시를 구사하고 있었고, B씨는 깻묵 가루에 간식용으로 가져온 삶은 고구마와 미량의 청궁가루를 혼합해서 푸석하게 반죽한 후 대추알 만한 크기로 바늘에 달아서 가끔씩 풍덩풍덩 던져 주기만 했을 뿐이다.
실례 2
건탄 떡밥의 시초
이쯤에서 또 다른 한가지 실례를 더 들어보기로 하자.
안동댐과 진양호가 줏가를 날리던 20년 전, 대물 킬러로 악명을 떨치던 미끼가 있었다. 릴낚시의 육봉바늘(일명 스이꼬비 채비)에 닭사료 미끼가 바로 그것. 물론 지금은 과다한 밑밥 투여는 자연을 오염시킨다는 점을 낚시꾼들 모두 잘 알고 있으므로 사용치 않고 있지만, 아무튼 그 당시에는 대물을 낚기 위한 최고의 미끼로 통하는 것이 닭사료였다.
새삼스럽게 닭사료까지 등장시켜 4짜 붕어 떡밥 테크닉을 연관시키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겨서는 대물 붕어를 따로 낚을 수 있는 비법을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앞의 예를 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1980년대 중반까지 대구의 대물꾼들이 이 닭사료 채비를 즐겨 사용했던 이유는,
첫째, 닭사료 미끼는 잔챙이가 붙지 않을 정도로 붕어에게는 맛 없는 미끼라는 점.
둘째, 떡밥의 확산성이 매우 빨라 1분 안에 확 풀어지며, 이후의 잔 입질을 걸러 준다는 점.
셋째, 떡밥의 굵은 입자가 물 속에 장시간 유지된 채 남아 있다는 점 등이다. 심지어 초저녁에 던져둔 채비에 다음날 새벽에야 대물이 낚이는 적도 많았다.
이처럼 닭사료 육봉채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굵은 씨알의 물고기를 낚기 위해서는 붕어에게 맛이 없고, 입자가 거친 떡밥을 푸석하게 반죽한다'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씨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차지고 된 떡밥을 크게 뭉쳐 쓰는 방법도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자. 아무튼 이 '건탄떡밥'이 오늘날의 대형 붕어를 낚기 위한 대낚시 채비에도 그대로 훌륭하게 잘 적용되고 있다
장소와 포인트
오래 묵고 터 센 대형지
수초가 많은 평지형 저수지보다는 마사토가 주류를 이루고 뻘과 수초가 약간씩 섞인 대형 저수지가 유리하다.
충주호, 소양호, 원남지의 낚시에서 볼 수 있듯이 새우 같은 생미끼를 쓸 때보다는 건탄떡밥(찰기가 적은 떡밥에 물을 적게 넣어 푸석하게 반죽한 떡밥)에 4짜 붕어가 낚일 확률이 더 높다.
특히, 원남지에서 4짜를 노리는 장박꾼들의 경우 생미끼보다는 이와 같은 건탄떡밥을 훨씬 더 선호하기도 한다.
․침전물이 많이 쌓인 뻘바닥보다는 흙이나 모래, 잔돌 등이 있는 깨끗한 마사토 바닥이 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가급적이면 수면적이 넓은 대형지.
․평소 대물이 자주 출현하는 지령이 오래된 저수지.
․배스, 블루길, 송어 등의 육식 어종이 많아 잔챙이 붕어가 별로 없고, 낚였다 하면 월․준척급이 낚이는 곳.
․터가 센 곳일수록 오히려 4짜 붕어에 가깝게 접근 할 수 있는 곳이다.
찌맞춤
무거운 듯 가볍게(?)
십 여 년 전 충주호의 전성시절, 1m 가까운 긴 찌에 삼봉채비가 대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푸석하게 갠 대추알 크기의 떡밥을 도토리만한 크기로 통삼봉에 뭉쳐 달아 채비를 던지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주던 찌올림과 손아귀에 꽉 차던 붕어의 전설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 당시 삼봉채비의 찌맞춤은 봉돌이 바닥에 닿되 적당히 예민하게 맞추는 것(바늘을 뺀 봉돌만 달아 찌톱을 수면에 수평되게 맞춤)이 충주호 골수꾼들이 즐겨 쓰는 스타일이었다. 요즘에 즐겨 쓰는 영점식 찌맞춤처럼 아주 예민한 찌맞춤과는 정반대의 찌맞춤이었다.
즉, 대추 만한 건탄 떡밥이 물 속에서 비스켓 넓이로 스르르 허물어지듯 풀리며 비스켓 넓이의
떡밥 위에 바늘이 얹혀 있다가 진공청소기처럼 쭈욱 빨아들이며 흡입하는 붕어 입 안에 같이 끌려 들어가게 된다.
다시 말하면, 손바닥보다 큰 붕어는 쪼듯이 떡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인데, 약간 무거운 찌맞춤을 하는 것이 중후한 찌올림을 볼 수 있으므로 긴 찌를 선호한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영점 찌맞춤 처럼 봉돌이 바닥에 떠 있어서 너무 가볍고 까부는 채비는 적합하지 않다.
또 웬만한 대류에는 채비가 떠밀리지 않을 정도로 봉돌이 안정감 있게 바닥에 닿아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충주호 삼봉채비의 찌맞춤은 봉돌만 단 상태에서 찌톱과 수면이 수평되게, 또는 천천히 잠겨들 정도로 약간 무겁게 맞추는 경향이었다. 목줄의 길이도 너무 짧은 것보다는 약간 여유 있게 8cm 정도를 즐겨 사용했다.
따라서, 예전 충주호 삼봉채비와 마찬가지로 최근 4짜를 노리는 떡밥 두 바늘채비도 봉돌이 바닥에 살짝 닿아 있도록 약간 무겁게 찌맞춤하면서도 붕어의 흡입에 쉽게 반응할 수 있도록 예민해야 하는, 어쩌면 상반된 두 부분을 모두 충족 시켜야 한다.
종류와 반죽
거친 입자를 푸석하게 반죽
최근 전국의 낚시터들, 양식붕어를 방류하는 유료낚시터이건, 심심산골의 촌낚시터이건 간에 글루텐 류의 떡밥이 미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글루텐 류의 떡밥에 이미 익숙해 있는 꾼들에게 푸석한 떡밥을 도토리만큼 큼직하게 달아서 약간 무거운 봉돌을 달고 낚시를 하라고 권했다가는 자칫, '×도 모르는 놈이 간섭한다'고 배척받기 십상이다.
왜 건탄 떡밥낚시는 이런 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글루텐류 떡밥은 연일 신제품이 개발 될 정도로 많은 꾼들에게 확산되고 있는데 반해 건탄 떡밥의 대명사인 모 회사의 S떡밥은 최근 낚시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매량은 증가하지 않고 있단다.
10년 이상 야전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꾼들만이 건탄 떡밥에 의한 대물붕어의 비밀스런 위력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때도 있어 결국 이 글을 여기까지 써 내려온 것 같다.
첫째, 조, 수수. 겉보리, 튀긴 강냉이. 콩조각, 깻묵가루 등을 곱게 분쇄하지 않아서 입자가 굵고 거친 떡밥. 그리고 글루텐이나 어분처럼 고소한 맛과 자극적인 향이 들어가지 않은, 되도록 깊은 맛 밖에 없는, 붕어에게 맛없는 떡밥이 더 좋다.
둘째, 4짜를 노리는 떡밥은 손으로 주물러 차지게 반죽해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 젓가락 등으로 휘저어 푸석하게 반죽해서 주로 사용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반죽하기보다는 귀찮더라도 자주 개어 쓰는 것이 좋다.
셋째, 새우낚시 때와 마찬가지로 찌와 찌 사이를 널찍널찍하게 다대편성 하되, 초반에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인내심 있게 기다리다가 차츰 입질이 붙으면 입질이 오는 낚싯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할 것은, 시도 때도 없이 풍덩풍덩 떡밥을 갈아주며 붕어의 경계심을 자극하기보다는 한꺼번에 떡밥을 교체해주고, 숨소리 마저 죽여야 한다. 절대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
일도필살을 위해
반복 경험과 시행착오 필요
자 이제 결론을 말하자.
대형 붕어를 낚기 위한 전제 조건은 붕어를 안 낚는 방법 밖에 없다.
붕어를 안 낚으면서 어떻게 4짜를 노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모든 대물낚시의 기본 조건이란 잔챙이 입질은 어떻게든 배제하고, 큰 입질을 받아 한방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험으로도 30 마리 이상의 마릿수 붕어가 쏟아져 신바람 야단법석이 난 날은 이상할 정도로 37cm 이상 급의 대형붕어가 거의 낚이지 않았다. 차라리 드문드문 들어오는 입질에 굵은 씨알이 붙어 긴장하는 날 오히려 초대형 월척이 낚이곤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4짜급 대형 붕어는 어쩌다 운 좋게 만나는 경우보다 일도필살(一刀必殺)을 벼루며, 부지런히 칼을 갈고 내공을 연마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대물과의 승부는 오로지 기다림의 시간이다.
내일 당장 4짜의 행운이 찾아 올 수도 있고 평생에 걸친 각고의 노력에도 4짜의 꼬랑지도 못보고 낚싯대를 접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기다림의 순간들을 우리 낚시꾼들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름 모를 들꽃이 피고 지는 이 계절, 이 글을 읽는 많은 꾼들이 물가에서 진정 값있는 기다림의 시간들을 낚길 바란다.
첫댓글 역시 내공이 보인다니까요^^
ㅋㅋㅋ 너무 대물, 대물 하지 맙시다. 홈런만이 야구는 아닐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