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계획: 누구나 얻어맞기 전까지는…
지난해 들어 ‘이제부터 공부 시작이야!’라고 정하게 된 날은 정확히 2023년 2월 14일입니다. 1차 시험까지 284일을 남겨둔 상태였죠. 원래부터 계획 세우고 머리 굴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태블릿을 꺼내 열심히 공부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공간은 어디로 정하고, 몇 시간을 잘 거고, 밥은 언제 먹을 거고, 오전에는 무얼 하고 오후에는 무얼 할지까지 모두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모두 아시겠지만 절대 그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공부하는 공간도 바뀌었고, 공부하는 패턴도 2번이 바뀌었죠. 변하지 않은 건 자는 시간과 식단뿐이었던 것 같네요.
그러나 계획 수립 자체가 전혀 필요 없다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얻어맞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 계획 없이 싸움판에 뛰어들 수는 없잖습니까? 계획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제 계획이 상황 변화에 따라 어떻게 개정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쓰려고 합니다.
1. 초기 계획 (2월~3월)
2023년 이전, 즉 김구전공역사 강의를 듣지 않고 공부하던 시절에는 단순히 개론서 읽고 요약하기에만 집중했고, 이번에도 평소 하던 방향인 ‘옻칠하기’, 즉 읽고 요약한 내용을 계속 머릿속에서 옻칠하듯 반복 암기해서 개론서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는 계획을 짰습니다. 다만, 예전보다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김구 강의를 모두 구매해 듣기로 마음먹고, 매일 강의를 듣고 만든 정리 노트를 그대로 외우는 패턴이 추가되었습니다. 내용을 개조식으로 정리하고 나면, 그 내용을 안 보고 외울 수 있게 인명/주제/제도만 적어놓은 ‘암기 시트’를 새로 만들었죠.
하지만 그렇게 세운 초기 계획은 정말로 무모하기 그지없었는데, 정리와 암기를 하루 안에 모두 하겠다는 말은 처음 보고 배운 내용을 그날 한번에 외워버리겠다는 말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학부생 시절 중간/기말 준비하던 방식 그대로 임용시험을 준비한 겁니다.
계획을 실제로 실행해 보니, 처음 몇 주만 계획대로 실행될 뿐 한 달도 안 되어 패턴은 무너져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량은 많아졌으므로 압박이 높아진 거죠. 또 토요일에는 그 주에 외운 내용을 한꺼번에 외워볼 예정이었지만 이건 겨우 2주만 실천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토요일에 집에서 놀아버렸습니다. 토요일에 공부하는 경험 자체가 거의 없었던 탓이었죠.
2. 1차 개정 (3월~5월)
외우는 게 너무 어려워짐에 따라 처음 세운 계획도 깨져버렸습니다. 구조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정리 노트를 아무런 논리구조도 없이 외우다 보니 체감상 분량이 더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죠. 거기다 상술했듯 2월 중순에 시작했기 때문에, 1월 초부터 개강한 김구 강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속진계획을 세우고, 진도를 맞출 때까지 하루에 2~3일치 강의를 한꺼번에 듣기로 했습니다. 그날 만든 정리 노트를 안 보고 외우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그 시간은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과 개론서 읽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러므로 하루 공부 시간은 개정 이전과 얼추 비슷했지만, 문제는 그 외우는 활동이 일종의 복습이었고 내용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속진을 해도 배운 내용이 쉽게 휘발되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강의 진도에만 천착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1~3월 기본 내용정리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아무래도 임용시험 인강을 처음 들어보는 것이다 보니 강의에는 내가 보지 못한 신비로운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단순히 김구 선생님들께서 무엇을 짚어주는지에 더 집중했던 면도 있었던 듯싶습니다. 그러나 그 말인즉 강의를 들으면서 저 자신의 사고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므로, 내면화 및 구조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3. 2차 개정 (6월~9월)
속진 계획을 거의 마친 뒤부터 이제 시간이 남기 시작했지만, 구조화를 위해 이전에 하던 대로 정리 노트를 다시 암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암기 과정도 부담스러웠으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당시 제게 부족한 부분을 돌아봤을 때 가장 부족한 부분은 내용 구조화였습니다. 상술했듯 대학 중간/기말 준비하듯 정리했으니 시대에 대한 개괄적 이해가 많이 부족했죠.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구상했습니다. 역교론을 공부할 때 본 ‘역사가는 플롯을 구성한다’라는 표현에서 착안해서, 개조식으로 정리하지 말고 기존의 역사책과 같은 형식으로 된 줄글 내러티브 형태의 정리 노트를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이죠. 저는 이걸 ‘암기 북’이라고 불렀습니다.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작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운 것은 내용의 구조화와 개론서에 나타난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러면 저자가 쓴 플롯(=출제에 쓰이는 플롯)을 가져와서 내 표현으로 재구성하자’라는 구상을 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III장 방법 부분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토요일에 공부하러 나가지 않는 고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아예 타임테이블을 바꾸어 토요일을 휴일로 책정하고, 대신 토요일 공부 시간을 평일에 2시간씩 분산 할당했습니다. 이렇게 몇 주 시험 운영한 결과 주 5일제가 새로 세운 계획과 제 생활 패턴에 부합하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개론서/강의 자료로 내용을 분석하고 스스로 내러티브를 정리해내는 작업이 상당한 시간을 쓰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편이 더 나았던 겁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11월이 될 때까지 주 5일제로 고정되고, 시험 분야가 한국사/동양사/서양사/역교론/교육학으로 딱 5개였으므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 순서로 공부를 했습니다.
4. 10~11월 최종 정리
강의 자료와 여러 개론서를 통합한 내러티브를 만든 것은 결국 개론서 대신 이것을 회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암기 북이 완성되고 나니 시간은 딱 10월이 되어있었고, 그때부터 자료/개론서 내용을 분석하고 암기 북을 제작하는 시간은 이제 완성된 암기 북을 회독하는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10월 한 달 동안에는 김구 강의에서 제공하는 모의고사를 풀고, 새롭게 추가되는 강의 자료들을 읽어보며 제가 빠뜨린 부분들을 보충하고, 다시 읽어보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11월에는 아직 암기가 미진한 부분들을 정리해 집중적으로 읽어보았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나 시험 2주 전 실시된 수능 문제들을 가져와 풀어보기도 하며 제가 만든 내러티브 흐름에서 미싱 링크는 없는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도 자세한 내용은 III장에서 더 설명하도록 하죠.
Ⅱ. 내용: 정/오답 노트로 돌아보기
만약 임용시험에 이제 막 발을 담그려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가장 궁금해하실 것이 합격자들이 읽은 전공서적일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예전에 저는 그랬거든요. 예전에 학과의 어떤 선배님이 합격수기에 ‘이 책은 이 시대를 정말 잘 써놨고, 다들 무시하지만 잘 알고 들여다보면 이 책에 담긴 각주와 설명 하나하나가 깊게 와닿는다’라고 쓰신 것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제가 그럴 능력까지는 되지 않으므로 대신 데이터로 설명하려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제가 읽은 책과 읽은 횟수(2023년 기준), 그리고 1차 시험 결과에 따라 유추한 제 나름의 정답 겸 오답 노트를 만들어 제가 무슨 문제들을 맞혔는지(적어도 맞혔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지식의 출처가 무엇인지를 정리해봤습니다. 다만 역사교육론은 제외하고요. 그건 쓸 수 있는 답도 다양하고, 읽어야 할 책이 이미 천지창조 때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1. 읽은 책
2. 정답/오답 정리표 (역사교육론 제외)
이 시험은 제 점수만 알려주지 제가 뭘 맞췄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으므로 정답 여부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대략 이 사람이 무슨 출처로 이런 답을 쓰게 되었는지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출처는 정답에 해당하는 지식을 제가 처음 알게 된 계기를 기준으로 하여 설정했는데, 개론서나 김구 전공역사 강의를 출처로 적은 것들은 대부분 암기 북을 통해 외운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 외 출처는 그때 처음 보고 들은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례에 해당합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넌 이걸 어떻게 맞췄니?’라고 할 만한 부분과 ‘너는 이것도 못 맞추고 어떻게 1차 통과했니?’라고 할 만한 부분이 혼재하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냥 이 시험이 그런 것 같습니다. 다들 ‘남들 맞추는 것만 다 맞추면 된다’라고 말하는 시험이 이 시험이니까, 저는 남들이 틀린 문제 몇 개 더 맞추는 대신 남들 맞춘 걸 조금 놓친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역사교육 첫걸음은 물론 이번 시험에서 직접 출제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올해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2/23년에 관심을 끌었던 시민의 한국사는 여기서 설명하는 내용이나 흐름이 대부분 다른 수험용 서적에도 있는 반면에, 역사교육 첫걸음은 기존의 4대천왕(이해/이론/내용방법/역사인식)에게 없는 내용이 한가득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현장에서 단순 암기 이상의 의미 있는 역사수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자극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Ⅲ. 방법: 나만의 역사책을 만들다
1. 암기 북 제작
6월 이전의 공부는 지금 돌아보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만의 방법이 정립되고 고정된 것은 계획이 2차 개정된 이후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장에서는 그렇게 완성한 ‘저만의 방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쓰려 합니다.
상술한 ‘암기 북’은 활용하는 방향 측면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브노트’와 거의 유사하지만, ‘개론서 내러티브를 임용시험용으로 재구성해야겠다’는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목표와 형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서브노트라는 개념은 사실 1차 시험 결과 나오고 북소년 들락거릴 때 정확히 알았던 거라서 유사성과 차이점이 혼재합니다. 사람 생각하는 거 다 비슷하더라고요.
암기 북은 원래 초기 계획 시기 만들고 있던 암기 시트와 개조식 정리 노트를 보완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출제 가능성이 높은 테마들을 정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줄글 형태의 설명문을 만들고, 개조식 정리 노트에는 담기 어려운 흐름과 논리구조를 내면화하려는 의도였던 거죠. 그러나 초기 계획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암기 시트와 개조식 정리 노트는 구조화에 도움이 안 된다 판단했고, 4~6월 기출 분석 강의와 7~8월 개론서 문풀반에서 제공되는 읽기 자료들을 회독에 녹여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을 2차 개정하던 6월 즈음에는 아예 암기 북을 빽빽하게 채워넣고 이것을 회독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암기 북은 결국 우리가 역교론에서 말하는 ‘주제 중심 내용조직’에서 ‘연대기적 내용조직’으로 바뀌어 완성되었습니다. 일종의 유사 역사책이 만들어진 셈이죠. 다만, 완성 시간을 줄이기 위해 21~23학년도에 출제된 사건/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제외했습니다.(ex. 백년 전쟁, 남북 전쟁 등)
완성된 암기 북의 일부분입니다. 개조식으로 정리된 서브노트에 비해 덜 구조화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마무리 시기에 회독하고 혼자서 내용을 읊어보는 데에는 더 유용했습니다. 작성은 구글 문서로 했는데, 태블릿으로 작성한 것을 휴대폰으로도, PC로도 그대로 보고 회독 혹은 수정할 수 있어서 가장 편했습니다. 굵게 표시된 부분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습니다.
‘도대체 왜 다들 하는 개조식이 아니라 설명문 형식으로 만들었느냐?’라는 의문을 가진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줄글 형식을 선택한 것은 내용을 내 말로 풀어놓으면서 동시에 각 개론서에 적용된 플롯 구조를 최대한 살려놓고(ex. 중세 말 장원 해체에 대한 서양사개론/서양사강좌의 설명구조, 김태규 선생님의 자유주의/민족주의 개관 설명), 하나의 주제/사건에 대한 암기를 더 쉽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II장의 읽은 책 정리표에서 개론서 회독이 대부분 2회로 기록되어 있는데, 1회는 3~5월에 강의 듣고 난 뒤 한번 읽고, 2회는 6~9월에 암기 북을 작성하면서 읽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론서를 분석하고 새롭게 내러티브를 써내리는 과정에서 해당 주제/시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저자들의 플롯)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내용 이해도가 심화될 수 있었습니다.
‘구조’ 내지는 ‘논리구조’라는 표현을 제가 자주 쓰고 있는데, 더 풀어서 말하면 그건 ‘개론서에 쓰인 설명의 근거는 무엇이고, 이 설명은 또 어디로 연결되는가’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개론서의 내러티브를 저의 언어로 재구성하다 보면 ‘왜 이렇게 서술했지?’ ‘이 부분은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지?(→나는 이 부분의 제목을 뭐라고 붙이지?)’라는 의문이 단순히 눈으로 읽었을 때에 비해 더 자주 들게 되었고, 다른 자료들을 통해 이를 보충하는 과정에서 개론서에서 설명하는 주제나 사건에 대한 흐름이 내면화되었습니다. 또 강의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함께 글로 녹여낼 수 있었으므로 개론서와 강의 서적/자료의 융합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당 시대 암기 북을 만들던 8월 어느 여름날의 모습입니다. 그날 암기 북을 쓰는 시대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책상에 펼쳐놓고, 하나하나 읽어보고 살펴보면서 이 시기에 대한 내러티브를 머릿속으로 재구성한 뒤 태블릿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왼쪽에 있는 건 한위중/선위동이고, 책상 위에 놓인 건 동개론/4~6월 기출분석 강의 자료입니다. 종이 자료가 더 필요할 때에는 오른쪽 의자에 더 꺼내놓고 참고했습니다.
물론 암기 북이 만능인 것도 아니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개조식 정리 노트와 달리 글의 언어적 구조까지 생각하면서 작업한다는 것은 상술한 장점도 가져오지만, 상술했듯 일종의 유사 역사책과 다름없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을 고민하느라 작업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됩니다. 그것은 곧 개론서 회독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하죠.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만드느라 개론서를 2회밖에 읽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 돌아보면 굉장히 위험한 행위였다고 저도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강의 자료를 읽고 분석해 암기 북에 녹여낸 것이 어느 정도 보정을 해준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겪은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 방법을 이렇게 자세히 소개하고 그 이점을 논할 수는 있지만,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서브노트를 만들 거라면 되도록 줄글 형식으로 만들라’라고 함부로 권유하기는 꺼려지기도 합니다. 쉽게 위험을 감수해도 상관없는 시험이 아니기도 하고요. 서브노트 자체를 만들지 말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여러분이 가진 배경지식과 사고과정을 고려해서 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암기 북의 총 제작 기간은 6월 7일 ~ 9월 27일로 113일이 소요되었습니다.(영업일 기준 계산하면 더 줄겠죠) 이 기간에는 하루 공부 시간의 1/3 ~ 2/3을 암기 북 제작에 투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이 시기에는 늦게 일어나거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해서 자책하는 일이 많이 줄었는데, 아무래도 원래 글 쓰는 것에 흥미가 많아서 지루할 틈이 거의 없었습니다.
정리하면 암기 북은 개론서의 논리구조를 최대한 내면화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며, 내러티브를 스스로 만드는 작업 자체가 의미 있었다기보다는 개론서의 플롯 구조와 역사적 흐름을 음미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중요한 지점들을 추출한 그 모든 사고의 결과가 암기 북에 나만의 내러티브로서 표현된 것이므로 이 사고과정이 의미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10~11월 최종정리
암기 북을 완성한 10월쯤이 되면 이제 모의고사 문제 풀이를 통해 내가 어느 부분의 암기가 부족한지를 가려낼 시간입니다. 10월 안에 암기 북의 95% 이상을 외우는 것을 목표로 잡고 글을 회독하면서, 제가 뚫어놓았던 빈칸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는지, 그리고 전체적인 플롯이 눈에 익숙한지를 확인했습니다. 암기가 부족한 부분은 굵은 글씨로 표시해 다음 회독 때 더 집중적으로 읽고 익숙해지도록 했습니다.
암기 북을 회독하는 시간은 처음에는 4~5일에서 회독 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빨라져 2~3일로 줄어들었는데, 회독이 계속되면서 제가 만든 암기 북의 최대 단점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뚫어놓은 빈칸의 암기 여부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점과, 텍스트 외적 부분(ex. 글에서의 수사적 표현)을 단서로 삼아 빈칸을 맞혀놓고 사건을 전부 외웠다고 착각하게 되는 점이었죠. 거기에 회독 속도가 빨라진 것까지 겹쳐 아예 4~5시쯤에 ‘오늘 할 일 다 했다!’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물론 10월이 되어 체력이 부족해진 것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의 힌트만 가지고도 해당 맥락에 대해 혼자서 읊어볼 수 있도록 11월에 2가지 암기 시트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아직 암기가 부족한 부분들을 모아 질문 형식으로(ex. 장기의회의 입법 내용은?) 따로 기록해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과목의 소제목과 주제들만을 모아 정리해둔 것입니다. 후자의 암기 시트는 내용 구조화가 비교적 덜 되어있다고 판단한 서양사와 역사교육론만 만들었습니다.
11월 최종 회독을 마친 뒤 임용시험장에 들고 간 것은 이 2가지 암기 시트와, 시험 출제진이 아마도 입수하지 못했을 11월 모의고사였습니다. 암기 북은 모두 인쇄해서 가져가기에는 양도 많고 인쇄비도 상당할 테니까요. 시험 이틀 전인 23일에 본가로 올라가 24일에 암기 시트들을 펼쳐놓고 마지막으로 간이 회독한 후 25일에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전공 A가 끝난 뒤에는 암기 시트를 꺼내 전공 A에서 출제된 영역들에 표시해서 전공 B 때 나올 문제들을 예측해봤었는데, 고려시대/서양 중세가 완전히 날아가고 중국 개항에서 2문제가 나오는 판국에 이런 건 별로 소용은 없었네요.
3. 교육학
올해 교육학이 이렇게까지 불타는 난이도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저도 21~23학년도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봤고, 1차 시험 2주 전 치러진 초등교사 임용시험의 교직논술 문제도 작년 초등임용 문제보다 더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교육학은 인터넷 강의 중 개념정리 강의만 듣고, 그 뒤에는 강의 서적을 2~3회 회독한 것이 전부입니다. 상술했듯 주 5일제 시간표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교육학 공부를 했는데, 하필 교육학 공부하는 날도 금요일이라 주말에 쉴 생각 하며 날림으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말이 12시간이지 사실상 TGIF를 외치며 8시간 정도 공부했었죠.
8~9월이 되며 남은 시간에 비해 교육학 준비가 매우 허술하다는 걸 깨닫고 뒤늦게 다시 강의도 구매하고 전공에서 하던 방법을 그대로 가져와 교육학 암기 북도 만들었는데, 전공 암기 북만큼의 효과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역사는 내러티브가 중요하지만, 교육학은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교육철학/교육사회/상담/교육심리 부분은 암기 북을 만들지 않고, 단골 주제인 교육과정/교육방법/교육평가/교육행정부분만을 만들어두었습니다. 교육심리는 3년에 1번꼴로 출제되지만, 2023학년도에 이미 출제되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공부에 시간을 투자한 것이죠.
교육학 강의는 최원휘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최근 박문각에 입성한 신규 강사시지만 제 사고방식이나 답안을 쓰는 방식과 잘 맞았습니다. 또 운이 좋게도 이분께서 CAT를 강조하며 자신의 교육부 재직 시절 경험을 함께 이야기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아서 실제 시험에서도 CAT 문제에서 점수를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날림공사 수준이긴 했어도 암기 북 회독이 효과가 없진 않았는지 11월 최종 모의고사를 할 때쯤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서론부터 결론까지 그럴듯한 답안을 쓸 수 있을 정도는 되었고(어쩌면 암기 북 제작이 글 쓰는 연습으로 작용했던 점도 있겠군요), 최종정리는 각 분야에 대한 구조화와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들 중심으로 정리해서 반복 암기했습니다. 그리해서 어떻게든 점수는 받았습니다만 교육심리를 포기한 거라든가, CAT를 용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 정도[正道]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운의 영역에 가깝겠네요.
Ⅳ. 2차 준비
임용시험을 처음 준비하시는 분들은 2차 점수가 90점대라 꽤 높게 나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충남과 같이 지도안이 없고 평가원 면접문제를 활용하는 지역은 보통 95점 이상나와야 잘 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93점이면 평범한 수준이죠. 임용시험이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 했을 때 어쩌면 그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2차 준비는 보통 1차 발표일을 기점으로 하여 12월과 1월로 나누어서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12월 시기에 저는 1차 시험 준비할 때처럼 출신 대학교에 머무르고 있어서 현장강의 수강생과 다르게 공간도 사람도 못 구하고 있었으므로 수업 실연 연습은 잘 하지 않았는데, 대신 1차 준비 시기에 교과서 분석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주로 5개 과목(역사 1/2,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의 교과서들과 성취기준을 읽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궁여지책이긴 했지만, 이 한 달 동안 교과서를 깊게 읽었던 것이 의외로 1월 준비 기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2월 28일 1차 결과가 발표되고 저의 출신 대학 학과에서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주었으니 본격적인 2차 준비는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학과 내 1차 합격자 중 비지도안 시험을 치는 3명이 모여 함께 연습을 시작했는데, 지도안 쓰는 시간이 빠지기 때문에 하루 2개 수업 × 멤버 3명으로 하루에 총 6개의 주제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수업 실연에서의 기본적인 방향은 2차 시험 문제집에 담긴 문제들을 되도록 모두 실연해보는 것이었는데, 각자 다른 주제를 맡아 수업하면 그에 대한 감상평과 피드백을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거기서 ‘판서 구조를/발문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하고 추가로 나타나는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이를 구글 문서에 기록했습니다.
스터디를 마무리하는 시기에는 조원 3명의 개선점들을 총정리해서 서로 나누었고, 본가로 다시 올라간 시험 2일 전에는 혼자서 출제 예상 주제들을 짚어봤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서 이때 정리했던 동아시아 전후처리 부분이 2차 시험으로 출제되었습니다. 시험지를 받아보자마자 내심 쾌재를 부르고 그때 정리했던 판서 구조를 거의 그대로 적용해서 수업 실연에 써먹었는데, 발문이나 수업 정리가 부족해서 점수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습니다.
면접 준비는 임용 준비생들에게 국밥과도 같은 면접레시피를 사용했는데, 면접레시피 문제들을 몇 번 같이 풀어보니 문제상황은 현실적이지만 답이 자꾸 겹치는 말을 하게 되는 문제들이 꽤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 필요한 자질→소통, 공감→소통일지) 그러나 생각해보면 묻는 것이 비슷하다고 같은 대답을 계속 생각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제시문을 활용한 다양한 답을 생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면접레시피 책을 활용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사실 2차 준비는 1차 준비 시기에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 분석도 자연스럽게 2차 준비가 되기도 하지만, 저는 1차 때 교과서를 거의 안 봤기 때문에 그 외에 제가 했던 2가지 방법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수업 실연 측면에서는 1차 시험 역사교육론을 준비하면서 계속 그 적용 방법을 스스로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건 김태규 선생님께서 강의에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인데, ‘논쟁 수업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내가 논술시험으로 사료 기반 문항을 만든다면?’ ‘역사가처럼 사고하게 하기 위한 발문 계열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과 같은 역사교육론 지식을 실제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추가로 고민하는 것은 1차/2차 시험 모두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면접 측면에서는 꾸준히 사회적 이슈들을 수집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는 여러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단순 기사 소개 말고, 뉴스레터 1회당 한 가지 주제를 깊게 다루거나 적어도 여러 기사에 대한 기자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부류)를 몇 개 구독해서 점심/저녁 때 밥 먹으면서 읽어보았는데, 특히 교육과 접목하기 좋아 보이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제 생각을 글로 정리해서 기록해두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면접 기술이나 내용은 상당수가 이때 수집한 정보와 생각들을 통해 나온 것이고(나머지는 기간제 교사 경력), 이렇게 평소에 미리 생각들을 정리해둔 덕에 1월에는 수업 실연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중요합니다.
Ⅴ. Q&A와 팁들
- 몸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원래 2월에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헬스장에 다닐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시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게 정확히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플러스 요소보다는 마이너스 요소에 집중하고 싶은데, 시험 치면서 감기/장염/독감 한 번씩 다 걸려봤거든요. 감기/장염은 1차, 독감은 2차 준비 때 걸렸습니다. 10월 중에는 역류성 식도염도 한번 앓았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방법으로 몸 관리를 하시든 적어도 병 걸리지는 않게 건강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겪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주일에 60여 시간 넘게 공부에 쏟아붓는 이 수험 생활은 병 걸리기 정말 취약합니다. 뭐가 되었든 운동은 하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제가 먹은 약은 유산균과 종합비타민 알약 두 가지였습니다. 집중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졸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공부 계획과 마찬가지로, 건강을 어떻게 챙길지도 내 몸뚱이의 특성을 생각해서 결정하세요. 다만 커피는 비추천하는데, 카페인이 떨어지면 축 처지게 됩니다. 사람 체질마다 다르겠지만, 평소에 그냥 안 마시고 사는 편이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이미 달고 산다면 어쩔 수 없지만.
- 멘탈 관리
저는 ‘내 정신적 관리를 꾸준히 할 거야!’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멘탈 관리는 공부나 운동처럼 계획 짜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아시잖아요? 스스로 말하는 습관, 생각하는 습관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TO 발표가 났을 때 ‘저 12명의 자리 중 하나에는 내 이름이 새겨져 있어.’나 평소 도서관에서 ‘역시 서양 근대사가 재밌다니까?’,‘이젠 경제사가 내 전공이지.’ 같이 동기부여 비스무리한 말들을 스스로 자주 했습니다. 또 억지 같지만 공부하러 도서관 가는 것을 ‘출근’, 집 가는 걸 ‘퇴근’으로 칭하고, ‘공부’가 아니라 ‘연구’라는 표현을 항상 썼었죠. 마치 연구자가 학술 연구하러 책 들여다보는 것마냥. 이렇게 동기부여라고 할지 자기최면이라고 할지, 아무튼 항상 그런 생각 습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또 개인적인 신조로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현명해진다’라는 신념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각인시키는 것도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2차 준비 시기에는 일부러 ‘내가 최고야’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1월에 조원들과 2차 수업 연습할 때 칠판에다가 ‘The day’s ours.’라는 문장을 자주 썼는데, 오늘 하루는 우리가 가져갔다는 뜻이었죠. 그렇게 계속 진짜든 억지로 짜낸 것이든 자신감을 만들어내서 2차 시험 치러 갔을 때도 감독관들과 농담해가며 실연하러 들어갔고, 실연 끝난 뒤에도 ‘내가 수업 다 깨버렸다!’ 하면서 당당하게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조건 다 지켰느냐 하는 객관적인 판단은 그다음에 챙기면 되잖아요.
- 솔직히 운7기3 인정하십니까?
고백하건대 운의 요소가 임용시험 점수에 기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위에 써놨듯 저도 운 좋게 해관 때려맞혔고, 선화/사택 문제도 그 내용을 운 좋게 학과 강의에서 인상 깊게 듣고 기억하고 있던 덕분에 맞힐 수 있었으니까요. 2023년 이전에 시험 칠 때도 제가 상식으로 알고 있어서 맞춘 문제들이 꼭 한두 개쯤은 있었습니다. (ex. 숙군 작업, 아메리카 연합국)
그러나 모두 아시다시피 운의 요소는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그리고 운으로 맞춘 문제들은 원래 그 주제들을 열심히 팠기 때문에 걸려온 것이고요. 해관도 제가 평소에 경제사를 열심히 팠기 때문에 순간 책 읽다가 힐끗 봤던 것을 떠올려서 얻어걸린 거고, 선화/사택 문제는 학과 강의 열심히 안 들었으면 2점 날렸을 겁니다. 비유하건대 나무 아래 가만히 누워서 입 벌리고 있다가 열매가 뚝 떨어진 게 아니라, 나무 주변에서 열심히 밭 갈고 다녀서 계속 툭툭 건드렸기 때문에 힘이 약해진 나무가 열매를 떨어뜨린 것이라고 하는 게 더 맞아 보입니다.
그러므로 운이 몇 %고 기가 몇 %인지 정확한 비율은 모르되, 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운은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는 건 확실합니다. 오더라도 제 초수 시절처럼 운 좋게 어려운 거 맞춰놓고 다른 쉬운 문제를 못 맞혀서 광탈하든가요.
- 기간제 경력이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적어도 초임 호봉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ㅋㅋㅋ;) 다른 것보다도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느낀 건 면접 때였습니다. 겨우 1년을 일하더라도 학교에서 겪을 수 있는 실제 경험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교육과정 재구성, 생활지도, 수업 기술, 학교 행정 등), 면접에서 말할 거리가 정말로 많아집니다. 삶과 연계된 수업이라든지, 생활지도에서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나 유의점이라든지. 그러므로 기간제 교사를 하기로 하셨다면 의미 있는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개인적 교육 경험을 꼼꼼하게 기록해두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업무 외적으로는, 1년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2023년 아무런 자금 걱정 없이 시험 준비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이점이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원하는 대로 사들일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학교 업무와 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이기 때문에(저도 22년에는 시험 안 쳤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을 일부 줄이면서 이 이점을 가져갈지는 여러분의 환경에 따라 결정하시면 됩니다.
Ⅵ. 맺음말
1년간의 경험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내다 보니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구조나 글의 요지는 대부분 최종 발표 이전에 이미 써놓고 있었는데, 발표 전날에는 거의 어조만 ‘~임’에서 ‘~입니다’로 바꾸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2월 8일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이 문서에 합격수기라는 제목을 붙일 수가 있었네요.
예로부터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하였고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합격자 선생님들의 합격수기를 읽고 난 뒤에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다들 “제가 했던 방법은 정답은 아니구요, 단지 제가 이렇게 공부했다는 것을 참고만 하시면…” 같은 말을 앞에 전제하시고 시작하신다는 걸 아실 겁니다. 아직 보기 전이라면 이제 다들 그렇게 쓰셨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각자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다르고, 역사 지식을 이해하는 방법도 다르고, 공부 외적으로 처한 환경도 각자 다르니까요. 단지 목표가 ‘최대한 빠르게 합격증을 받아내기’로 같을 뿐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합격자 선생님들은 같은 목표 아래에서, 자신들이 처한 환경과 자신의 내적인 특성에 따라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이 득효하여 목표를 달성한 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무슨 책에서 더 많이 출제됐나?’나 ‘어느 강의에서 출제 예상 주제를 더 잘 찍어주나?’ 같은 것보다는 제가 세운 계획이 변화하는 과정과, 그러한 시행착오 결과 완성된 방법을 중심으로 수기를 써봤습니다. 왕도가 없다는 말은 모든 합격자마다 성공한 방법이 다르다는 뜻임과 함께, 힘 덜 들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는 4년 공부하면서 뒤늦게 느꼈습니다. 김구 선생님들의 강의 자료는 같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여러분이 결정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고민해서, 여러분만의 방법을 만들어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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