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힘을 쏟아 신기전이란 화포를 만들었는가 하면, 김종서를 시켜 북방의 여진족을 몰아내고
4군 6진을 개척했으며, 남쪽으로는 왜구를 격파한 정복왕이기도 하죠. 세종은 조선의 임금들 중
영토를 넓힌 유일한 왕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 해외 정벌에 나선 것은 세종 때가 유일합니다. 왜구의 본거지인 쓰시마 섬(대마도)을
토벌한 것인데요. 왜구는 고려 말부터 극성을 부리더니 세종 대에 들어서 백성들을 죽이고
노략질을 일삼는 등 그 악명이 드높았지요. 결국 상왕이었던 태종은 이종무 장군에게 병선
227척을 주며 대마도 정벌을 명했습니다. 그때 어변갑이라는 신하를 시켜 대마도를 정벌하라는
명령서인 「정대마도교서(征對馬島敎書)」를 내리는데요, 그 무시무시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마도라는 섬은 본래 우리나라 땅인데 다만 험하고 궁벽하며 협소하고 누추한 곳이므로 왜노가
웅거해 사는 것을 들어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에 감히 개처럼 도둑질하고 쥐처럼 훔치는 흉계를
품어서, 경인년 이후로부터 변경에서 방자하게 날뛰기 시작하여 우리 군민을 살해하고, 우리
백성의 부형을 잡아가고, 가옥을 불태운 탓에, 고아와 과부들이 바다 섬 속에서 울고 헤매지 않는
해가 없었다. 이에 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 들이 팔뚝을 걷어붙이며 분통이 터져서 놈들의 삶을
씹어먹고 놈들의 살가죽을 깔고 자리고 생각한 지가 몇 해가 되었다.」
강한 카리스마가 과연 태종답습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 세종도 역시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데요,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만일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내게 항복하지도 않고, 여전히 도적질이나 하려는 훙계를 품고 계속
섬에 눌러 있는다면, 마땅히 크게 병선을 준비하여 군량을 가득 싣고 가서 온 섬을 에워싸고
공격할 것이니, 시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그 속에서 자멸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또 용감한 군사
10만 명을 뽑아서 곳곳에서 쳐들어간다면 주머니 속의 물건이 어디로 가겠는가. 반드시 부녀자,
어린것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땅에서는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되고, 물에서는 고기와 자라의 배를
채울 것이 의심 없는 일이다. 그러니 어찌 깊이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여기에는 화가 오고 복이
되는 길이 뚜렷이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아득하여 추측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번계량, 「유대마주서(諭對馬州書)」
아버지 태종과 그 피를 물려받은 세종, 역시 내 나라 내 민족을 위협하는 자는 용서치 않는 기개가
넘치는 군주였습니다.
-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