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중 한 분이 레토르트 포장에 관해 문의한 바 있다. 레토르트 포장이란, 플라스틱 필름 등으로 성형한 용기에 가공 또는 조리한 식품을 충전하고 밀봉해 가압멸균 또는 살균한 포장이다. 레토르트 포장식품은 보존성과 휴대성이 탁월해 전투식량이나 산악음식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포장은 조리된 음식을 100℃ 이상의 고온에서 30분 내외로 가열해 멸균포장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 전문 생산공정을 필요로 한다.
‘Cook and Pack’에서는 내열성이 높은 비닐 포장용기에 음식을 담아 110℃ 내외의 고온 압력솥을 이용해 멸균한 후(5분 내외) 급격히 냉각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 방식의 포장으로는 상온(25℃ 내외)에서 3일 정도는 무방하다.
필자는 레토르트 포장해 7일이 경과한 버섯찌개를 음용한 바 있는데, 약간의 신맛이 도는 듯하지만 먹기에는 이상함이 없고 속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짜장 등 염도가 높은 식품(1.5% 이상)은 산소흡수제나 발효흡수제를 첨가해 포장하면 15일 정도 경과해도 변질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 인터넷에서 ‘포장용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형태의 포장용기를 구입할 수 있다. 고기능의 압력솥, 진공포장기, 실링기가 필요한데, 최근에는 가정용 기계가 많이 보급되어 있고 가격대 또한 저렴한 편이다.
이번 호의 ‘이야기가 있는 음식’은 ‘파인힐 스테이크’다. 30여 년 전 서울의 유명한 스테이크 전문점인 ‘파인힐’이 아마도 고급철판구이의 원조일 듯한데, 부드러운 안심에 달달하고 칼칼한 간장소스를 뿌려 철판에 구운 한국판 스테이크였다. 더불어 깻잎향까지 가미한 고기맛은 필자에게 고기 하면 연상되는 추억의 맛이다.
아침
현미 야채죽
황태채 무침
장아찌 류
- 죽은 아침식사로서 한국인에게 친숙한 음식이다. 다양한 형태의 죽요리가 있는데, 영양가와 보존성을 고려한 현미 야채죽을 추천한다. 이 죽은 일단 현미와 잡곡을 섞어 밥을 한 후 이를 건조해 거칠게 파쇄한 뒤 필요한 만큼 포장한다. 야채(당근, 감자, 무, 연근 등) 역시 건조한 후 파쇄 포장한다.
산행일정에 따라 포장의 양을 선택할 수 있으며, 현미파우더와 야채파우더 1.5: 1의 비율로 100g 기준 600cc의 물과 20g의 소고기 육수 파우더를 넣은 후 약한 불에 뭉근히 끓여 주면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칼로리도 높은 음식이다(2인 기준 900kcal 내외).
곁들이 음식으로 황태채 무침과 장아찌는 미각을 돋우고 개운한 맛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황태채무침은 보존성이 뛰어나므로 여러 형태의 산악음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점심
숏 파스타
해물 오므라이스
피클 류
- 삶은 숏 파스타(미니 마카로니, 리가테)를 올리브유와 소금·후추를 넣어 볶고 건조 파슬리와 마조람을 뿌려 식힌 후, 산행 중 어느 때나 먹을 수 있게 120g 단위로 진공 포장했다.
마찬가지로 새우 등 해산물과 장립쌀을 사용한 오므라이스도 200g씩 레토르트 포장했다. 특히 장립쌀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향이 나지만 볶음밥용으로 적당하고 보존성도 좋아 산악볶음밥의 쌀로 장려한다. 밑반찬으로 피클류의 신맛은 식욕뿐 아니라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사진은 행동식을 염두에 두어 주로 자립형 용기에 포장했으며, 간식으로 아몬드 버터쿠키와 쑥개떡을 준비했다. 아몬드 버터쿠키는 열량이 아주 높고 식감이 좋아 고산에서 공격등반에 활용할 만하다.
저녁
‘파인힐’ 스테이크
전채요리 : 야채 버터볶음(브로콜리, 당근, 버섯, 감자)
주요리 : 안심구이
마무리음식 : 나물비빔밥 또는 비빔국수
- 산에서의 저녁정찬으로 철판구이는 누구나 생각하는 메뉴다. 내일을 위한 휴식과 산우들과의 담소를 나누는 저녁은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구이요리가 조리도 간편하고 제격이다. 기억을 더듬은 ‘파인힐’ 스테이크의 핵심은 두꺼운 안심에 불고기 양념소스를 뿌린 철판구이였다. 다만 그 소스에 매콤함과 깻잎향을 추가해 미각을 자극했던 것 같다. 사진은 양파를 충분히 넣은 일반적인 불고기 양념(200g)에 채친 깻잎(100g), 청양고추와 일반고추를 1:1로 배합한 고추(20g)를 혼합해 숙성시킨 ‘파인힐 스테이크 소스’다.
전채요리 또는 곁들이요리로 각종 야채 버터볶음은 전통적인 서양식 버터구이 조리법을 활용했다. 데친 야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후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팬에 녹인 버터를 계속 뿌려 주면서 볶는 조리법이다. 버터의 향과 맛이 충분히 배면서 재료 본래의 맛을 잘 유지시키는 서양의 더운 야채요리의 기본이기도 하다. 60% 정도 미리 익힌 상태에서 진공포장한 야채볶음으로 야외의 철판에 가열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마무리 음식으로 나물비빔밥과 비빔국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비빔장은 황태포가루와 분량의 초고추장을 배합해 숙성시킨 양념인데, 구수한 황태의 맛과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의 맛이 어우러져 다양한 조리의 기본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 반주는 오미자와 복분자를 혼합해 숙성시킨 전통주로 했는데, 육류와의 궁합이 적포도주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산악음식과 관련된 독자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dkmypark@naver.com
필자 동국대학교 교수(법학)로 재직하고 있으며, 코오롱등산학교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 라이브 부문 동상(2014-154)과 International Food 그랑프리 창작요리 5코스 부문 금상(2014-KCF2327) 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