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5. 월요일
아내가 토요일 내려왔다. 일주일 전에 기차표를 예약했는데도 좌석이 없어 입석 표를 끊어서 왔다고 했다. 그래도 자주 오가서 입석 표를 끊고 중간에 앉아오는 요령이 생겼다고 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비 예보가 있어 어제 옥수수 심을 밭을 관리기로 다시 로터리를 쳤다. 비 온 뒤 비닐을 깔고 옥수수를 심을 예정이다. 그동안 고단하게 일을 많이 해서 피로가 누적되었다. 입 안이 헐고 항문도 빠져서 약을 바르고 넣었다. 혼자 팔다리를 주무르며 지냈다. 새로 개간하는 밭은 땅이 단단하고 돌이 많아 관리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굴삭기로 이랑을 파고 두둑을 만들어서 단단한 흙을 두들겨 부수고 두둑의 돌을 골라내며 밭은 만들고 있다. 고구마 심을 두둑을 4개 만들어 놓았다. 2개 정도 더 만들 생각이다. 돌을 골라내며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해서 무릎과 허벅지가 아팠다. 아내가 옆에 있으니 주물러 달라고 했다. 그리고 어제는 몸살 약을 먹고 잤다. 농사일이 힘든 것은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두세 살 위인 뒷집 사람이 일하는 것을 보며 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몇십 년 동안 농사일을 해와서 요령도 있겠지만, 겨울 동안 쉬다가 일시에 많은 일을 하는 것이라서 힘 들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관리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앞 밭을 일구면 밭을 순환하며 내 힘에 맡게 적당히 농사할 생각이다. 늦어도 3년 안에는 그렇게 농사할 수 있는 밭을 만들어 놓으려고 한다. 그동안 농사 지어온 뒷밭은 이제 관리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지난번 아내가 왔을 때 다래 넝쿨을 올려 그늘을 만들려고 파이프를 조립하다 실패했다. 아내가 올라간 후 혼자 궁리해서 만들어 놓았다. 둘이 못하던 일을 혼자 해냈다. 당뇨약을 타러 진보에 나갔다가 마침 장날이라서 장을 둘러보았다. 9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달래를 팔고 있었다. 달래 씨를 하려고 일부러 할머니 달래를 샀다. 용돈으로 드리는 마음으로 팔아 주었다. 옆에 내 또래 된 할머니가 자기 것이 좋다고 자기 달래를 사라고 장사 시샘하였다. 달래를 팔며 좋아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마음에 담아 왔다. 언젠가 달래를 심었었는데 살아나지 못했다. 이번에 할머니가 위를 잘라내고 알맹이만 심으라고 해서 알려 주시는 대로 아내와 함께 심었다. 텃밭에 조선 대파, 쪽파, 부추, 달래 이렇게 양념할 수 있는 재료를 심었다. 간간이 먹을 수 있도록 돌미나리(밭미나리)도 심었다. 잘 살아나서 계속 뜯어 먹으면 좋겠다. 과수원도 대충 정리했다. 잡풀과 넝쿨을 제거하고 죽은 사과나무를 대체해서 식목했다. 기본 농사가 끝나면 오월 이후 큰 돌을 치우고 평탄 작업을 하는 등 정리를 계속해서 과수원을 올해는 제대로 관리해 보려고 한다. 잔디밭에 잡풀이 많이 올라와 잔디는 살고 잡초는 죽은 제초제를 살포했다. 힘이 들어 잔디밭의 반만 약을 뿌렸다. 이제부터는 잡초와의 싸움이다. 작년에는 잡초와의 싸움에서 져서 가을에 온통 잡초 넝쿨이 가득했었다. 올해는 지지 말고 적어도 대등하게 싸워볼 생각이다.
나는 힘이 들어도 계속 일을 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내는 이제 힘든 일은 못 하겠다며 주저앉는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지난번 내가 콩 칼국수를 맛있게 잘 먹는 것을 보더니 칼국수를 시작했다. 지난번 나중에 만들어 놓은 칼국수는 반죽도 두껍고 굵게 썰어 식감이 없어 억지로 다 먹었다고 말했다. 점심으로 먹은 콩 칼국수는 지난번 처음 먹을 때처럼 맛이 있었다. 아내는 나머지 반죽한 것을 저녁때까지 만들며 이제는 힘들어서 못 밀겠다고 기계로 해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 있는 기계를 찾아보니 너무 오래돼서 작동이 잘 안되었다. 아내는 집에 있는 기계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아내가 둘이 한 끼 먹을 정도의 콩 칼국수는 힘들어도 할 수 있겠지만, 나를 위해 여분으로 더 만들기에는 힘이 드는 모양이다. 아내가 칼국수를 만들며 요령도 익혀가고 있다. 다음에는 반죽도 더 물렁 하게 해야겠다고 했다. 그렇다. 콩 손칼국수는 쫀득쫀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둘이 한 끼 먹을 콩 칼국수는 밀대로 밀어서 만들어 먹고, 내가 저장해서 먹을 칼국수는 기계로 만들어 먹어야 하겠다.
아내가 두릅을 따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부추전도 만들어 먹었다. 명이나물을 뜯어 쌈을 싸 먹었다. 이제부터는 계속 봄나물을 먹을 수 있다. 고추장과 된장만 있으면 식사가 간단히 해결된다.
둘이 콩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베란다에서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저녁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러면서 아내나 나나 지금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