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5
- 책을 가지고 온 학생이 많이 없어서 빠른 검사가 가능하다. ㅋ ㅋ 책을 가지고 온 학생들은 갑자기 예쁘고 잘생겨 보임.
- 이상의 '거울' 속 '나'가 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지호의 해석이 참신했다. 거울 속의 나는 현재의 나(A)이며, 나를 흘러가는 시간 속에 위치시켜 생각할 경우(B) 나는 계속 변화하므로 거울 속 나는 내가 아니다. 내가 지호의 말을 맞게 이해했는지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는데 지호가 그렇다고 했다.
- 세호와 (박)주원이 목소리가 라디오 DJ처럼 듣기 좋다.
- 내가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아이들이 있다. 지호는 시 '메아리'의 각 행 앞 글자를 따면 한 문장이 나오는 것을 알려주었다. 창래는 오은의 '미니시리즈'(막장드라마를 풍자한 것으로 보이는)에 대해 '느닷없이'로 시작하여 반복되는 행이 15개이고 16번째 행에서 '16부작이 끝났습니다'라고 말했음을 알려주었다. 오! (+ 수와 관련지어 세상을 보는 재능도 있는 듯.)
2. 308
- 우리 8반은 책을 거의 가지고 오는 놀라운 반이다. 훌륭해...
- 같은 제재에 대해 다른 관점을 보이는 글을 비교해서 읽었는데 그 근거가 조금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나처럼 생각하는 학생이 혹시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서연, 성엽이가 나처럼 의문을 제기해주었다.
- 젓가락질 관련한 관점을 비교하는데 이안이와 교림이가 다른 관점이어서 둘이 마이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의견을 이야기했다. 이안이는 젓가락질이 중요하다, 교림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이야기 나눈 결과 둘 다 생각이 변화되지 않았다. 이안이가 여러 차례 발표했다. 1학년 때 발표를 잘했는데 그 때 생각이 났다.
3. 면담
- 민주와 면담을 하였다. 말씨나 행동 모두 우아하고 조곤조곤... 닮고 싶은 학생이다. 특히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가며 또박또박 말하는 부분을 닮고 싶다. 무엇을 해도 차분하게 잘 해낼 것 같다.
-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핸드폰 들고 가는 걸 깜빡했다. ㅠㅠ
- 민주가 나보고 우아하고 차분하다고 이야기해서 이미지를 깨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지 물어보았는데 민주는 빨리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그래...
4. 309
- 긴장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에 대한 법륜 스님 강의를 한 문단씩 같이 읽었다. 목소리가 듣기 좋은 학생이 많다.
- '왜 긴장하는지 스스로 묻기, 평가는 상대의 몫이므로 관여하지(신경쓰지) 않기'가 법륜 스님의 이야기였다. 법륜 스님이 이야기한, 긴장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누워 있다 일어난 윤우는 '약을 먹는다'라고 했다...
5. 303
- '1학기와 여름방학을 돌아보고 2학기 변화 계획 발표하기'를 했다. 수민이가 여름 방학까지 근육량을 많이 늘렸다고 하여 인상적이었다. 건강 관련 뉴스를 보면 근육량이 삶의 질과 수명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수민이의 발표에 영감을 받아 누군가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삶의 질이 올라가고 수명이 늘어날 것 같아 한 번 더 이야기해 주었다. 그랬더니 원희가 계속 자기 팔 근육을 자랑했다.
- 원희는 방학 때 있었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았다고 했다. 다른 반 축구 선수들은 모두 준우승이어서 아쉬웠다는 말을 꼭 했는데 원희는 좋은 성적이었다는 말만 했다. 긍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
6. 종례
은성이와 유담이가 우리 반도 짝을 지어 앉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런데 수업하는 입장에서는 현재처럼 한 명씩 5열로 앉는 것이 돌아다니며 지도하기에 훨씬 낫다. 짝 지어 앉아서 떠드는 변화를 보인 반이 몇 있기도 하고 그것은 붙어있으면 당연히 생길 수 있는 변화다. 마치 다른 모든 반이 짝 지어 앉는 것처럼 이야기하였지만 그렇지도 않고, 설령 다른 모든 반이 그렇게 앉는다고 해도 그것이 짝지어 앉아야 하는 근거로 설득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은성이와 유담이에게는 곤란하다고 말하고 보냈다. 구성원 다수가 원한다면 따르는 것이 맞을까? 수업과 지도를 기준으로 교사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언제나 그렇듯 정답이 없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
p.s.
어제 마음의 갈등이 있었는데 쓰면서 그 해결 방안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자신을 제 3자 입장에서 관찰하기. 그런데 쓰기는 저절로 자신을 관찰하게 만든다. 즉, 쓰는 행위 자체가 내적 갈등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p.s.2.
단독자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나 홀로 왔다가 홀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다 홀로 간다. 그 점에서 모두 연민의 대상이다. 그래서 서로를 불쌍히 여길 줄 아는 것과 연대의 느낌은 소중하다.
p.s.3.
교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이나 수업이 무섭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아이들은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놀라운 예술품이자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귀한 존재다. 그들을 관찰하고 생각과 느낌을 듣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수업은 영혼이 충만해지는 시간이자 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한정되고 귀한 시간이다.
흘러가는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적인 걸... 나는 매일 너희를 만나 기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슬퍼해. 그래서 오늘을 더 아끼며 보내. 오늘도 지나갔구나. 살아내느라 다들 수고했어.